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지는’ 모험으로 연기 변신 승부수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4.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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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을 그리는 데 일정한 방식이 있어서도 안 되지만, 일정한 방식이 없어서도 안 된다.’ 추사 김정희의 이 말은 바로 탤런트 김미숙씨(45)가 연예인으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김자옥·금보라·이혜숙·유지인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후배 연기자들이 모두 아줌마 이미지로 전락했지만 김씨만은 고상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다른 선후배 여성 연기자들이 시트콤의 ‘웃음 소품’으로 쓰일 때 그는 시청자를 미술관(KBS 1TV<미술관 가는 길>)으로 안내하고 청취자를 클래식의 세계(KBS 1FM<세상의 모든 음악, 김미숙입니다>)로 인도한다.

1979년 데뷔한 이래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김씨는 자신의 장수 비결을 연기 변신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나는 천부적인 연기자가 아니다. 연기가 좋아서 했지, 끼가 넘쳤던 것이 아니다. 연기 변신에 자신이 없었다. 내 캐릭터에 충실하면서 농도 짙은 연기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연기자로서 그녀의 승부수는 이미지를 선점하는 것이다. 데뷔해서 지금까지 그녀가 가장 고민했던 것은 어떻게 나이를 먹느냐는 것이었다. 그녀는 “용도 폐기되기 전에 내가 먼저 역할을 찾아 나섰다. 나이가 들어 역할이 작아졌을 때 누구보다 먼저 엄마 역을 자청했다. 나이에 맞는 이모나 고모 역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 발짝 먼저 나아가야 여지를 늘릴 수 있다. 곧 시작될 대하 드라마 <토지>에서는 할머니 역까지 맡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6월12일 방영을 시작한 MBC 주말 드라마 <사랑을 할거야>에 출연하고 있다.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그녀는 여전히 사랑의 주인공이다. 중년 남녀의 사랑을 그린 이 드라마에서 그녀는 딸(장나라 분)과 얽힌 만화작가 역을 맡았다. 그녀가 좋아하는 남자(강석우 분)의 아들(연정훈 분)이 바로 딸의 남자 친구인 것이다.

결말이 열려 있는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더 지지하는 쪽으로 사랑이 맺어지기 때문에 그녀는 딸과 사랑을 두고 다툴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녀는 “늦게 결혼해 보니 남자가 의지가 되는 것이, 중년 남녀에게도 사랑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꼭 사랑을 이루고 싶다”라고 말했다.

‘비련의 여인’이 전문이었던 김씨는 이번 드라마에서 이전과 달리 다소 ‘망가지는’ 역을 맡았다. 모험이 아닐 수 없다. 그녀는 “선택이 성공을 낳는 법이다. 연기자는 때로 시대 조류에 몸을 실어야 할 때가 있다. 다소 과감한 선택이지만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방책도 생각해놓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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