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 제왕’ 나무 바로 보기
  • 남효창 (숲연구소 소장) ()
  • 승인 2004.05.1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무 사라지면 생물 멸종한다
무더운 여름,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누워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을 바라본 경험이 있는가? 작은 바람이 만들고 가는 나뭇잎의 깃털 같은 움직임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그 아래서 소낙비를 피하던 기억, 혹은 그네를 타던 추억은?

수천 년 동안 인간은 나무와 더불어 살아왔다. 참나무처럼 재질이 단단한 나무로 집이나 배, 가구를 만들었고 과실을 얻으려고 주변에 나무를 심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나무에서 얻을 수 있는 것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 정작 나무의 실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었다. 이제 숲의 위대한 제왕인 나무에 대해 살펴보자.

나뭇잎 한 장 한 장은 산소를 만드는 작은 공장이다. 그 공장은 산소를 만들기 위한 엽록소로 치장되어 있는데, 엽록소야말로 잎을 푸르게 하는 원인 물질이다. 가을이 되면 나뭇잎은 노랗거나 붉게 변하는데, 이는 카로틴과 안토시안이라는 색소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가을이 되어 엽록소가 사라지면서 가려 있던 색깔들이 드러나는 것이다.

나무는 태양빛의 도움으로 녹색 공장을 가동하며 스스로 생명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이때 나오는 배설물이 지상의 모든 생물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산소와 물이다. 산소는 잎의 기공으로부터 발산된다. 또 잎은 필요한 양분을 얻고 산소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증산 작용을 한다. 그렇게 나무가 흘린 땀은 수증기가 되어 공중으로 올라갔다가 비가 되어 땅으로 되돌아온다.

산소와 물 생산하며 3억5천만 년간 지구 지켜

이번에는 줄기를 살펴보자. 나무도 봄에 피는 바람꽃이나 민들레와 같은 식물이다. 민들레와 느티나무 모두 뿌리와 줄기를 가지고 있으며, 잎을 내고 꽃을 피운다. 하지만 민들레는 아무리 자라도 키가 30cm를 넘지 못하지만 느티나무는 20m까지 자랄 수 있다. 이것은 나무가 ‘목재’라는 성분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목재는 아주 딱딱하고 견고해서 태풍이 불어도 나무가 휘지 않도록 거대한 몸을 지탱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나무를 관찰할 때 잎의 생김새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하지만 시선을 수피로 돌려보면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다. 나무 종류에 따라 나뭇잎의 모양이 다른 것처럼 수피의 형태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수피는 일종의 피부 조직으로, 외부로부터 나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나무는 수피 아래 있는 형성층을 통해 물과 양분을 운반한다. 이러한 형성층은 나무가 부피 생장을 함에 따라 해마다 새로 만들어지는데 그 흔적이 바로 나이테다. 나이테는 나무의 일생과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보여준다. 나이테의 밝은 선은 봄부터 이른 여름까지 생기며, 어두운 선은 늦은 여름과 가을에 형성된다. 늦가을, 마지막 잎이 떨어지는 순간 나무는 성장을 멈추며 어두운 선의 나이테도 만들지 않는다. 따라서 나무 그루터기의 어두운 선을 세어보면 그 나무가 얼마나 많은 가을을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온대지역 나무들은 이른봄에 많이 자라므로 어두운 선보다 밝은 선이 넓게 나타난다.

나무는 왜 계속해서 위로 높이 자랄까? 이유는 간단하다. 하늘로 높이 올라갈수록 더 많은 빛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높이 자랄수록 이웃하고 있는 나무들보다 삶의 조건이 나아지므로 살아 있는 한 계속해서 높이 자라려고 한다. 빛을 많이 받게 되면 활동량이 많아지고 결국 증발되는 물의 양이 많아지는데 그것은 뿌리의 흡인력을 강하게 해준다.

나무 뿌리에 맡겨진 역할은 세 가지다. 첫째, 토양에 있는 물과 양분을 힘껏 흡수하라. 둘째, 많은 유기물질을 저장하라. 셋째, 나무를 지탱하라. 따라서 뿌리가 튼튼한 나무일수록 상층부 수관이 강하고 넓게 펼쳐질 수 있다. 나무의 뿌리는 중력 방향으로, 즉 땅속으로 자라는 성향이 있는데 그것은 스타토리텐 성분이 세포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꽃게나 가재와 같은 생물들이 방향을 감지하는 데 사용하는 성분과 같다.

환경에 적응하면서 발달한 다양한 뿌리를 통해 흡수된 물과 양분은 나무의 줄기로 이동하며, 가지를 통해 잎으로 전달된다. 잎은 태양빛과 물을 이용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그 과정에서 다량의 물이 증발한다. 이것은 마치 사람이 노동할 때 흘리는 땀과 같다. 나무들이 광합성을 위해 증발시키는 물의 양이 호수나 강에서 증발하는 물의 양보다 많다면 믿을 수 있을까?

나무는 3억5천만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지구를 지켜온 숲의 제왕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마지막 나뭇잎이 떨어지는 순간, 인류는 물론 산소 호흡을 하는 지상의 모든 생명도 사라질 것이다. 따라서 수많은 나무와 생명체들이 함께 살아가는 녹색 제국의 중요성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