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일의 책] '강한 자의 위선' 벗기기
  • 박성준 기자 (snype00@e-sisa.co.kr)
  • 승인 2001.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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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항 지음〈B급 좌파〉/지식인·종교 비판하며 '약자' 옹호


글쓰기를 '운동'으로 삼는 사내가 있다. 그것도 자신의 글쓰기를 자본의 신과 싸우는 일, 사람들에게 위엄과 존경을 되찾아주는 일이라고 외치는 사내가 있다. 그의 이름은 김규항(41). 최근 이름 난 그래픽디자이너 안상수 교수가 북디자인을 맡고, 인권 운동판의 젊은 미술가 유승하씨가 일러스트를 맡아 펴낸 책 〈B급 좌파〉(야간비행)를 쓴 사람이기도 하다.




〈B급 좌파〉는 지난 4년 동안 그가 영화 잡지 〈씨네21〉에 정기적으로 기고했던 칼럼 모음집이다. 칼럼이 실렸던 지면 성격상 영화·드라마 등 대중 예술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지만, 단순한 '영화평 모음'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내용을 이루는 실질적인 주제는 한국의 극우·지식인·자본주의·종교에 대한 비판이기 때문이다.


책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B급 좌파'란, 좌파를 희망하지만 진정한 좌파로 살기에는 너무 버겁다고 느끼는 지은이에게 '한 후배'가 붙여준 별명이다. 스스로를 '초보 좌파'로 여겨온 그는 이를 기꺼이 취해 자신의 별명으로 삼고, 책 제목으로도 삼았다.


그의 글은 약자 옹호와, 강자에 대한 비판으로 가득 차 있다. 예를 들어 그는 게이들의 '소수자 인권'은 내놓고 편들지만, '극우의 정점'에 서 있는 〈조선일보〉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공격한다.


강준만 "내가 이제야 임자 만났다"


그가 특히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대상은 지식인이나 교회의 위선이다. 1980년대 중·후반 사회주의 이상에 열광했던 386 세대가 누구보다도 빠르게 '사회주의에 침을 뱉는' 세태를 보며 그는 '사회 의식의 흔적을 마스터베이션하며 삶을 위무'한다고 꼬집기도 하고, 물질적 축복만 바라는 한국 기독교에 대해서는 '예수는 2천년 전 해방을 가르쳤지만 우리는 2천년째 예수에게서 욕망을 요구하고 있다'며 비꼬기도 한다.


'선수'는 '선수'가 알아보는 법이다. 때로는 질펀한 욕설도 마다하지 않는 그의 책을 보고 독설가 계열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강준만 교수(전북대)도 울고 갔다. "내가 김규항에 이르러 임자를 만났다. 그것도 아주 확실한 임자다"라고 탄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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