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정보 찾는 ‘3차원 검색 엔진’
  • 이원근 (한국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
  • 승인 2004.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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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검색 엔진’ 개발 성공…산업 디자인 등에 활용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우리는 인터넷의 위력에 놀랐고, 그 빠른 속도에 또 놀랐다. 정보 이용자들은 한때 정보의 홍수에 당황했지만, 구세주같이 등장한 검색 엔진 덕분에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단어 하나로 명령만 하면 세계의 구석구석에 있는 정보를 척척 대령하는 검색 엔진의 놀라운 능력 앞에서 사람들은 감탄했다.

검색 엔진은 이제 정보 이용자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손발’이다. 그러나 검색 엔진도 심각한 한계가 있다. 검색이 오직 단어(문자 및 숫자)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한계는 마치 동전으로만 작동하고 지폐나 카드로는 작동이 안 되는 자동판매기와 같다. 정보 홍수라는 말 뜻은 정보의 종류가 1·2차원을 뛰어넘어 3차원 정보까지 포괄하고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검색 엔진은 마땅히 3차원 정보에 대한 명령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 퍼듀 대학 등에서 연구 개발

검색 엔진의 원초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연구는 진작부터 있어 왔지만, 그동안 성과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제 그 결실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퍼듀 대학 연구팀과 프린스턴 대학 연구팀이 현재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이른바 ‘3차원 구조를 검색하는 엔진’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퍼듀 대학의 카틱 라마니 교수팀은 최근 산업용 물품을 검색할 수 있는 엔진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검색 엔진을 발명한 것은 산업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적지 않은 기업과 발명가들이 이미 존재하거나 특허 출원까지 끝낸, 또는 수요자로부터 거부당한 디자인인 줄 모르는 상태에서 특정 디자인 작업에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검색 엔진(구글·야후 등)은 여전히 2차원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구글의 경우 사진을 검색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미지를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설명하는 단어를 검색하는 것이므로 기본적인 검색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3차원 검색 엔진을 사용할 때는 자기가 찾고자 하는 그림을 검색 창에 마우스로 스케치하거나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를 올린 뒤, 이와 관련된 검색 단어를 추가로 입력한다. 그 다음에 ‘검색’키를 누르면 스케치와 유사한 3차원 그림을 모두 찾아서 보여준다. 초기 검색 결과에서는 비슷한 그림이 나오지만, 찾고자 하는 그림과 똑같은 것이 아닐 경우 컴퓨터 스크린에서 그림을 약간 길게, 혹은 짧게, 굽어지게 해서 다시 검색하면 더욱더 일치하는 항목을 찾아낼 수 있다.

3차원 검색 엔진이 스케치와 문자를 동시에 키워드로 사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우에 따라 단어가 더 효율적으로 검색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국회는 스케치로 검색하는 것보다 국회의사당이라는 단어로 검색해야 훨씬 더 빨리 찾아낼 수 있다.

보잉 사도 몇 년 전 항공기 부품을 폭넓게 재활용하기 위해 3차원 검색 엔진을 개발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내부용이었다. 현재 3차원 검색 엔진을 구축한 곳은 프린스턴 대학의 웹이다.

특허 출원·생명공학 연구에 쓰임새 커

3차원 검색 엔진은 이른바 ‘상호 작용’ 모델링 소프트웨어의 일종이다. 이 기기는 산업용 디자인뿐만 아니라 가상 공간의 아주 세밀한 곳까지 모든 디자인 풀에 침투가 가능해 그 활용 가치가 무척 크다. 부품·외장·건축물 등 각종 디자인에서는 모방이 아니더라도 유사한 디자인이 쉽게 개발된다. 그만큼 3차원 디자인 작품에 대한 검색과 비교는 절실한 문제이다.

3차원 검색 엔진은 무엇보다 제품을 설계하거나 특허를 출원할 때, 그리고 특허청의 데이터 베이스를 검색할 때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생명공학 연구 분야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단백질 같은 수많은 생체 물질의 3차원 구조를 언제든지 검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상의 3차원 캐릭터 디자인에 대한 저작권 분쟁도 사전에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시간과 노력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은 곧 산업의 효율과 제품 생산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뜻한다. 동시에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다양한 정보 검색과 수집이 가능하고, 웹 서핑의 영역이 확대된다는 의미가 있다.

검색 원리는 복셀(voxel)

그렇다면 3차원 구조는 어떤 원리와 방식으로 검색하는 것일까? 그 돌파구는 복셀(voxel)이 뚫었다. 디지털 사진기를 가진 사람이라면 픽셀(pixel)을 알고 있을 것이다. 픽셀은 디지털 사진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다. 각 픽셀은 점으로 된 작은 색 입자인데, 이 입자가 모여서 전체적인 사진을 구성하는 것이다. 같은 크기의 사진에서는 픽셀이 많은 사진이 더 선명하다.

복셀은 컴퓨터의 3차원 구조를 이루는 기본 요소이다. 각 복셀은 입체적으로 물체의 부피를 나타낸다. 가령 마티즈 자동차를 찾는다고 하자. 검색자는 우선 자동차의 모습을 스케치해 올린다. 그러면 3차원 검색 엔진은 그 스케치와 비슷한 그림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부피가 비슷한 그림을 찾아주는 것이다. 선풍기·의자 등도 같은 방법으로 찾아낼 수 있다.

정보 검색의 일대 전환점 마련

그러나 아직 한계가 있다. 자료가 부족해 모든 3차원 이미지를 검색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이용자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똑똑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프린스턴 대학 펑크 하우스 교수에 따르면, 단순한 패턴의 일치를 떠나, 컴퓨터가 스스로 패턴의 변이를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가령 사람의 3차원 구조를 검색한다면, 사람이 취하고 있는 자세가 다르더라도 그 모든 자세의 사람을 검색해야 하는데, 아직 그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3차원 검색 엔진은 우선 특수한 사업 영역에서 사용되면서 쉬지 않고 진화할 것이다. 최근 세계 최고의 검색 엔진으로 알려진 구글의 검색 품질국장 피터 노빅은 “이 기술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라고 밝혀 검색 엔진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카틱 라마니 교수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차원 검색 엔진 일반화야말로 진정한 정보화 시대의 시작이며, 정보 검색의 일대 전환점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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