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력 업그레이드 지름길은 없을까
  • 서형욱 (MBC 축구 해설위원) ()
  • 승인 2003.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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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수 과감성·마무리 기술 길러야 한국 축구 ‘골가뭄’ 해소
한국 축구 대표팀이 극심한 골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코엘류 감독 취임 이후 치러진 다섯 차례 A매치에서 한국이 건진 골은 지난 5월31일 한·일전에서 안정환이 기록한 결승골이 유일하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구어낸 한국 대표팀의 위용이 은퇴한 황선홍을 대체할 ‘원 톱 플레이어’를 찾지 못하면서 서서히 퇴색하고 있다. 현재 한국 대표팀의 공격수 자원은 풍요 속의 빈곤이다. 스리 톱 시스템을 활용하는 코엘류호에서 원 톱 역할이 가능한 대표급 선수만 해도 여럿이다. 코엘류호의 유일한 득점자인 안정환을 필두로, 최용수·설기현·이동국·김은중·조재진이 그 주인공. 여기에 김동현·정조국 같은 올림픽 대표팀 공격수들과 양동현과 같은 신예까지 버티고 있다. 하지만 강호와의 경기에서 이렇다 할 골 결정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세계 강호들에 비해 공격진의 파괴력이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골을 넣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는 축구 경기에서 득점력이 빈곤한 책임은 공격수에게 있다. 공격수의 유일한 목표는 바로 골을 넣는 것이다. 좋은 팀일수록 최전방 공격수들의 득점 비율이 높다는 축구계의 불문율도 이같은 사실을 잘 말해준다. 결국 득점력이 빈곤한 가장 큰 책임은 골잡이에게 물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마무리 기술과 골에 대한 욕심이 부족하다. 1978년 월드컵 득점왕을 차지한 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골게터 마리오 켐페스는 “공격수는 말 그대로 골을 넣으라고 기용되는 것이다.

영국의 축구 전문지 <포포투> 최근호는 전·현 축구 스타 및 축구 전문가 들에게 의뢰해 ‘세계 최고의 현역 스트라이커’를 뽑은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티에리 앙리(프랑스)·라울(스페인)·호나우두(브라질)·비에리(이탈리아)·반 니스텔로이(네덜란드)·인자기(이탈리아)·크레스포·사비올라(아르헨티나)·세브첸코(우크라이나)·델 피에로(이탈리아) 등이 명단에 올랐다. 호나우두의 번개 같은 스피드와 정확한 슈팅, 문전에서 소리 없이 움직이는 라울의 운동 감각, 제공권을 완벽히 장악하는 비에리의 파워 플레이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수비수들을 마음껏 농락하는 반 니스텔로이의 현란한 개인기는 이들을 최고 공격수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한국 대표팀의 공격수들은 몇몇 항목에서 오히려 이들을 앞선다. 차두리의 스피드는 단연 돋보이며, 문전에서의 움직임에 관한 한 안정환이 크레스포나 라울에 비해 모자랄 것이 없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마무리 기술과 골에 대한 욕심이 부족하다. 1978년 월드컵 득점왕을 차지한 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골게터 마리오 켐페스는 “공격수는 말 그대로 골을 넣으라고 기용되는 것이다. 경기에 나가 골을 터뜨리기만 한다면 그 밖의 어떤 것도 단점이 될 수 없다”라는 말로 마무리 능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1990년 월드컵 득점왕 게리 리네커(잉글랜드)는 “문전에서 패스가 잦은 선수는 골게터 자격이 없다”라고 단언할 만큼 골에 대한 욕심을 중시했다.

안정환이 최근 더 각광받고 있는 이유도 타고난 골 욕심과, 유럽 무대 경험에서 얻은 세련된 마무리 기술이 점차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대부분의 국내 선수들은 강호들과 경기한 경험이 부족해 과감한 시도와 마무리 기술에서 허점이 노출된다. 슈팅 숫자가 많다고 뛰어난 선수일 수는 없지만, 과감한 슈팅이 가능한 선수라면 냉정한 판단과 마무리에 대한 자신감만 더하면 된다.

많은 국가대표 대항전과 유럽 진출로 강호들과의 경험을 축적하는 것은 한국 공격수들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골게터로 거듭날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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