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 한입이면 입맛 · 건강 일거양득
  • 吳允鉉 기자 ()
  • 승인 2000.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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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뿌드드한 춘곤증 봄나물로 이긴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봄나물과 관련된 추억 한두 가지씩은 가지고 있다. 주부 김 아무개씨(33·서울 중계동). 그녀는 시장에서 냉이나 달래를 보면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봄나물을 보면 내가 캐온 나물에 갖은 양념을 섞어 반찬을 만드시던 어머니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어려웠던 친정 살림까지….”

그 추억 때문에 김씨는 요즘도 봄만 되면 양수리 근처 들판으로 나간다. 아이들과 함께 쑥·냉이·고들빼기 따위를 캐며 알싸한 추억을 곱씹는 것이다.

계절이 바뀌면서 김씨처럼 봄나물을 찾아 나서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단지 향수나 추억 때문만이 아니다. 한겨울 내내 잿빛 풍경에만 시달린 우리의 몸과 입맛이 ‘봄’을 기다려서이다. 봄나물에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이 들어 있는데, 추위를 견디느라 체력을 소진한 우리 몸이 그같은 영양소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민족의학자 장두석씨는 “식물은 잎을 통해 햇빛과 공기를 받아들이고, 뿌리를 통해서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를 흡수한다. 때문에 나물을 먹는다는 것은 곧 우주 정기를 섭취하는 것이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온실에서 비료를 뿌려 키운 나물보다 흙내 나는 야생 나물을 먹으라고 권한다.

하지만 현대인에게 야생 봄나물은 너무 멀리 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바구니 달랑 들고 시장으로 나간다. 온실에서 자란 나물도 나물은 나물. 어떻게 요리해서 먹느냐에 따라 몸에 기운을 얻을 수도 있다. 요리 전문가와 한의사들의 도움을 얻어 봄나물 이용법과 효능을 소개한다.

달래술, 빈혈·간장병 치료에 좋아

냉이는 봄나물의 대명사로 꼽힌다. 가장 먼저 봄 식탁에 오르고, 향기가 제일 풍부하다. 단백질 양이 봄나물 가운데 가장 많고, 칼슘·비타민(A·B1·B2·C)도 골고루 들어 있어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양기를 돋운다. 특히 자궁 출혈 등 여성 병에 이롭다.

조개나 마른 새우와 함께 국을 끓여 먹으면 피를 끌어다 간에 들어가게 하고, 눈을 맑게 한다 (<동의보감>). 봄철의 노곤함을 쫓아내는 데 제격이다. 냉이로 만들 수 있는 음식으로는 무침·국·밥이 있는데, 무칠 때는 잎과 뿌리를 따로 삶아야 비타민이 파괴되지 않는다.


달래는 식욕을 돋우는 대표적인 나물. 마늘과 닮았고, 성분도 비슷하다. 역시 칼슘과 비타민이 골고루 들어 있는데, 특히 비타민 C가 많아 미용에 좋고, 빈혈과 동맥경화를 예방한다. 한방에서는 달래를 불면증·장염·위염 치료와 강장에 이용한다. 그리고 혈액 순환·위장 강화·위암 치료에 좋다며 꾸준히 먹으라고 권한다.

달래는 삶으면 비타민 C가 60∼70% 파괴되므로 생으로 무쳐 먹어야 좋다. 무칠 때 식초를 치면 비타민 C가 파괴되는 것을 막는다. 술로 만들어도 좋은데, 소주를 달래의 1.5배 정도 부어서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두면 달래술이 된다. 보름 뒤 술을 걸러, 하루에 2, 3회 한잔(소주잔)씩 마시면 빈혈·간장병에 좋고, 정력을 높여준다.
단군 신화에서 곰을 여자로 만들어준 은 냄새가 강해 어떤 음식으로 만들어 먹어도 향기를 즐길 수 있다. 뜨겁고 쓴 성질과 무기질·비타민(특히 A)을 지니고 있어, 속을 덥게 하고 피를 멈추게 하고 항균 작용을 한다. 또 위장을 튼튼하게 해서 식욕을 돋우는가 하면, 체내 저항력을 길러주어 감기를 예방한다. 특히 ‘애쑥국에 산촌 처자 속살 찐다’는 속담처럼 여성을 윤기 있게 해주는 나물이다.

쑥은 3, 4월에만 나기 때문에 오래 먹을 수가 없는데, 쑥을 듬뿍 삶은 뒤 한 주먹씩 따로 싸서 냉동실에 놓고 요리해 먹으면 꽤 오랫동안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잘 말려서 베개 속에 넣어두면 은은한 향을 즐기며, 감기 예방 효과까지 볼 수 있다.

쑥차 만드는 법:우선 쑥을 종이 봉지에 넣고 그늘에서 잘 말린다. 물 1ℓ에 말린 쑥 200g을 넣고 은근한 불에 달이면 향긋한 쑥차가 된다. 쓰다고 설탕을 넣는 것은 금물. 결명자와 함께 끓이면 쓴맛이 줄어든다.

봄나물 이용한 ‘퓨전 요리’ 속속 등장

가시 많은 나무에서 따는 두릅은 칼슘·인·단백질·회분이 풍부하다. 비타민 C도 많은 편이어서 한방에서는 고혈압·당뇨병·신경통 치료제로 쓰인다. 간 해독에도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끓는 물에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데, 밑둥에 칼집을 내어 데치면 골고루 익는다. 튀김옷을 입혀 튀겨 먹기도 한다. 잘게 썬 달래·고춧가루·식초·깨소금을 넣은 간장에 찍어 먹으면 한결 맛있다.

두릅 튀김 만드는 법:두릅 300g, 감자가루 반 컵, 실고추, 통깨, 밀가루 반 컵, 물 1컵, 다진 파·마늘 약간을 잘 버무려 기름에 적당히 튀기면 된다.

돌나물에는 칼슘과 비타민 C가 많이 들어 있다. 간염·황달에 좋아 생즙으로 마시고, 피를 맑게 해 물김치를 담가 먹기도 한다. 날것을 초고추장이나 간장에 찍어 먹어도 좋다.

씀바귀는 이름에서 드러나듯 쌉싸름한 맛이 특징이다. 이 쓴맛은 입맛을 돋울 뿐만 아니라 위장을 튼튼하게 해 소화 기능을 촉진한다. 예로부터 이른봄에 씀바귀를 많이 먹으면 그 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무침으로 많이 해먹지만, 버터로 볶은 뒤 새우를 넣고 볶음밥을 만들면 새로운 맛이 난다.

민들레는 여러 가지 영양소를 가지고 있어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열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 젖이 적은 산모의 고민도 덜어준다. 주의할 점은 재래종(꽃받침이 짧고 위로 향함)과 서양종(꽃받침이 하나하나 길게 처져 있음)을 구분해 먹으라는 것.

민들레는 주로 무쳐 먹지만 술로 담가도 유용하다. 잘 씻은 민들레 뿌리·순과 소주를 1대 2∼3 비율로 붓고, 20여 일간 숙성시키면 강장에 좋은 ‘약술’이 된다.

최근에는 봄나물을 옛날 식으로 요리하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만드는(상자 기사 참조) 사람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요리로는 봄나물 샐러드가 꼽힌다. 돌나물·달래·원추리·미나리 등 연한 나물을 다른 야채와 버무린 뒤 프렌치 드레싱과 겨자 소스를 뿌리면 새콤달콤한 봄나물 샐러드가 완성된다. 피자에 피망·양파 대신 냉이·달래를 얹어도 색다른 피자가 탄생한다. 일종의 퓨전 요리인 셈.

자연산 미나리·씀바귀·달래 고르는 법

봄나물을 시장에서 살 때는 연하면서 색이 짙은 것을 골라야 한다. 그리고 만졌을 때 부드러우면서 습기가 많은 것이 신선하다. 냉이는 뿌리가 길면서 잔뿌리가 적고, 살이 통통해야 맛있다. 잎에서 뿌리까지가 7∼10㎝ 정도 되어야 상품이다(길면 질기다).

씀바귀는 뿌리가 노란빛을 띠면 자연산, 하얀색이면 온실에서 키운 것이다. 미나리는 뿌리 색깔이 자줏빛이 나면서 줄기가 많으면 자연산, 달래는 잎이 가늘고 뿌리가 반짝이면 자연산, 돌나물은 크기가 작은 것이 자연산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직접 야외로 나가 싱싱한 산나물도 뜯고 걷기 운동도 하려면 몇 가지 도구를 챙겨야 한다. 우선 <쉽게 찾는 우리 나물>(현암사) <자생 식물 대백과> (가람기획) 같은 식물 도감은 봄나물을 알아보는 데 유용하다. 목장갑과 봉지는 캐고 담는 데 필요하다.

요즘에는 일부 여행사나 농협·군청 등에서 4월쯤 나물 캐기(뜯기) 행사를 벌이기도 하는데, 나물의 뛰어난 약효 때문일까, 아줌마·아저씨 들이 엄청나게 몰리는데, 문제는 쑥 같은 나물을 뜯으러 가서 자연을 ‘쑥대밭’으로 만든다는 점이다. 올 봄에 다시 ‘출정’하게 될 몰염치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충고 몇 마디.

‘나물의 뿌리를 뽑지 말라. 호미나 칼을 이용하지 말고 손으로 뜯어라. 한 포기에서 조금씩만 뜯어라. 잎을 죄다 따면 말라 죽기 때문이다. 또 하나. 발 밑을 잘 보라. 어린 순이 죽을 수도 있다.’

봄나물의 아름다움은 그 맛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푸르름과, 5∼8월에 피어나는 알록달록한 꽃에도 있다. 그것을 보호하고 지키는 일, 그것은 몸의 건강을 지키는 일보다 훨씬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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