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부와 목회자 ‘평등 부부’의 銀婚
  • 나권일 광주 주재기자 ()
  • 승인 1996.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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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천
광주YWCA 사무총장(55)은 광주에서 알아주는 ‘여장부’이다. 80년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해 옥고를 치른 김씨는 30년 넘게 광주·전남 지역 시민운동과 인권운동을 이끌고 있다. 김씨의 ‘평생 동지’인 남편 유태규씨(59·광주 한교회 목사)는 그런 여장부 김씨를 뒷바라지하다 늦깎이로 신학을 공부해 목회자 길을 걷고 있다.

2녀1남을 둔 이 부부에게 가사를 나누어 맡고 서로 존대말을 쓰는 것은 기본이다. 부엌엔 앞치마가 ‘당연히’ 2개 있는데, 먼저 출근하고도 더 늦게 퇴근하는 아내에 비해 시간 여유가 많은 남편의 앞치마가 젖어 있는 날이 훨씬 많다.

한결같은 신뢰와 사랑으로 25년을 살아 올해 ‘은혼’을 맞은 이 부부는 지난 7월4일 여성신문사가 주최하고 정무 제2장관실이 후원해 선정한 올해의 ‘평등부부상’ 본상을 수상했다. 평등부부상은 의사결정권과 재산권, 가사노동, 육아, 취미활동 등 가정 생활 전반에서 창의적이고 이상적인 부부상을 실현하고 있는 사람에게 주는 명예로운 상이다.

“아침과 저녁은 누가 짓고 빨래는 누가 하고 하는 식의 산술적 역할 분담은 진정한 평등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을 나누기보다 누구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먼저 나서서 내 일이다 생각하고 하는 게 진정한 평등이라고 믿고 있다.” 기독교 윤리를 전공한 유태규 목사가 집에서 실현하고 있는 평등 부부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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