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나라 헤픈 씀씀이가 생태계 망치는 주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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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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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kg짜리 연어 한 마리를 키우는데 물고기 밥이 얼마나 드는지 아십니까? 5kg이나 필요합니다. 독일 사람들의 포스트 모던한 저칼로리 식사를 위해 남미의 해안은 물고기 밥으로 오염되고 있습니다.”

11월13일 오후, 대구 영남대학교 인문대 강당. 볼프강 작스 씨(57)의 강연은 여느 환경운동가들과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사례를 드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거구인 그는 콧수염을 만지작거리거나 손동작을 크게 써가며, 딱딱한 생태학 강연을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바꿔놓기 위해 애썼다.

작스 씨는 신학·사회학·역사학을 공부한 뒤 독일 베를린 공대와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교수로 일했고, 얼마 전까지 독일 그린피스 의장을 지내기도 한 인물이다. 현재는 독일 ‘부퍼탈 기후·환경·에너지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으로 있다.

그는 세계적인 환경 문제의 핵심은 남북 문제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사람이다. 너무 많이 소비하는 북쪽 국가와 그 소비를 위한 자원을 제공하는 남쪽 국가의 불평등 때문에 지구 생태계가 더욱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날 강연에서도 “부유한 국가와 그 국민이 적게 소비하는 부를 지향할 수 있도록 남쪽 국가들이 나서야 한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생태학적 접근 없이는 빈곤 근절도 없다’는 것은 그의 오랜 지론이다. 그렇게 되어야 남쪽 세계가 원하는 지속 가능한 개발도 가능하며, 세계적인 차원의 정의와 공평성도 확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환경운동 이론가로 손꼽히는 그는, 지난해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지구정상회담’이 열렸을 때도, 세계 여러 나라의 환경운동가와 지식인·정치인 16명의 의견을 모아 <요하네스버그 메모-연약한 세계에서의 공정성>이라는 비망록을 발표한 바 있다.

작스 씨의 강연은 격월간 <녹색평론>이 지난 10월부터 열고 있는 ‘21세기를 위한 연속 사상 강좌’의 두 번째 편으로 마련된 것이었다. <녹색평론>은 3회째부터는 전국을 순회하며 사상 강좌를 개최한다. 세 번째 순서의 주인공은, <오래된 미래>의 저자인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여사다. 그녀의 강연은 올해 안에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안철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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