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어찌 그런 말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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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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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시간 의총’ 중인 여당 개혁파, ‘국보법, 차근차근 처리 발언’에 충격
크리스마스 전야, ‘국가보안법 폐지 240시간 연속 의원 총회’가 열린 국회 146호에는 네티즌들이 보낸 ‘크리스마스 선물’(사진)이 있었다. 음료수에는 ‘바꿔스’라고 적혀 있었다. 국보법 폐지에 앞장서 달라는 뜻이다. 한 네티즌은 국보법 직권상정을 하지 않으려는 김원기 국회의장이 ‘복지부동하려는 생각을 깨라’며 달걀 한 판을 보내왔다.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전해 달라는 선물은 바가지였다. 국보법 문제를 두루뭉수리하게 처리하다가는 ‘쪽박 찬다’는 뜻이다.

그러나 12월23일 노무현 대통령이 당 지도부와의 송년 모임에서 “국보법이 오래된 법인데 하루아침에 되겠나. 차근차근 풀어나가자”라고 발언한 것은 개혁파에 달갑지 않은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240시간 의총 의원’들은 오전 내내 숙의를 거듭했다. 여기에 대체 입법으로 당론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논란은 격해졌다. 임종인 의원은 “대통령의 발언은 당·정 분리를 강조한 것인데 일부 세력이 확대 해석한다”라고 말했다.

이 날 개혁파 의원들이 대통령의 ‘차근차근’ 발언에 대해 진화에 나섰지만 상황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벌써 ‘240시간 의총’에 뜻을 함께 한다고 서명한 의원 가운데서도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 의원은 ‘4자회담에 나선 지도부에 전권을 준 만큼 지도부가 대체 입법으로 협상을 한다 하더라도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개혁파 의원 중 한 명은 “한마디로 기회주의자들이다. 서명에서 이름을 빼버리면 된다”라며 불쾌해 했다.

386 의원 행보에 관심 집중

386 의원들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관심이다. 이번 240시간 의총에는 1980년대 학생운동을 했던 386 의원들보다 1970년대 학생운동을 했던 ‘아침이슬’ 모임 의원 등이 상대적으로 열성이었다.

유시민 의원 말처럼 ‘과반을 가진 당인데 의원들이 농성을 하고 국회는 열리지 않는 초현실주의 미술 작품’ 같은 국회를 바라보는 240시간 의총 의원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한 의원은 “국회의장에게 직권 상정을 계속 촉구하는 방법밖에 없다. 국회의장실 앞에서 농성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라고 말했다. 한 의원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되물었다. 우원식 의원은 “그동안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을 연내 폐지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 말을 믿고 1천3백여 명이 저 밖에서 단식 농성을 하는데, 이제 와서 후퇴하면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라며 답답해 했다.


차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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