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기 많은 올해, 지방선거 야당에 유리”
  • 李興煥 기자 ()
  • 승인 1995.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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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乙亥년은 陰, 즉 야당의 해이기 때문에 야당이 지방 선거에서 유리하고, 陽의 해인 내년 丙子년에는 여당이 선거에서 유리할 것이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사업가로 활동하다가 어느날 ‘족집게’로 변신해 화제를 뿌린 유명 역술인 남 덕씨(54)는 정치의 계절 95~96년의 정치판 기상도를 이렇게 예측한다.

4대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의 사무실에는 후보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시의 구청장 후보 3~4 명도 그의 ‘자문’을 받았고, 재야 인사도 다녀갔다. 지방 사람은 2~3주 전에 예약한 상담 시간에 맞춰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다. 시장이나 도지사 선거에 나갈 후보들의 몇몇 사주도 그가 보았다. 거물급 후보들은 본인이 직접 찾아오기보다는 부인이나 측근 인사가 사주만 들고 오는 경우가 많다.

그는 “이제는 사주를 보기 전에 말하는 태도만 봐도 당락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반이 없고 실력도 없는 사람은 당락 가능성을 물을 때 벌써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당선을 자신하는 사람은 욕을 해도 싱긋싱긋 웃기만 한다는 것이다. 한 시장 출마자에게는 ‘시의원도 안될 테니 나서지 말라’고 핀잔을 준 일도 있다. 그가 보기에 그 출마자는 자신이 당선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런 출마자는 돈으로 표를 사는 수밖에 없는데, 올해 선거는 그런 식은 안 통한다는 것이 그의 예측이다.

올해는 정치꾼보다는 공부를 많이 해 학벌이 좋고 흠이 없는 사람, 행정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또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 많은 인물에게 유리한 것이 6월 지방선거의 특징이기도 하단다. ‘습한 나무를 아궁이에 넣은 형국’이니 장작에 불이 붙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 후보자들에게 주는 그의 마지막 충고는 이렇다. “관운이 있는 사람이 당선되어야 나라가 편하다.” 관운 없는 사람이 공직에 앉으면 본인이 임기 중에 사임하는 일이 생기든지, 지역 주민들이 그의 임기 내내 편안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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