일본 영화 개방 1호 <하나비>
  • 魯順同 기자 ()
  • 승인 1998.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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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 개방 1호, 기타노 다케시 감독 <하나비>
일본 영화의 첫 물결은 기타노 다케시 감독과 함께 다가왔다. 97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하나비·불꽃놀이>(연출:기타노 다케시)를 첫 작품으로 개봉한 것은 셈을 잘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 영화제 수상작이라는 후광과 적당히 따끈따끈한 근작이라는 점, 감독이 국내에 적지 않은 팬을 두고 있는 스타라는 점에서 그렇다.

다케시 감독의 별명은 ‘비트 다케시’이다. 그가 71년에 결성한 만담 콤비 ‘투 비츠’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현재 영화 배우·화가·스포츠 해설가를 겸하면서 밤마다 브라운관을 누비며 웃음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스크린에 비친 기타노 다케시의 표정은 차갑기 그지없다. 세상의 무의미에 도전하는 자의 표정, 혹은 의미 없는 세상에서 의미를 일구려는 자의 자세가 저럴까 싶다. 그의 작풍은 ‘하드 보일드’라고 이름이 붙어 있다. <그 남자 흉포하다> (89년)로 데뷔한 후 <비등점> <그 여름 한없이 조용한 바다> <소나티네> <키즈 리턴> 등을 만들었으며 <하나비>는 그의 일곱 번째 작품이다.

그가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린 것은 <소나티네> (93년)가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소개되면서부터다. 평자들 사이에 가장 다케시다운 작품으로 평가되는 이 영화에서 안온한 일상과 발작적인 폭력이 공존하지만 기이하게도 혼란은 없다. 이같은 특징은 <하나비>에서도 잘 드러난다. <하나비(花火)>에서 하나(花)는 사랑과 삶을, 비(火)는 폭력과 죽음을 상징한다. 스크린에 자주 등장하는 꽃과 총은, 삶과 죽음의 은유이다. 주인공은 야쿠자 소탕 전문 형사 니시(기타노 다케시)와 그의 동료 호리베(오수기 렌).‘잔혹한 현실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죽음과 맞서는 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대로 주인공들은 각기 극한 상황에 처한다. 친구 호리베는 니시를 대신해 근무하다가 총격을 당해 하반신이 마비된다. 이어 후배 형사들이 그의 눈앞에서 범인의 총격에 목숨을 잃는다.

집에는 불치병에 걸린 아내가 있다. 야쿠자에게 큰 빚도 졌다. 삶의 의욕을 잃은 호리베에게도 무언가 해주어야 한다. 니시는 경찰복을 입은 채 은행 강도 행각을 벌인다. 이어 아내와 마지막 여행을 떠나고 그 뒤를 야쿠자와 후배 형사가 쫓는다.

감상주의의 혐의는 있을지언정, 칭얼대지 않는 절제력 덕분에 비장미마저 배어난다. <하나비>에 등장하는 그림은 모두 다케시가 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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