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참사 시름 걷어낸 화끈한 공격 축구
  • 주진우 ()
  • 승인 2003.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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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신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1983년 세계청소년대회 4강, 프로 축구 사상 최초 정규 리그 3연패를 달성한 ‘승부사’ 박종환 감독(67). 그에게도 7년1개월 만의 프로 무대 복귀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3월25일 수원과의 개막전을 앞두고 박감독은 ‘바둑으로 따지면 프로 초단과 아마 5급의 경기’라고 엄살을 떨었다. 다른 구단 2진급에도 못 미치는 선수들에게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전혀 박종환답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벤치에 들어서자 그는 승부사로 변신했다. 단 한번도 벤치에 앉지 않고 서서 선수들을 독려했다. 얕은 선수층을 걱정하며 “문제가 생기면 내가 나가야지”라고 특유의 오기를 발동하기도 했다. 대구 FC 선수들은 체력을 바탕으로 한 강한 압박과 빠른 패스로 수원을 밀어붙였다. 마치 1983년 한국 청소년 대표팀을 보는 듯했다. 상상을 초월한 박감독의 지옥 훈련을 소화한 덕분이었다. ‘오전 내내 체력 훈련, 오후 연습 경기 두 게임. 게임 실점 1점당 운동장 10바퀴 돌기.’

지하철 참사로 시름에 빠져 있던 대구 시민들은 ‘박종환 축구’를 보고 모처럼 시름을 덜었다. 시민들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박수를 보냈다. ‘열혈 남아’ 박감독도 끝내는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주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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