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지 전쟁에 끼어든 스포츠 신문
  • 송철웅 (전 스포츠조선 기자) ()
  • 승인 2004.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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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가지 득세하자 무료 스포츠지 창간 붐…‘선정적·묻지마 기사’ 양산
지난 3월2일 스포츠서울21이 굿모닝 SEOUL을 발행하면서 스포츠 신문 무료 시대가 열렸다. 한국일보와 일간스포츠도 가칭 ‘메가 스포츠’를 비롯해 무가지 2종을 창간할 계획이다. 전직 스포츠 신문 기자 출신 등이 창간을 준비하는 무료 신문도 있다. 후발 주자인 이 신문들은 스포츠·연예 전문 무가지를 표방하고 있다. 지하철 독자들을 흡인하기 위해서는 스포츠 신문 형태를 따라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들 무료 스포츠지 창간으로 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국내 유료 스포츠 신문 시장이 크게 요동하고 있다. 유료 스포츠 신문 시장은 현재 스포츠서울·일간스포츠·스포츠조선·스포츠투데이·굿데이가 경쟁하고 있다. 회사 별로 40만∼50만 부씩 발행하는 스포츠 신문은 구독률과 열독률이 종합지를 포함한 전체 신문 가운데 상위 30% 안에 올라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유료 스포츠 신문들은 지난 1년여 동안 메트로·더 데일리포커스·AM7 등 무료 종합지들이 선전하면서 가판 판매율이 20∼30% 줄어들자 위기 의식을 느껴 왔다.

스포츠 신문사들은 그동안 사내에 ‘무가지 대책팀’까지 가동하며 대응 방법을 고민해 왔다. 스포츠서울과 일간스포츠는 고심 끝에 ‘이에는 이’ 전략을 택했다. 정보를 재가공한 종합지보다는 눈에 확 띄는 무료 스포츠 신문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무료 신문 창간 작업을 하는 기자 ㅎ씨는 “메트로나 포커스 같은 준종합지 형태가 광고 수입 측면에서는 더 낫지만 무료 신문은 독자들로부터 선택받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무료 신문 창간은 구조 조정과 인력 재배치를 위한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스포츠서울은 잉여 인력을 해고하지 않는 차원에서 굿모닝SEOUL을 창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한국일보사도 일간스포츠를 통해 경영에 보탬이 되는 무료 신문 창간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지난해 노사 갈등을 겪은 스포츠조선은 무료 신문 창간을 포기하고 노조원 20명을 경고 조처하고 2명을 해고했다. 사정이 이런 만큼 스포츠 신문 기자들의 열악한 근로 환경이 앞으로 크게 나아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무료 신문 창간에 따른 스포츠 신문 시장의 치열한 경쟁은 최근 매체마다 선정성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유료 스포츠 신문들마다 ‘아니면 말고’ 식의 연예 기사나, 음란성 시비를 불러일으킨 기사가 부쩍 많아졌다. 지난 2월12일 가수 이현우씨가 자신의 사생활을 보도한 한 스포츠 신문을 ‘쓰레기’라고 말했다가 사과하는 소동이 벌어진 것이 대표적 사례다.

스포츠 신문들의 선정성 논란은 크게 보면 이번이 세 번째다. 1999년 스포츠투데이, 2001년 굿데이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선정성 경쟁이 한 차례씩 절정을 이루었다. 스포츠 신문에 폭력과 섹스를 소재로 그린 만화, 정사 묘사가 절반 이상인 연재 소설, 경마·경정·경륜 등 도박 산업을 지원하는 기사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창간 당시 가족 모두가 함께 볼 수 있는 이른바 ‘패밀리 페이퍼(Family Paper)’를 지향하겠다고 공언한 스포츠 신문들이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자정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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