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기계 질환 막는 '심장 보호 10계명'
  • 오윤현 ()
  • 승인 2003.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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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률 급증’ 순환기계 질환 예방법/혈압·혈당 수치 꼭 챙기고, 짜거나 기름진 음식 삼가야
유아무개씨는 70년 가까이 살아 오면서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언젠가는 길거리에서 심장이 멎어 병원으로 실려간 적도 있었다. 이 모든 일이 심장으로 통하는 혈관이 막혀서 벌어진 것이었다. 유씨는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을 미리 알았더라면, 돌연사 위험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씨는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다. 순환기계 질환(심장 질환과 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나날이 늘고 있는데도 20년 넘게 그 위험을 피해 왔으니 말이다. 통계청 자료(2001년)에 따르면, 순환기계 질환 사망률(남성 22.2%, 여성 24.4%)은 사망률 1위인 암(남성 24.4%, 여성 14%)에 근접해 있다. 오동주 교수(고려대 의과대)는 “미국처럼 몇년 내에 심장 질환 사망률이 암 사망률을 앞지르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사망률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지난 5년간 심혈관계(심장 관련) 질환 환자도 꾸준히 늘어났다. 오병희 교수(서울대 의대)가 1996∼2002년 서울대·전남대·계명대 병원 외래 환자 74만2천4백29명을 분석한 결과, 심혈관계 질환 환자 수가 1996년 5만4천5백34명에서 2002년 16만9천5백76명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그 가운데 고혈압 환자가 51.4%로 가장 많았고, 동맥경화에 의한 허혈성 심장 질환(혈관이 ‘녹슬어’ 생기는 질환)·부정맥 환자 수가 뒤를 이었다. 오교수는 “노령화와 식습관의 서구화 때문에 고혈압성 질환과 허혈성 심장 질환은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환자와 사망률이 눈에 띄게 느는데도 순환기계 질환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한순환기학회가 최근 전국의 성인 남녀(30∼65세) 1천5백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56.1%가 ‘심장 건강에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돌연사의 가장 흔한 원인이 되는 심근경색(심장마비) 증상에 대해서도 60.1%가 ‘모른다’고 응답했다. 또 다른 돌연사의 원인인 협심증·부정맥의 구체적 증상에 대해서도 10명 가운데 7명 정도가 모른다고 응답했다

특이한 것은, 돌연사의 위험을 가장 심각하게 여기는 세대가 30대라는 점이다. 40·50대와 60대는 각각 11·7,7·3%만이 순환기계 질환 가운데 돌연사를 가장 심각하게 생각했는데, 30대는 13.5%나 되었던 것이다.
자신의 심장 건강과 관련된 주요 수치에 대해서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혈당 수치나, 심혈관 질환의 주요 요인이 되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아는 사람은 불과 8.1%, 4.7%였다. 혈압도 응답자의 51.8%만이 자신의 수치를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순환기계 질환의 공격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일까. 박종춘 교수(전남대 의대)는 ‘심장 수호 7계명’을 지키면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곳에서 수없이 본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그는 이 가운데 ①∼④까지만 잘 지키면, 순환기계 질환은 물론 암·당뇨·고혈압까지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7계명은 다음과 같다.

①현미 같은 잡곡을 즐기고,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하루에 다섯 번 이상 먹는다 ②담배는 끊고 술은 두세 잔만 마신다 ③짜고 기름진 음식을 삼간다 ④하루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즐긴다 ⑤평소에 자신의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수치를 체크한다 ⑥피로할 때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머리 뒷부분이 당기는 등 전조 증상이 나타나면 재빨리 병원 응급실로 간다 ⑦스트레스를 줄이고 즐겁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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