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 명의 비술 전한다
  • 남문희 기자 (bulgot@sisapress.com)
  • 승인 2004.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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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도 못 고치고 한의원에서도 포기할 때 마지막으로 찾는 곳이 있다. 이른바 용하다고 소문난 ‘향토 명의’들이다. 침 하나로, 아니면 부항이나 뜸으로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내곤 하는 향토 명의들. 그러나 그들의 활인 비법도 현행 의료법에서는‘무면허 유사의료행위’이다.

인산 김일훈 선생에게 사사한 김석봉씨(45·동양자연의학연구소장)가 지난 15년 간 전국의 향토 명의를 찾아 나선 것도 바로 그런 부조리한 현실 때문이다. 한때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산 선생조차 무면허라는 이유로 고초를 겪는 것을 본 그는 전국에 ‘또 다른 인산 선생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무작정 집을 나섰다. 김씨는 그동안 만난 2백여명 중 39명의 인생 역정과 활인 비법을 최근 세 권의 책으로 묶어 냈다(<신 향토명의> 명의편·달인편·비방전승편, 한솔미디어 펴냄).

그가 현장에서 보고 들은 그들의 현실은 ‘죽을 병 고쳐 주고 범법자가 되어야 하는’ 참으로 기가 막힌 것이었다. 김씨는 “중국은 가도의생이라는 제도를 두어 향토 명의들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는데 우리는 그나마도 못하게 탄압해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의료제도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대부분이 70대 이상인 그들마저 세상을 떠나버리면 이 땅의 민초 의학은 명맥이 단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 급한 대로 향토 명의들의 활인 비법의 맥을 잇기 위해 책을 펴내고 전수 교육에 뛰어들었다. 지난 2월28일 토요일 오후 3시 서울 남영동에 있는 동양의학전수협회 사무실. 전국에서 달려온 12명의 연수생들에게 흡각요법 창시자인 강봉천옹(78)이 구슬땀을 흘리며 흡각요법의 이론과 실기를 전수했다.

흡각요법이란 인체의 등과 배 그리고 사지 등에 정해진 순서에 따라 건부항을 약 40분 가량 붙여 둠으로써 내장기 내의 노폐물과 유독 가스를 뽑아내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이 단순한 치료법이 종합병원에서도 외면한 환자들의 생명을 살려내는 기적을 행하고 있다. “향토 명의들의 의술은 대체로 인체의 자연 섭리를 활용함으로써 현대 의학의 한계를 뛰어넘는 치료 효과를 낳고 있다”라는 김씨의 말이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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