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복제 ‘심판’할 배심원 모집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1999.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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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지식이 부족해도 상관없습니다. 생명 복제에 관심이 있는, 18세 이상 시민이라면 누구든지 환영합니다.” 국민대 김환석 교수(54·기술사회학)는 요즘 ‘시민 배심원(패널)’을 찾아다니느라 바쁘다. 오는 9월10∼13일 열릴 ‘생명복제기술 합의회의’(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주최)에 참여할 패널들이다.

합의회의란 80년대 이후 유럽에서 시작된 시민 참여 제도로, 일종의 과학기술 법정을 떠올리면 된다. 생명 복제 기술을 추진하는 생명공학자(피고)와 이 기술의 법적·윤리적 문제를 놓고 비판하는 전문가(검사)가 법정(합의회의)에서 격돌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배심원(시민 패널)들이 최종 판단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이들의 판단은 정책 결정 과정에 참고 자료로 쓰일 수 있게끔, 보고서 형태로 묶여 국회·정부 기관·언론에 전달된다.

이번 합의회의 책임자인 김교수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맡게 된다. 첫번째는 생명공학에 문외한인 배심원들이 쟁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전 학습을 이끄는 선생님 역할이다(패널들은 7월과 8월 두 차례 주말 예비 모임을 갖는다). 두번째는 공정한 토론이 이루어지도록 합의회의를 이끄는 판사 역할이다.

일각에서는 김교수 이력에 비추어 ‘판사의 중립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97년 ‘참여연대 과학기술 민주화를 위한 모임’ 창립을 주도한 이래 그가 이제껏 한국 사회에서 ‘성역’으로 남아 있던 과학기술 정책 분야에 줄창 돌을 던져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 주도권을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지 과학기술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김교수의 설명이다.

기술사회학을 공부하러 영국에 유학하기 직전까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연구원 생활을 한 그는, 과학기술자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았다.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오늘날 많은 과학자들이 엘리트 의식에 빠져 있는 것은 과학기술의 최종 소비자인 시민과 접촉할 기회가 차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한다. 지난해 제 1차 합의회의에서 만난 과학자들은 그의 소신을 뒷받침해 주었다. 시민들이 과학기술 정보에 목말라 하는 것만큼이나 과학자들도 자기 생각을 여과 없이 전달할 창구에 목말라 있었다.

이번 생명복제기술 합의회의에 시민 패널로 참가하고 싶은 사람은 6월5일까지 전화(02-562-9026) 또는 인터넷(www.unesco. or.kr)으로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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