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치 앓으면 중풍 온다?
  •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 www.eandh.org) ()
  • 승인 2004.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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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 건강, 심혈관 질환 예측의 바로미터…췌장암 발생과도 관련
‘명모호치(明眸晧齒)’. 중국 당나라의 시성 두보의 시 <애강두>에 나오는 말이다. 맑은 눈동자와 하얗게 빛나는 이라는 뜻으로 미인을 일컫는다. 요즘 말로 하면 ‘여자 얼짱’이다. 비단 옛날뿐만 아니라 지금도 치아는 우리 몸의 아름다움과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바로미터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미국 보스턴 대학 치과대 연구팀은, 최근 미국 심장협회가 발행하는 한 학술지를 통해 치아 건강 상태가 나쁜 사람은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치관주위염, 치은염, 손실된 치아 수, 치아 뿌리 상태, 충치 수 등을 기준으로 건강한 사람들과 비교한 결과, 심장병 환자들이 이 질환을 많이 앓는다는 것이다. 치과 방문 때 쉽게 파악되는 이들 질환이 콜레스테롤 수치보다 심혈관 질환을 예측하는 데 더 정확한 지표라고 연구팀은 강조한다.

이같은 결과는 2002년 미국 하버드 대학 치과대 연구팀이 ‘치아를 많이 잃었거나 잇몸 질환이 있는 사람은 뇌졸중(중풍) 발생 위험이 57%나 높다’고 보고한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이렇게 치과 질환이 심혈관 질환과 연관되어 있는 이유를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선 잇몸병을 비롯한 각종 치과 질환을 앓게 되면 구강 내에 만성적 세균 감염이 일어나기 쉽다. 그런데 이들 세균이 혈액으로 침투해, 심장과 뇌에 이르는 혈관에서 염증을 유발하면 혈액 순환이 방해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치아가 부실한 사람은 심장병 예방에 좋은 섬유질 음식을 제대로 씹을 수 없어, 이들 섭취량이 줄어드는 것도 심혈관 질환의 한 원인이 된다고 설명한다. 치아 건강 상태가 나쁜 사람이 받는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치아를 많이 잃은 사람들은 췌장암 발생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 적이 있다. 치아가 많이 빠진 사람은 입안에 세균이 득실거릴 것이고, 이들이 소화기관으로 이동하여 ‘니트로스아민’이라는 발암물질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이 이 경우에 적용된다.
이밖에 단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충치 발생 위험이 높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들은 알코올 중독자로 발전할 유전적 요인도 가지고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알코올 중독자를 둔 집안 출신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단것을 좋아하는 비율이 2배 이상 높았다. 연구진은 단것에 대한 선호가 알코올 중독자로 발전하기 전에 나타나는 전조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렸다. 알코올을 좋아하는 동물이 단것을 더 많이 먹는다거나, 알코올이나 코카인 중독자들이 단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한편, 치실이나 치약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은 구강암 및 식도암 발생 위험이 줄었다는 등 치아 건강 유지를 위한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예컨대 탄산음료나 오렌지 주스를 마신 뒤 곧바로 양치질을 하면 산도가 높은 이들 음료에 의해 치아 표면의 에나멜이 부식될 수 있으므로 적어도 30~60분 뒤에 양치질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치아가 우리 몸 전체의 건강을 책임지는 파수꾼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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