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 설계하기 좋은 겨울 여행 명소 12곳
  • 글/사진 유연태(여행작가) ()
  • 승인 2000.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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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밟지 않은 눈 쌓인 벌판을 조용히 걸어 본다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인적은 없고 곁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은 오직 차가운 겨울 바람뿐…. 매섭기만 한 삭풍은 도시 생활에서 혼미해졌던 머리를 맑게 깨워줄 것이다.

황량함 또는 쓸쓸함도 다른 계절에는 결코 맛볼 수 없는 겨울 여행의 즐거움이다. 원초적 적막감에 둘러싸인 바다와 포구의 풍경, 한국 땅에서 한철을 보내는 철새들의 평화로운 날갯짓 같은 볼거리가 의외로 많다.

생선회·오징어·명태·조개·굴 따위 계절 특유의 먹거리 또한 풍부하다.

새해를 맞아 가족과 함께 호젓하게 떠나서 신년 설계를 다질 수 있는 전국의 겨울 여행 명소 12곳을 추천한다.강원

평창 피덕령

강원도 대관령 주변은 겨울철이면 설국으로 변한다. 대관령은 북쪽으로 선자령을 거쳐 오대산 연봉 중의 하나인 노인봉과 이어진다. 남쪽으로는 능경봉·고루포기산 줄기가 계속된다. 피덕령은 고루포기산(1238.3m) 남쪽에 자리한 고개로 평창군 도암면과 강릉시 왕산면의 경계를 이룬다. 눈과 바람만이 가득한 세상으로 떠나고 싶을 때 피덕령이라는 고개를 찾을 일이다.

10만분의 1 지도에 피동령이라고 표기되어 있기도 한 피덕령은 주변이 온통 고랭지 채소밭. 겨울이면 눈밭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한다. 남서쪽을 바라보면 용평스키장이 들어선 발왕산이 눈에 들어온다. 겨울이면 한번 내린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쌓여 사방 어디를 보아도 눈세상이다. 여행지가 아닌 탓에 찾는 이도 거의 없다. 바로 그런 점이 피덕령을 찾아가는 멋이다.

바람이 너무도 차서 10분 이상 바깥에 머무르기가 힘들 정도이지만 이색지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찾아가 보아야 할 곳이다.

피덕령을 오르려면 일단 용평스키장 입구까지 간다. 그런 다음 조양강 상류에 해당하는 송천을 따라 도암댐으로 이어지는 삼거리까지 간다. 도암댐 입구 삼거리에서 왼쪽 산길을 타야 피덕령으로 갈 수 있다. 겨울철인 경우 승용차로는 불가능하고 4륜구동차로 오르는 것이 안전하다. 매우 가파르기 때문이다.

피덕령에서 횡계로 되돌아나와 반드시 들를 곳은 황태덕장이다. 용평스키장 입구에 있는 횡계 황태덕장은 겨울철이면 백만 마리의 황태를 널어 말린다. 개천을 따라 펼쳐진 너른 구릉지대가 온통 황태밭으로 변한다. 겨울 바람이 불 때마다 덕대에 주렁주렁 매달린 황태가 시계추처럼 흔들리는 모습이 이채롭다. 명태·생태·백태·바람태·북어·노가리…. 명태의 별명은 이처럼 다양하다. 이 중 ‘황태’란 살이 노릇노릇하게 말랐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행 메모:영동고속도로 횡계 나들목을 빠져나가면 횡계리·용평스키장 등으로 이어진다. 용평스키장 길목인 횡계에는 황태구이정식을 내놓는 맛집이 많다. 황태회관(0374-335-5795)은 단체 관광객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실내가 넓다. 식당에서도 황태를 판다.

옥계 금진나루

많은 사람들이 정동진으로만 기를 쓰고 몰리지만 그곳의 번거로움에 싫증 난 여행자라면 정동진 바로 아래에 자리한 집필마을과 금진나루로 발걸음을 옮겨볼 일이다.

드라마 <모래시계>가 만든 인위적인 명소에서 그리 높지 않은 산을 하나만 넘으면 골이 깊다 해서 심곡이라 불리는 해변 마을이 납작하게 엎드려 있다. 마을 사람들은 맞춤법 따위는 상관없이 ‘집필 마을’이라고 부른다. 횟집이 몇 개 있을 뿐인 한적한 이 마을에서 남으로 계속 바닷길을 달리면 금진항이 나온다. 금진항은 80여척의 배가 정박하는 항구로 오징어잡이 배들을 수리하는 조선소도 있다. 10개쯤 되는 횟집들이 포구를 내려다보고 있다. 포구에는 전복 양식장 등이 있어서 방파제 주변을 제외하고는 철조망이 둘려 있다. 길게 뻗은 방파제가 일출 감상 포인트이다.

금진관광유람선(0394-534-2111)을 타는 것도 이색적. 금진나루를 출발한 유람선은 정동진까지 26㎞ 구간을 1시간 동안 항해한다. 새벽 5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약 1시간 간격으로 배가 포구를 출발한다. 유람선 위에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요금은 대인 8천원 소인 5천원.

금진항에서 옥계 나들목 방면으로 나오자면 오징어를 잔뜩 말리는 직판장(534-1236) 풍경이 이채롭다. 물론 오징어를 싸게 살 수도 있다. 마른 오징어는 한 축에 1만3천원부터, 반건조 오징어는 만원부터. 한번 맛보라며 구워주는 반건조 오징어는 씹히는 맛이 고소하고 단맛마저 돈다.

◆여행 메모:금진항은 동해고속도로 옥계 나들목에서 진입할 수도 있다. 삼화횟집(534-1447, 이하 국번호 동일)·바다횟집(1140)·건남포구횟집(1130)·어장횟집(2267)·동해횟집(0855)·금진횟집(2700) 등 맛집과 어촌장여관(1050)이라는 숙박업소가 포구 주변에 있다.

삼척해안

삼척시 해안을 달리는 7번 국도는 언제라도 기분이 상쾌해지는 곳이다. 맹방해수욕장·공양왕릉·궁촌해수욕장을 지나면 초곡항에 닿는다. 마라톤의 영웅 황영조씨가 이곳에서 태어났다. 초곡항 입구를 지나치면 남쪽 도로변에 황영조 기념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여행자들의 눈길을 끈다.

초곡항 입구에서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용화해수욕장과 장호항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포인트가 바닷가 쪽에 만들어져 있다. 아무런 표지도 없어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차를 댈 공간은 충분하다. 동해안의 수많은 비경 감상 포인트 중 이만한 데가 더 이상 없을 듯싶다. 그곳에서는 용화·장호 해변이 아라비아 숫자 3자처럼 아름다운 곡선을 그린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일출 감상 포인트. 겨울철에는 해가 장호항 동산 너머에서 떠오른다.

바로 그 아랫녘 신남해수욕장과 해신당도 아침 풍광이 멋진 곳이다. 삼척시 원덕읍 갈남2리 신남마을의 해신당은 신남항 북쪽에 있는 문화 유적지이다. 해신당 하면 남근목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해신당 주인인 처녀는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다. 지금도 매년 정월 대보름과 시월 초아흐렛날에는 남근목을 바치는 당제가 열린다. 해신당은 사내아이를 낳기 원하는 부부들이 자주 찾는다. 신남해변은 오징어 말리는 풍경을 배경으로 일출 장면을 찍기에 좋은 곳이다.

신남해변에서 원덕 방면으로 내려가면 임원항에 닿는다. 원래 임원항은 동해안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포구로 울릉도 가는 배가 뜰 정도였으나 지금은 그렇지가 못하다. 그래도 아침에 어판장에서 경매가 벌어지면 항구가 들썩거릴 만큼 활기가 있다.

임원항까지 가서 물회 한 접시 못 먹고 오면 큰 실수이다. 임원항의 일출 포인트는 방파제와 7번 국도. 방파제에서는 바다 위로 떠오르는 해를 보게 되고, 국도에서는 하얀 등대와 빨간 등대 사이로 뜨는 해를 보게 된다.

◆여행 메모:임원항 방파제에서 낚시를 하려면 월출낚시(0397-573-6144)로 문의한다. 임원항의 맛집으로는 진토박이횟집(573-9557)을 비롯 여정식당(573-2070)·미조리횟집(573-3588)이 있다. 장호항에는 섬바위횟집 겸 민박(572-5645)이 있다.충청

태안 만대포구

황량함 또는 쓸쓸함도 겨울 여행의 훌륭한 주제이다. 충남 태안군 이원면의 최북단에 자리한 만대포구가 바로 그런 여행지 중의 하나인 땅끝마을이다. 태안읍에서 태안여상과 태을암 입구를 지나 계속 북쪽으로 올라가면 반계리에서 삼거리길이 나온다. 좌회전하면 학암포해수욕장·구례포해수욕장·신두리 모래사막으로 가게 되고, 직진하면 시목해수욕장·꾸지나무골해수욕장 등을 거쳐 만대포구에 닿는다.

바다로 뻗은 긴 방파제와 가로등, 고깃배 몇 척이 전부이지만 그래도 여행자들이 만대포구를 찾아보아야 하는 이유는, 아직도 거기에 가면 원초적 적막감을 만날 수 있어서이다.

태안읍에서 포구까지 가는 길은 만대포구가 유명 관광지가 아닌 까닭에 조용하기만 하다. 이따금씩 길옆으로는 겨울이어서 천일염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염전 지대가 펼쳐진다. 차가 달릴 수 있는 끝까지 가서야 만나게 되는 만대포구. 마을에는 과자나 음료수 몇 가지를 파는 가게가 하나 있고, 끝머리에 비닐하우스가 한 채 있다. 이 비닐하우스에서 마을 사람들은 겨울철이면 추위를 녹이기 위해 막걸리를 마셔 가며 굴을 까고 있다.

만대포구 주변은 온통 굴양식장이다. 한여름철을 제외하고는 내내 굴을 채취한다. 여름철의 굴은 아린 맛이 난다. 이곳 굴은 중간수집상들에 의해 서울 등 대도시로 팔려간다. 일반 여행자들도 미리 어촌계장 김진묵씨 집(0455-675-7906)으로 연락해두면 원하는 만큼 굴을 사올 수 있다. 김진묵씨 부인 이경숙씨는 맛있는 어리굴젓 담그는 비법을 이렇게 소개한다.

“소금 간을 하고 생강·마늘·파·고춧가루로 양념을 하는 것은 다 아는 일이고, 우리집에서는 달래나물을 썰어 넣어유. 달래가 많이 들어가야 시원한 맛을 낼 수 있지유.”

◆여행 메모:만대포구 선창의 가게(0455-675-3048, 674-3207)에서는 주문대로 식사를 준비해 준다. 매운탕 맛이 일품이다. 태안여상·반계삼거리를 지나면 원북우체국이고 맞은편에 장원숯불갈비(0455-675-3557)가 있다. 암소갈비는 물론 돌솥비빔밥·육개장 메뉴가 마련되어 있다.

서산 왕산포

낙지 하면 목포 인근 영암 지방의 독천리 세발낙지가 유명하다. 그러나 충남 서산 가로림만에 붙은 지곡면 중왕리의 왕산포마을도 소문 난 낙지 마을이다.

서산시에서 29번 국도를 타고 대산 방면으로 오르면 지곡면 땅으로 넘어가 중왕리 마을로 가는 표지판을 보게 된다. 중왕리로 이르는 길은 지나는 차량이 거의 없어 매우 한적하다. 그 빈 들판에 억새가 무성하게 피어 있다. 포장 도로가 끝나고 이어지는 비포장 도로. 그쯤에서 왕산포라는 지명이 와락 가슴으로 달려든다. 슈퍼마켓 하나와 횟집이 2개인 작은 포구 왕산포. 서산과 대산을 잇는 29번 국도에서 왕산포까지는 7㎞ 거리이다.

가로림만은 물살이 빠른 곳이어서 한때 조력 발전소 건설이 검토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와서는 방조제 같은 인공적인 시설이 들어서지 않은 탓에 원초적인 자연이 제대로 보전되고 있어서 퍽이나 다행이다. 우정횟집 주인 한우섭씨는 ‘서해안에서 이곳보다 더 좋은 개펄은 없을 것’이라고까지 단언한다.

그 좋은 개펄을 무대로 낙지가 자라고, 왕산포 사람들은 그 낙지를 잡아 서산 밀국낙지라는 별미를 여행자들에게 선사한다. 가로림만 낙지, 일명 왕산낙지는 부드럽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왕산포 포구에 고깃배들이 떠있기는 하지만 이 배들은 다른 포구의 배들과 달리 활어잡이용 배가 아니라 낙지나 갯지렁이를 잡기 위한 배이다.

주민들은 스스로를 ‘맨손 어업’의 달인이라고 평한다. 낙지며 굴 담는 통 하나에 삽자루 1개면 그만이니 맨손 어업이라는 말이 딱 맞는 표현이겠다. 이래저래 낙지야말로 왕산포를 먹여 살리는 큰 자산인 것이다.

밀국낙지는 우선 낙지를 끓이는 순서부터 시작된다. 무처럼 생긴 박 속을 썰어넣은 국물에 낙지를 데치는데, 익기 전에 낙지 대가리를 자르면 먹물이 터져 나오므로 조심해야 한다. 살짝 익힌 낙지를 잘근잘근 씹는데 부드러운 감촉이 가히 환상적이다. 그렇게 낙지를 다 먹고 나면 이번에는 그 국물에 칼국수를 넣고 끓여 먹는다. 소박한 맛이 입에서 살살 녹는다. 서산밀국낙지를 먹고 싶은 여행자라면 반드시 왕산포를 찾아가야 할 일이다.

◆여행 메모: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서산행 직행 버스가 20분 간격으로 출발, 2시간30분이 소요된다. 승용차로는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천안-예산을 거치는 방법과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당진을 거쳐 가는 방법이 있다. 왕산포로 가려면 서산 시내에서 중왕리행 버스를 탄다. 하루 여덟 번 운행. 왕산포에는 우정횟집(0455-662-0763)과 왕산포횟집(662-9607)이 있다.

서천 금강지구

장항선 종착점인 장항을 남쪽에, 금강 물줄기를 동남쪽에, 갯것이 풍부한 비인만을 서쪽에 품은 고장이 바로 충남 서천이다. 겨울 여행지로 적격인 것은 그곳에 갈대밭이 있고 철새 도래지가 있어서이다.

부여군 양화면과 맞닿은 서천군 신성리. 누런 논길을 가로질러 제방 도로에 오르면 금강변을 아름답게 장식한 갈대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이곳에 이처럼 갈대밭이 훌륭하게 조성된 것은 금강 하류 지역이어서 퇴적물이 쌓이기에 적당하고, 강이 범람할까 봐 강변 습지에서 농사를 짓지 않기 때문이다. 신성리 사람들은 그 빈 강가에 저 홀로 갈대가 무성해지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자연의 순리요 삶의 이치임을 잘 깨닫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갈대밭 여행을 마치고 서천과 군산을 잇는 고속도로 밑을 통과해 장항 방면으로 강변도로를 따라 달리면 금강하구둑이 보인다. 서천에 붙은 하구둑 양쪽이 바로 철새 도래지이다. 서천군 마서면 도삼리와 전북 군산을 잇는 길이 1천8백41m의 금강하구둑 주변에는 키가 2m를 넘는 갈대가 무성하게 자라고 강 중심에는 모래톱이 형성되어 철새들의 보금자리 구실을 하고 있다. 겨울이면 청둥오리·흑부리오리·가창오리·기러기·재갈매기가 찾아오고, 여름에는 왜가리떼가 날아오기도 한다.

새를 관찰하기 좋은 곳은 하구둑 북쪽의 동편 주차장 일대. 10시 방향에 작은 모래톱이 있는데, 자세히 관찰하면 온통 철새 무리로 뒤덮인 것을 알 수 있다.

주차장 반대편인 장항읍내로 들어가는 해안도로에는 카페며 횟집·모텔이 즐비하다. 이 지역에 온 신혼 부부들은 이곳의 멋진 카페들을 배경 삼아 열심히 기념 사진을 찍어 간다.

◆여행 메모:신성리 갈대밭부터 가려면 호남고속도로 논산 나들목을 빠져나가 강경-부여군 임천면(29번 국도)-양화면 입포리를 지나는 것이 좋다. 금강하구둑 근처에는 금강장(0459-951-8128)·시드니장(951-6187)·나폴리장(951-4222) 같은 숙박시설이 있다. 맛집으로는 장항읍 창선리 일대에 명가든(957-0040)·다정집(956-3868)·정우회일식(956-8055), 장항숯불구이(957-0181)·강경식당(956-0488)이 있다.전라·제주

해남 우항리

전남 해남은 두륜산 대둔사, 달마산 미황사, 녹우당 등의 문화 유산과 땅끝마을로 유명한 곳이다. 겨울철에도 중부 내륙 지방에 비해 그다지 춥지 않고 차밭의 푸르름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최근 들어서는 황산면 우항리의 공룡 발자국이 여행지로서의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

금호방조제가 완공되면서 호수로 변해버린 금호호의 우항리 해안가. 그곳은 바로 공룡들의 놀이터였다. 찾는 이가 부쩍 늘면서 면 소재지에서부터 공룡 화석지 입구까지 직선으로 아스팔트 포장 도로가 생겨났다. 거대한 공룡 조각품들이 군데군데 서있어 머나먼 선사 시대로 여행하는 기분을 한껏 살려준다.

발자국을 보러 가는 해변길 들머리에는 다음과 같은 안내문이 붙어 여행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이곳 우항리 해안 일대는 중생대 백악기 시대(약 9천만년 전) 호수 지역으로, 호남에서는 최초로 용반목·조반목·수반목 등의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물갈퀴 달린 새 발자국 화석의 집산지로 밝혀져 국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세계적인 퇴적학 명승지입니다. 그리고 이판암·이암·사암 등으로 형성된 퇴적암층은 해식으로 인한 절벽을 이루고 있어 층리가 뚜렷이 나타나며, 그 높이가 1∼4m로 해안을 따라 3㎞ 정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많은 발자국들은 풍화 작용으로 인한 훼손을 방지하고 인간 손길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초록색 천막으로 가려져 있다. 주차장에서 한 20분쯤 걸어가야만 천막 옆에 뚫린 창문을 통해 제3지구 대형 공룡 발자국 화석을 감상할 수 있다.

금호호 철새와 갈대밭 감상은 공룡 발자국 보러 가는 길에 덤으로 얻는 것이다. 저녁 무렵이면 황금빛을 발하는 갈대와 떼 지어 호수 위를 나는 철새들을 볼 수 있다.

◆여행 메모:해남읍과 진도대교를 잇는 18번 국도 중간쯤에 우항리가 자리한다. 공룡화석지(0634-532-7225)는 입장료나 주차료를 받지 않는다. 우항리의 맛집으로는 고향식당(534-1697)·다복정식당(532-3470)·한라정(532-2771) 등이 있다.

김제 심포

전북 김제시 서쪽 바닷가로 가면 지평선을 볼 수 있는 진봉반도가 펼쳐진다. 진봉반도 끝머리 부분에 심포라는 작은 포구가 숨어 있다.

심포는 백합 조개 주산지였으나 주변의 드넓은 개펄이 새만금 보상 이후 주인 없는 무주공산이 되어 버려 남획되고 말았다. 하지만 백합 종패는 자리를 옮겨다니며 제 몸의 크기를 키우고 있어 멸종 단계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 어쨌거나 개체 수가 현저하게 줄어든 것만은 사실이다. 그래서 심포 어민들이 백합을 잡으려면 먼바다까지 나가야만 한다.

“1㎏에 만원이면 싼 거제. 쬐그만 것들은 5천원에서 8천원 해요.”

잡아온 백합은 선착장에 내려지자마자 흥정이 붙는다. 북한산 백합이 수입될 정도로 백합이 귀해져서 심포 포구 앞바다 개펄에서 잡아오는 백합은 그야말로 금값이다.

최근에는 백합 조개 캐기 관광 열차 프로그램도 생겨나 백합은 귀한 먹거리 반열에 올라서 있다. 조개에 생고추·파를 썰어 넣고 끓인 죽합탕도 별미이다. 가까운 거리에 망해사라는 사찰이 있다.

◆여행 메모:김제에서 심포까지는 시내 버스가 수시로 운행하며 근처에 화려한 관광지처럼 숙박시설도 여럿 생겨났다. 김제횟집(0658-543-6535)·바다횟집(543-6529)·심포횟집(543-3800) 등이 별미촌을 이루며 백합탕·생합회·죽합탕과 각종 회를 취급한다.

제주 지삿개 해안

제주 중문관광단지 일대는 남국의 정취가 뛰어난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관광단지이다. 중문관광단지에서 한국관광공사와 퍼시픽산장을 지나면 씨빌리지 호텔을 만나게 된다. 이곳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요즘 한창 공사 중인 컨벤션센터 공사장으로 5분쯤 올라가 대포동 해안으로 내려가면 그동안 숨겨졌던 비경을 만나게 된다. 바로 지삿개이다.

대포동 해안에는 1㎞가 넘게 해안선을 따라 용암과 파도, 거센 바람이 빚어놓은 거대한 육각형 돌기둥이 높고 낮게 서있다. 바다에서 하늘을 향해 거대한 죽순처럼 뻗어올라 장관을 이룬 직육면체 돌기둥을 지질학적으로 ‘주상절리’라 한다. 제주도 사람들은 이곳을 지삿개라고 부른다. 지삿개 해안에는 해녀들이 바다에서 잡아온 소라와 전복을 팔기도 한다. 지삿개는 제주 사람들이 육지인에게는 알리지 않고 몰래 아껴두고 보는 곳이라는 말이 전할 만큼 절경이며, 특히 원시적인 자연의 아름다움이 넘친다.

중문관광단지 끝에 위치한 씨빌리지 호텔 안에는 민속 박물관이 있다. 토속적인 초가 모습의 호텔은 별장 분위기가 넘친다. 그 안의 민속 박물관은 제주의 옛 어촌 베릿내마을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여행 메모:중문관광단지까지는 제주 공항에서 중문단지를 들러 서귀포까지 운행하는 공항 리무진 버스가 15분 간격으로 운행. 씨빌리지(064-738-5511) 민속촌 입장료는 1천3백20원. 애월읍 선영상기획 김요왕씨(746-9115)에게 연락하면 제주의 소문 나지 않은 여행지들을 잘 안내해 준다.경상

부산 청사포

부산의 젊은이들은 바다를 보러 가자 하면 해운대나 광안리가 아닌 청사포를 우선으로 생각한다. 지명이 퍽이나 인상적이다. 물론 푸른색 모래가 있을 리야 없겠지만 ‘청사포’라는 명사는 여행자들의 기분을 들뜨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해운대에서 송정 방면으로 해안도로를 타고 가다 달맞이고개를 넘으면 바로 ‘청사포’ 안내판을 만난다.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은 차 2대가 겨우 교차할 정도이지만 바다가 보이는 길이어서 그런지 좁게 느껴지지 않는다. 부산과 포항을 잇는 동해남부선 철길을 건너면서 해변 마을이 시작된다. 횟집이 줄지어 있고, 바다로 뻗어나간 방파제로는 쉼없이 파도가 밀려든다. 부산 지역 미식가들은 회를 맛보러 길을 나설 때 늘 청사포를 찾았다.

미역도 지나칠 수 없다.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 말까지 청사포 사람들은 앞바다로 나가 미역을 채취한다. 청정 해역에서 자란 미역은 양식산이라 해도 돌미역과 진배없다. ‘쫄쫄이’라고 불리는, 줄기가 탱탱한 미역은 요즘 시세가 ㎏당 1천4백원인데 쫄쫄이 미역이야말로 최상품이다.

맑은 날이면 대마도까지 보인다는 청사포. 그 포구에 가서 바다만 바라보고 회만 먹고 오면 제대로 된 여행에 못 미친다. 남쪽에 서있는 늙은 소나무 한 그루를 만나 보아야 한다. 이 소나무의 이름은 ‘청사포 망부송’이다. 소나무 앞에는 그 내력이 자세히 적혀 있다.

◆여행 메모:청사포 해변의 맛집들로는 울산횟집(051-703-4848)·수정횟집(702-7878)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울산횟집은 2대째 명성을 날리고 있으며 일본에서 발행된 <세계 1등 여행>이라는 안내 책자에도 소개되었다. 광어회·우럭회 등은 1kg당 5만∼6만 원선, 소라나 전복은 이 마을 잠수부들이 바다 속으로 들어가 직접 캐온 것들이다. 해운대에서 청사포까지 시내 버스가 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울산 울기공원

울산 여행자가 가장 먼저 찾아가야 할 곳은 울산시 동구 일산동 울기공원이다. 일출 명소이면서 울산 시민들의 아침 운동 장소로 애용되고 있다. 봄철이면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등대에 이르는 5백m 산책로가 벚꽃으로 뒤덮인다. 공원에는 해송도 즐비하게 자란다. 60년생 해송의 수는 무려 1만4천여 그루.

부지런한 여행자라면 등대 옆으로 난 소로 끝의 대왕암 근처에 가서 일출을 맞이할 일이다. 해돋이를 촬영하면 동해의 추암 일출이나 남해의 향일암 일출 못지 않은 작품 사진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울기공원 옆에 위치한 일산해수욕장은 1㎞ 백사장이 반달처럼 뻗어 있어 포근한 느낌을 준다. 울기공원 체력단련장에서는 해수욕장 전경이 내려다보인다. 이 해변도 해맞이를 하기에 훌륭한 포인트이다. 파도가 심하게 몰아치는 날이면 해변에서 떠밀려온 미역 줄기를 건져내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아, 자연산 미역 아닌교?”

무릎까지 빠져가며 바다에서 미역을 건지는 그들은 어린아이들처럼 즐거운 표정을 짓는다.

◆여행 메모:울기공원과 가까운 방어진항 내에는 짱아횟집(052-235-5062)·동대구횟집(233-7781) 등 횟집들이 즐비하다. 왕고래집(232-6831)에서는 고래고기 수육·육회도 판다. 방어진항은 아침 7시께면 오징어를 사러 오는 상인들, 바닷물을 실어 가는 물차들로 북적거린다. 수협 위판장의 경매 모습은 오전 9시30분부터 볼 수 있다.

봉화 청량산

경상북도 봉화는 산으로 둘러싸인 고장이다. 영주와 가까운 봉화 읍내에서 동쪽끝 석포면에라도 가려면 미시령이나 한계령 같은 험준하고 구비구비 도는 고개를 1시간 반쯤 소진해 가며 2개나 넘어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안동시와 맞닿은 남쪽에는 청량산이 자리잡아 또 한번 봉화가 산의 고장임을 깨닫게 해준다.

봉화를 상징하는 여행지는 청량산도립공원(0573-672-4994)과 그 안에 들어선 청량사. 청량산은 예로부터 소금강이라고 일컫고 퇴계 선생이 ‘청량산 육육봉을 아는 이 나와 백구’라고 감탄했을 만큼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등산로 입구에 차를 둔 뒤 산허리를 도는 등산로를 따라가면 육육봉을 비롯해 신라 시대 명필 김생이 공부한 김생굴, 퇴계 선생이 수신 양덕했던 청량정사와 청량사 유리보전, 응진전 등 명소를 1시간∼1시간30분이면 돌아볼 수 있다.

청량사는 전설에 따르면 신라 문무왕 3년(663)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법당인 유리보전의 현판은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곳에 왔을 때에 쓴 친필이라고 한다. ◆여행 메모:동서울터미널에서 하루 7회 봉화행 직행 버스가 떠난다. 승용차로는 중앙고속도로를 탄 뒤 제천-단양-영주를 거친다. 숙박 시설로는 봉화읍내에 낙원장(673-2351, 이하 국번은 모두 동일)·신라장(2049)·이화장(3533) 등이 있다. 맛집으로는 영빈식당(4107)·성대숯불식당(7897)·수성식당(5239)이 있다. 청량산 등산로에는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6389)이라는 전통찻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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