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도운 죄로 ‘박살’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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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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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미워하는 취객, 노사모의 명소인 카페 ‘박하사탕’ 때려부숴
‘박하사탕’이 박살이 났다. 박하사탕은 서울 여의도에 있는 와인 카페. 주인 오영애씨(45·사진)는 ID ‘소나무’로 노사모 사이에서는 경선과 대선 당시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희망 포장마차’를 끌고 전국을 돌아다닌 사람으로 유명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10월 ‘소나무를 꼭 한번 만나고 싶었다’며 희망 포장마차를 찾았을 정도였다. 이런 인연으로 오씨가 십시일반 주위의 도움을 받아 지난 8월 여의도에 와인 카페를 열자 ‘박하사탕’은 노사모 사이에 명소가 되었다.

사단이 난 것은 지난 11월15일 밤. 오 아무개씨(32)가 ‘기사를 보고 왔다’며 들어섰다. 오씨는 혼자 맥주를 시켜 마시기 시작했다. 그는 주인 오씨가 다른 자리에서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고 올 때까지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혼잣말처럼 정치 이야기를 하던 이 남자는 주인 오씨가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직함을 붙여 달라고 요청하면서부터 거칠어졌고, 급기야 주인에게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말리는데도 막무가내였다. 결국 참다 못한 주인이 ‘술값 10만5천원’을 내고 가라고 하자, 이번에는 돈이 없다고 버텼다. 더 싸워보았자 소용이 없을 듯해 그를 그냥 보낸 시간이 오전 1시. 그러나 이 남자는 금세 가게로 돌아와 홀에 있는 의자들을 바 쪽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술 진열장과 술병이 박살 났고, 출입문 유리가 산산조각 났다.

피의자 “조중동에 까발리면 노무현 괴로울 것”

경찰이 출동하자 이 남자는 ‘순한 양’이 되었다고 한다. 조사 결과 이 남자는 강남 ㅎ부동산 컨설팅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피의자는 경찰서에서는 ‘변상하겠다’고 하다가 ‘주거가 일정하고, 우발적 사건’이라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태도를 바꾸었다.

오영애씨에 따르면, 이 남자는 이틀 뒤에 전화를 걸어와 ‘가게에 휴대 전화기를 두었으니 퀵 서비스로 보내달라’고 했다. 가게를 왜 부수었냐고 다시 묻자 대답은 ‘노무현이 미워서’였다. 오영애씨는 “대통령이 미운데 왜 내 가게를 부수냐고 물으니까 ‘당신이 노사모 아니냐. 대한민국 사람들이 다 노무현 미워하지 않냐. 그래서 가게 부순 게 뭐 잘못이냐’라는 대답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오씨는 “그 남자가 나중에는 ‘내가 있는 테니스 클럽에 기자가 있다. 조중동에 내가 까발리면 노무현이 괴로울 것’이라고 말하는데 정말 기가 막혔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이렇게 불이익이 올 줄 몰랐다”라고 말했다.

사건이 생기고 1주일. 오영애씨는 가해자와 연락도 두절되었다. ㅎ부동산컨설팅에 전화를 걸었더니 ‘그만두었다’는 대답뿐이다. 오씨는 “민사 소송을 하면 몇 달이 걸린다는데, 가게를 고칠 돈도 없고, 또 나타나 해코지를 할까 봐 겁도 나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차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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