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끊은 매운 주먹 세계를 제패했다
  • 주진우 (ace@sisapress.com)
  • 승인 2003.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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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복싱의 ‘기린아’ 이인영(32·산본체육관)이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 권투를 시작한 지 겨우 2년 만에 일궈낸 개가이다.

이씨가 권투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괜한 객기를 부린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한 지인은 “권투를 한다니 갈 데까지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세 달 하다가 다른 일을 할 거라며 주변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라고 말했다.

미용사 보조·학원 버스 운전사·봉제공장 공원·트럭 운전사…. 이력이 보여주듯 이씨의 삶은 굴곡이 많았다. 특히 1993년 자동차 사고로 아버지와 오빠를 함께 잃은 사건은 그녀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큰 충격이었다.

이때부터 그녀는 술을 입에 대기 시작해, 중증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다. 그녀의 알코올 중독은 심각했다. 이씨는 자서전 <나는 복서다>에서 ‘하루에 소주 3∼4병은 마셔야 잠을 잘 수 있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씨는 술로 날려버린 20대를 두 주먹으로 되찾을 심산이다. 그녀는 자신의 우상 IWBF 주니어플라이급 챔피언 킴 메서와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이인영은 킴 메서의 경기를 보고 전율을 느껴 복서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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