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환경운동가 레스터 아르 브라운 “풍력 발전으로 핵 공해 풀 수 있다”
  • 朴晟濬 기자 ()
  • 승인 1997.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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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환경을 위해 각국 정부가 쓸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반환경적인 행위에 대한 규제 강화, 민간의 환경 정책에 대한 재정 지원, 재활용품 구매, 친환경적 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 다양합니다. 또 말썽 많
미국 워싱턴 시에 있는 백악관은 흔히 국제 정치의 심장부라고 일컬어진다. 그 백악관에서 여섯 블록 떨어진 곳에 세계의 심장부가 또 하나 있다. 그린피스와 함께 국제 환경 운동을 주도해온 월드워치 연구소가 바로 그곳이다. 이 연구소의 레스터 아르 브라운 소장은 세계에서 처음‘지속 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개념을 내놓아 국제 환경운동의 지도 원칙을 확립하는 데 결정적으로 공헌했다. 그는 또 세계 환경운동의 주요 흐름을 깊이 분석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지구 환경 보고서〉를 84년부터 해마다 발간해 오고 있다. 방한해서 한창 바쁠 때인 지난 6월3일 저녁 숙소인 플라자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환경운동연합과 한국일보사 공동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브라운 소장은 다이옥신 파문이 최고조에 이르던 시점인 6월5일 대중 강연 등 공식 일정을 마치고 서울을 떠났다.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지요?

그렇습니다. 이웃 일본에는 63년부터 지금까지 10여 차례 방문할 기회가 있었고, 인도에도 봄베이 등지를 몇 차례 가본 적이 있습니다.

월드워치 연구소를 만든 이후 당신의 활동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이전의 삶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습니다. 이번 기회에 간략히 소개해 주시지요.

저는 시골 태생입니다. 대학에서도 농업을 전공했고,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 동생과 함께 미국 남부 뉴저지 주에 있는 농장에서 토마토를 재배했지요. 56년 저는 인도를 방문해 그곳 농촌에서 지내기도 했습니다. 그로부터 약 3년 뒤 저는 미국 농무부에 들어가기로 결정했고, 뜻한 바대로 농무부 산하 해외농산물센터에서 농업 분석가로 일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는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이었으며, 케네디 정부와 존슨 정부에서도 일했습니다. 그 뒤 록펠러 재단과 손잡고 연구소를 설립하기 전까지는 유니세프를 돕기도 했는데, 그 무렵부터 전지구적 규모의 환경 문제에 눈을 뜨게 됐습니다.

이번 한국 방문은 환경 단체와 언론사 공동 초청에 의해 이뤄졌으며, 대중을 상대로 직접 강연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환경 문제와 관련해 당신이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어제(6월2일)‘환경이 미래를 지배한다’는 제목으로 대중 강연을 했습니다. 저의 한결같은 생각은, 전세계적인 경제 성장이 이뤄지더라도 그 방향은 ‘지속 가능한 방향’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세계 경제는 계속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반면 환경을 지탱해줄 여건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는 매년 세계 규모로 각종 환경 지표들을 조사해 보고서를 내고 있지만, 상황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사막은 갈수록 넓어지고, 삼림 면적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화석 연료에서 발생하는 CO2 배출량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무절제한 성장이 지구 생태계를 위협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반드시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가장 극단적인 예는 식량 부문입니다. 지난해 세계 각국의 소득 수준은 전체로 볼 때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지만, 곡물 재고량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같은 발전의 불균형 때문에 지난해 봄 옥수수와 밀 값이 또 한번 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이같은 불균형 성장을 바로잡을 수 있는 대안은 무엇입니까?

중요한 것은 되도록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세계의 개발도상국은 선진국보다 3배 이상 경제가 성장했습니다만, 아직도 제3 세계의 13억 인구가 하루 1달러 이하 빈곤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추세로는 남을 도울 수도 없고, 생물의 다양성도 유지할 수 없으며, 생태계도 보존할 수 없습니다. 갖가지 경제 지표들을 따로따로 떼어서 보면 이처럼 단순한 사실들이 파악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년 여러 가지 경제 지표들을 긁어모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그 의미를 밝히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이끌고 있는 월드워치 연구소는 직접 행동하기보다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까? 아울러 월드워치 연구소의 주요 활동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우리는 한국의 환경운동연합이나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그린피스처럼 ‘행동하는 그룹’이 아닙니다. 우리는 미국 정부와 세계 각국의 정부 지도자들을 상대로 환경 문제와 관련한 각종 정책 체계를 마련해 지원하고 때로는 권고하거나 로비하는 단체입니다. 우리 연구소는 이를 위해 전문 연구 인력을 약 30명 확보해 〈지구 환경 보고서〉를 발간하며, 그 밖에도 약 50명에 이르는 인력이 편집·판매·회계 일을 거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운영에 필요한 예산은 매년 4백만 달러 정도가 드는데, 절반은 록펠러 재단이 후원하고 나머지 반은 〈지구 환경 보고서〉을 비롯한 여러 보고서와 책자를 판 돈으로 충당합니다.

당신의 논리에 따르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의 개입이 필수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과연 어떤 역할을 해야 합니까?

정부가 환경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오늘 오전 한국의 한 대기업 임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얘기했지만, 정부가 가장 먼저 할 일은 반환경적 행위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민간에서 친환경적인 정책이 나왔을 때 정부가 재정적으로 지원할 필요도 있습니다. 또 정부 예산으로 여러 가지 재활용품을 사들이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지요.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금 정책입니다. 친환경적 산업에 세제 혜택을 베풀고, 환경 문제와 관련 없는 산업에 대해서는 세금을 많이 부과하는 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다시 쓸 수 있는(renewable) 에너지 개발에도 힘써야 하지요.

한국에서는 다이옥신 파문이 크게 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환경 단체를 통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세세한 대목을 일일이 말씀드릴 자신은 없지만, 원칙만큼은 중요합니다. 쓰레기 재활용 사업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앞서 말씀드린 정부의 역할과 관련지어 보면 해답을 쉽게 찾을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한국에서 환경과 관련한 사안 중에 때만 되면 뜨거운 쟁점이 되는 것이 핵발전소와 핵쓰레기 처리 문제입니다. 그 문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지금까지 어느 나라 정부도 핵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핵발전소와 관련해 중요한 두 가지 사항은 핵쓰레기가 발생한다는 점과, 언젠가는 원자로를 폐기 처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많은 사람이 핵발전의 경제성에 대해 평가하지만 이것도 사실과 다릅니다. 미국이 핵발전을 시작한 제1세대 국가이면서도, 핵발전 정책을 버린 나라로서 역시 1세대라는 사실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명백합니다. 우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핵발전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대안은 풍력이지요. 풍력은 잠재력이 매우 큰 에너지입니다. 미국의 경우 북부 다코타·남부 다코타·텍사스 등 3개 주의 풍력만으로 미국 전역의 에너지 수요를 충당할 수 있습니다. 중국도 풍력이 풍부해 잘만 개발하면 지금보다 2배 이상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주 등 몇곳에서 실험적인 개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환경 전문가로서 한국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또 한국 국민에게 권고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한국은 지금까지 개발도상국 산업화의 전형이 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개발을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이런 면에서 한국은 지금 심각한 도전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봅니다. 한국은 대기 오염과 수질 오염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며, CO2 배출량도 세계 10위권에 들어 있습니다. 한국이 이런 부정적인 상황을 극복해 지속 가능한 개발의 모범을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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