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연극이 아니고 광고입니다”
  • 金恩男 기자 ()
  • 승인 1995.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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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나 핸드폰을 꺼 주세요. 공연 도중 방해가 됩니다.” 막이 오르기 전에 인사를 마치고 퇴장하던 강혜정씨(21·오른쪽)가 다시 무대 앞으로 쪼르르 달려나오자 관객들은 긴장하기 시작한다.

강씨가 무대 한가운데 놓인 책상 위의 팩시밀리로 다가가자 곧이어 김상호씨(26)가 등장했다.

“선배, 팩시밀리 장만했어요?”

“응, 기능이 얼마나 다양한데. 한번 볼래?”

두 사람이 한참 팩시밀리 얘기를 주고 받는 중에 때맞춰 팩스가 들어온다. ‘극단 청우 <종로 고양이> 공연 축하. 발신 LG전자’라는 내용이다. 어리둥절해 하는 관객들. 그러나 의문은 금세 풀리고 관객들은 폭소를 터뜨린다. 무대 위의 두 사람은 “여러분은 지금까지 LG전자 실연(實演) 광고를 보셨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퇴장한다.

김씨와 강씨는 극단 청우 소속 배우들. LG 전자가 후원하는 연극을 공연하기 전에 LG전자의 팩시밀리 광고에 출연한 것이다. 강씨는 극단의 야무진 막내동이이고, 김씨는 ‘포스터 붙이기의 귀재’이다. 평소 호흡이 척척 맞아 광고 파트너로 뽑혔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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