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산 - 15년 산통 끝에 낳은 재일 한국인 고난사
  • 안철흥 기자 ()
  • 승인 2003.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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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수산씨(57·세종대 교수)가 장편 소설 <까마귀>(해냄, 전 5권)를 펴냈다. 일본 나가사키(長崎) 근방의 섬 하시마(端島)로 징용되어 간 조선인들이 구사일생으로 탈출하지만 결국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에 희생되고 마는 비극적인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현지 취재를 시작한 지 거의 15년 만에 탈고했으니, 작가로 산 삶의 거의 절반을 이 작품 쓰는 데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씨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에 한국학연구소 방문 학자로 가 있는데, 최근 소설 출간을 맞아 일시 귀국했다.

한씨는 “과거 겪었던 필화 사건이 이 소설을 낳았을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5공화국 초반이던 1981년 그는 신문에 연재하던 소설에서 군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박정만 시인과 함께 보안사에 끌려가 혹독한 고문을 당했다. 그 후 박정만씨는 후유증을 겪다 운명했고, 그는 일본으로 오랜 유랑을 떠났다. 그곳에서 피폭 동포들을 만나 아픔을 함께 나누다가 소설로 쓸 생각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는 “조국을 잃었다는 이유로 타국에 끌려가 고통받다가, 전쟁 이후에도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내팽개쳐졌던 사람들을 나는 떠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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