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 효능 뺨치는 `색깔 음식`들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4.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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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깔 진한 채소·과일, 영양가 있게 제대로 먹는 법
색깔 있는 채소나 과일이 몸에 좋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다. 그러나 세부 내용에 들어가면 사정은 달라진다. 채소가 함유한 영양 성분이나, 그것을 좀더 이롭게 먹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이 대충, 적당히 알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그런 부실한 정보가 ‘식탁의 색깔’을 바꾸는 바탕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청담동에 사는 황 아무개씨(40·주부)는 큰아들(13)에게 7개월째 검은콩 식품을 먹이고 있다. 이유는 하나, 아들의 산만한 학습 태도를 바꾸기 위해서이다. 그가 검은콩의 효과를 알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지난해 5월 텔레비전에서 검은콩이 아이들의 집중력을 높인다는 내용을 보고, 아들에게 검은콩 우유·자반·밥 등을 먹여왔다. 효과를 보았느냐는 질문에 황씨는 “아직은 없다”라고 얼버무렸다. 물론 검은콩의 성분이나 다른 효과에 대해서도 그녀는 아는 내용이 거의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일반인이 접하는 식품 정보의 내용이 부정확한 데다, 때로는 오류까지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식품 전문가들은 그런 점이 건강을 해치고, 경제적 낭비를 부른다고 충고한다. 그들은 말한다. “되도록 자세히 알고, 되도록 다양하고 진한 색깔을 섭취하라!” 돌아보면 식품에 관한 자료는 얼마든지 있다. 최근에는 웰빙 바람을 타고 ‘블랙 푸드’에 관한 정보가 언론과 인터넷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내용을 중심으로 색깔과 영양에 대한 바른 정보를 알아본다.
우리가 최근 건강식으로 먹는 흑임자(검은깨) 흑미 표고버섯 건포도 흑태(검은콩) 오징어먹물 등은 모두 색깔이 까맣다. 보랏빛 나는 가지·포도·체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검은빛이 난다. 이들 식품이 검은빛을 띠는 것은 안토시아닌이라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서이다. 검은색이 짙거나 엷은 것은 안토시아닌의 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최근 영양학상 별 볼 일 없는 것으로 간주하던 안토시아닌 성분에서 새로운 효능을 속속 발견해냈다. 우선 강력한 항산화 물질(몸속 음식물이 산화할 때 생긴 산소가 세포를 손상하고 혈관을 막는데, 이 과정을 저지하는 물질)임을 밝혀냈다. 뛰어난 항산화 물질은 심장질환·뇌졸중의 위험을 많이 줄이고, 면역력을 강화해 암·성인병·노화를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시력을 좋게 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의 눈에는 망막에서 빛을 감지해 이를 뇌에 전달하는 색소(로돕신)가 있는데, 안토시아닌이 이 색소의 재생을 돕는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 무랄레다란 나이르 박사는 실험을 통해, 체리에 든 안토시아닌이 아스피린보다 소염 효과가 10배나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한방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검은 식품을 주목해 왔다. 오장(五臟) 가운데 가장 막중한 역할을 하는 신장을 보해주는 식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짙은 검은색 식품을 높게 평가한다. 한의사들에 따르면, 검은 식품은 위장과 혈관을 데워서 소화를 잘되게 하고, 피를 잘 통하게 해준다. 신장을 자극해 몸속 노폐물을 빨리 배출되도록 돕는 일도 중요한 효능 가운데 하나이다.

검은 식품의 효능을 더 세세히 살펴보면, 검은콩은 여성 질병인 난소암·유방암·골다공증·안면 홍조 예방에 효과가 있다. 콩 속에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이 효능을 발휘하도록 돕는 이소플라본이 많이 들어 있는 덕분이다. 우리가 아무렇게나 뱉어버리는 검은 수박씨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준다. 돼지고기를 먹을 때 수박씨를 적당히 먹으면 건강에 이롭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석이버섯과 목이버섯도 생긴 것과 달리 인체에 상당히 이롭다. 석이버섯을 오래 먹으면 정력과 얼굴색이 좋아지고, 이질·설사·신경통·고혈압·대장염·당뇨병 예방에 좋다. 목이버섯은 인체에 꼭 필요한 단백질, 지방, 칼슘, 인, 철, 당, 비타민 A·B·C 등을 함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지는 93%가 수분이지만 탄수화물·칼슘·인·비타민 A와 C를 함유해, 피를 맑게 하고 빈혈 증세를 완화해 준다.
2004년 한국에서 블랙 푸드 바람이 불고 있다면, 일본에서는 1990년대부터 조용히 레드 푸드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주역은 토마토이다. ‘식탁 위의 붉은 혁명’이라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토마토의 인기가 치솟은 이유는 라이코펜이라는 붉은 색소 덕분이다.

라이코펜은 다른 카로티노이드류와 함께 빨간 사과·고추·피망과 딸기·수박·대추·석류 등에 들어 있는 물질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라이코펜은 항암제로 널리 알려진 β-카로틴보다 두 배나 높은 항암 효과를 발휘한다. 몇해 전 이스라엘의 한 연구팀은 라이코펜의 암세포 성장 억제력이 β-카로틴보다 10배나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라이코펜은 안토시아닌처럼 항산화 작용을 해서 동맥경화와 암을 예방하기도 한다.

특히 토마토에 든 라이코펜의 효과가 화제다. 1986∼1992년 미국 하버드 대학 연구진은 4만8천명을 대상으로, 1백31 가지 가공 식품 가운데 어떤 식품을 먹고 어떤 병에 걸렸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전립선암을 억제하는 네 가지 가공 식품이 밝혀졌다. 토마토 소스와 토마토, 그리고 피자와 딸기 가공 식품이었다. 더 의미 있는 사실도 밝혀졌다. 1주일(21회 식사) 동안 10회 이상 토마토 가공 식품을 먹은 피시험자가, 그렇지 않은 피시험자보다 전립선암 발생률이 45%나 낮았던 것이다.

토마토의 단맛을 내는 글루탐산의 효과도 주목되고 있다. 글루탐산은 일종의 다시마 국물 역할을 해서 입맛을 돋운다. 또 다른 함유 성분인 시트랄과 헥사놀·헥사날은 아예 방향제 역할을 한다. 육류나 어류의 냄새를 제거하는 것이다. 토마토의 신맛은 또 어떤가. 입안의 느끼함을 해소해 주는 효과를 발휘한다(<토마토 이야기>).

일본식품과학공학회 이사인 이시구로 유키오 씨는 토마토가 특히 알코올과 궁합이 잘 맞는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토마토 주스에 든 라이코펜은 음주 뒤 기분을 맑게 해준다. 과음을 하면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아세트알데히드가 발생해 기분이 나빠지는데, 라이코펜이 이것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술자리 가기 두 시간 전에 토마토 주스를 마셔두면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토마토 혁명>에서).
채소가 노란색을 띠는 것은 카로티노이드 성분 때문이다. 카로티노이드는 노랑·주황 색소로서 동식물계에 수백 종이나 분포한다. 카로티노이드는 분자 내에 산소를 함유하지 않는 카로틴류와, 산소를 함유하는 카로틴류로 대별된다. 전자의 대표 선수는 β-카로틴(당근 뿌리와 녹색 잎·달걀 노른자·혈액 등)과 라이코펜(토마토·수박·딸기 등)이다. 후자의 대표 선수는 루테인(달걀 노른자·녹색 잎·꽃잎)과 제아잔틴(황색 옥수수·노른자) 등이다.

이들 물질은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역할을 한다. β-카로틴은 비타민A 공급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인체에 들어와 비타민A로 전환되는 것이다. 비타민A는 정자를 만들고, 면역력을 높여주고, 식욕 증진 및 성장 촉진에 도움을 준다.

루테인과 제아잔틴은 시금치에 특히 많이 들어 있는데(시금치가 녹색인 것은 엽록소가 이 성분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력 보호에서 탁월한 힘을 발휘한다. 루테인과 제아잔틴은 광선 가운데 청색 스펙트럼의 폐해로부터 노란 꽃을 보호한다. 시각에 매우 중요한 망막의 민감한 중앙 부위인 황반에서도 똑같이 기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한 역학 연구에서는 루테인과 제아잔틴을 다량 섭취한 사람에게서 노년층의 주요 실명 원인인 황반변성 발생 위험이 40∼45%나 낮았다. 한 과학자는 이런 루테인과 제아잔틴의 효능을 ‘인체 내의 선글라스’라고 말했다(<뉴스 위크> 1999년 12월15일자).

담배나 술을 즐기는 사람은 카로티노이드를 더 많이 섭취해야 한다. 혈액 중의 카로티노이드 양이 담배와 술을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20%나 낮기 때문이다. 술과 담배를 모두 하는 사람은 더 낮아서, 술·담배를 하지 않는 사람의 50%밖에 안된다. 몸 안의 부족한 카로티노이드를 원상 회복시키는 방법은 달리 없다. 당근 주스나 토마토 주스를 마셔야 한다. 담배와 술을 모두 즐기는 사람은 토마토 주스나 당근 주스를 하루에 4캔 정도, 담배나 술 가운데 한 가지만 하면 2캔을 마시면 된다.

피망은 색깔에 따라 카로티노이드 함유량이 다르다. 가장 많이 함유한 색은 역시 빨강이다. 녹색 피망과 달리 빨간 피망에는 카로티노이드가 듬뿍 들어 있다. 비타민C도 색깔에 따라 함유량이 다른데, 역시 빨간 피망이 100g당 170㎎을 함유해 녹색 피망(78㎎)보다 두 배 이상 많이 함유하고 있다(오렌지는 50㎎).

어린이들이 즐겨 마시는 노란 청량음료에도 카로틴이 들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 화학적으로 합성한 인공 카로틴이다. 인공 카로틴을 많이 마시면 오히려 질병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베타카로틴과 리코펜 등의 녹황색 채소나 과일을 섭취해야만 얻을 수 있다.
채소가 녹색으로 보이는 것은 오로지 엽록소라는 색소 때문이다. 이 색소는 물에 잘 녹지 않는 지용성이어서 조리 중에도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엽록소는 엄격히 말해 영양소가 아니다. 그러나 상처를 낫게 하고, 세포를 재생시키고, 혈액을 맑게 하고, 지혈 작용을 한다. 또한 암 예방과도 깊은 관계가 있는데,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암의 원인이 되는 세포 돌연변이를 10분의 1로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콜레스테롤과 혈압을 낮추어 고혈압과 동맥경화증 예방 기능도 한다.

흰색을 띠는 마늘·양파·파의 흰 뿌리도 다양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 재주는 주로 알라신이라는 물질 덕에 나타난다. 알라신은 자극성이 강하지만, 강력한 항암력을 발휘한다. 또한 엽록소처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려 고혈압과 동맥경화 예방에도 효과를 나타낸다. 감자 무 양파 콩나물과 오이 속, 배추 줄기에는 식물에 널리 분포하는 황색 계통의 색소 플라보노이드도 들어 있다. 이 성분은 세포의 손상을 막아주고, 유방암과 골다공증 같은 여성 질병 발병을 억제한다. 녹색·흰색 야채는 이처럼 가랑비가 속옷을 적시듯 우리 몸을 이롭게 만든다. 그러나 흰쌀이나 밀가루·설탕·소금·조미료 같은 일부 흰색 음식은 삼가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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