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에 목마른 회사원을 위한‘가족 사진’ 사보
  • 朴在權 기자 ()
  • 승인 1999.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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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체제가 들어선 뒤 한창 구조 조정을 진행 중인 회사. 직원들끼리 함께하는 술자리가 뜸하다. 감원·감봉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 이런 분위기에서 ‘회사형 인간’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과연 종업원들이 예전처럼 회사에 충성을 바칠 수 있을까?

삼성코닝 이웅교 홍보팀장(40·가운데)이 99년 사보 제작 주제로 ‘화합’을 선택한 것은 그 때문이다. 첫 번째 작품이 지난 3월호 사보. 2백여 임직원 가족 사진을 담은 컬러 화보집이다. 그동안 소식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던 사보의 틀을 깼다는 점도 신선하지만,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우리는 한가족이다’라는 표제이다.

삼성코닝의 사보 제작 실무를 맡은 (주)화인 김경옥 대리(32·왼쪽)는 의외로 가족이 함께 찍은 사진을 갖고 있는 직원이 드물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직원은 부랴부랴 가족과 한밤중에 사진관을 찾기도 했고, 작고한 부모님과 함께 찍은 사진을 들고 온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그밖에도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 연애 시절의 추억을 담은 사진들이 모였다. 이 다양한 ‘가족 사진’이 독자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반응은 아주 뜨거웠다. 평소 2천부를 찍던 사보를 3천부 발간했지만 금세 동이 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다른 기업체 사보팀에서도 한 권 보내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그만큼 정에 목말라했던 것 같다.” 장상만 대리(33·오른쪽)의 말이다. 이웅교 팀장은 이번에 싣지 못한 가족 사진을 추가로 싣고, 2/4분기부터는 부서 단합대회·봉사활동·동호회·7개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사진 등을 계속해서 싣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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