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 질환 치료, `폭포`가 뚫렸다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4.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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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 질환, 첨단 수술법·검사법 속속 등장
남성에게 생식기는 생식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최근 그 의미가 걱정으로 바뀌고 있는 듯하다. 내분비선의 ‘우두머리’로 불리는 전립선에서 자주 ‘이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2001년 암 등록 보고서에 따르면, 전립선암은 남성 암 가운데 여섯 번째로 많다. 몇년 전에는 10위권에도 들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증가세가 아닐 수 없다. 전립선염과 전립선비대증도 마찬가지이다.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다.

전립선은 평생 자라며 사춘기와 25세쯤에 1,2차 성장이 이루어진다. 마지막 성장 단계는 40~50세에 시작되는데, 이때 주로 문제가 나타난다. 전립선의 크기는 생각보다 작다. 주로 밤톨에 비유되는데, 하는 일은 막중하다. 사정할 때 방출되는 정액 대부분을 제공하고 정자 운동을 돕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립선은 이미 20세 때부터 일시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염증이 생기는 전립선염이 그 주범이다. 이 질환에 걸리면 고환과 직장 사이에 갑작스런 통증이 찾아오고, 때때로 열이 나며, 소변을 볼 때 따갑고 아프며, 소변에 종종 피나 고름이 섞여 나온다. 전립선염에 비교적 쉽게 걸리는 사람은 크게 세 부류다. 은행원처럼 오래 앉아서 일하는 사람, 택시 기사처럼 자주 그리고 오래 소변을 참는 사람, 어릴 때 오줌을 지려 스트레스를 자주 받은 사람들이다.

증세가 나타나면 환자 대부분은 의사를 찾아간다. 그러면 의사들은 거의 예외 없이 항생제를 처방한다. 의사들이 전립선염에 항생제를 투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나치게 많이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즉 세균성인지 비세균성인지 파악하지 않은 채 마구 항생제를 처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립선염으로 진단받은 환자 절반 가까이가 항생제 처방이 필요 없는 비세균성 환자이다.

문우철 교수(중앙대 용산병원·비뇨기과)와 선릉탑비뇨기과 박문수 원장은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비뇨기과학회에서 뜻 깊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문교수가 자체 개발한 PCR -s 검사법(유전자증폭 염기서열 검사)으로 만성 전립선염 환자로 판정 받은 2백48명을 조사한 결과, 그 가운데 53.8%에서만 세균이 검출되었을 뿐 나머지 46.2%는 비세균성 환자였던 것이다. 전립선염 환자 가운데 거의 절반이 항생제 처방을 받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문교수에 따르면, 그동안 전립선염 세균 검사는 주로 현미경이나 배양법 등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지구상의 세균 99%는 배양이 안되고, 여러 균이 섞여 있으면 파악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정확한 원인균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PCR -s 검사법이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 세균의 DNA를 검사하므로 세균성인지 비세균성인지 구분하기가 용이해지고, 원인균을 찾기가 수월해진 것이다. 원인균을 알아내고 거기에 맞게 항생제를 처방한 결과, 짧은 시간에 90% 이상의 완치 효과가 나타났다.

물론 PCR-s 검사법이 아직 100% 정확한 것은 아니다. 1,2년 더 실험과 검증을 거쳐야 좀더 높은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 검사법을 활용하는 병원도 네댓 곳에 불과하다. 문교수는 “비뇨기과 의사들의 항생제 사용은 거론하기가 매우 조심스러운 문제다. 굳이 나무랄 일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원인균에 맞는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고, 무조건 고가의 항생제를 여러 가지 쓰는 의사들이 문제다. 또 3,4일 정도만 처방해도 될 것을 1~2주일씩 처방하는 의사들도 비난을 면키 어렵다.

그렇다면 전립선염 환자들은 어떻게 무방비에서 벗어날 것인가. 전문가들은 의사가 환자들에게 투여하는 항생제의 이름과 효능을 물어보라고 충고한다. 박문수 원장은 색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전립선염의 원인이 골반 근육 수축에 있다면서, 좌욕과 명상으로 치유할 것을 권한다.

전립선에 ‘혹’이 생기는 전립선비대증(비대증)도 전립선염만큼이나 고질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이 질환은 대부분 수술로 치료했다. 그러나 혹 크기를 줄이는 약 등이 등장하면서 수술이 빠르게 감소했다. 사실 비대증 수술은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전립선이 혈관 덩어리로 되어 있다 보니 출혈이 심해 수술이 쉽지 않았다. 치료약이 나왔을 때 의사들이 환자들만큼 좋아한 것도 그 때문이다.
문제는 약의 복용 기간과 비용에 있다. 비대증은 주로 50~80세에 자주 나타나는데, 만약 50세 남성이 비대증에 걸리면 80세까지 약 3천6백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현재 1일 약값 3천원 기준). 그렇다면 100만원쯤 드는 수술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이론상으로는 그렇지만 의사와 환자가 수술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아 지금도 여전히 약이 인기다.

그런데 최근에는 새로운 수술법 ‘나이아가라 PVP’가 인기다. PVP 시술은 광선택 전립선 기화술의 영문 약자이다. 이 시술법은 혈관에 선택적으로 흡수되는 고출력 KTP 레이저를 사용해 비대해진 전립선 조직을 깎아낸다.

PVP 시술 광경은 새롭다. 특이하게도 피가 나지 않는다. 박문수 원장은 “KTP 레이저는 초록색 단파장으로 보색인 빨간색에만 침투한다. 게다가 300℃ 이상의 고열이어서 비대해진 조직은 기화시키고 남은 조직은 응고시킨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PVP 시술은 내시경 수술과 똑같다. 따라서 세밀한 기술이 요구된다. 잘못해서 비대 조직을 지나치게 많이 깎아내면 오히려 오줌이 질질 샐 수도 있다. PVP 시술의 또 다른 장점은 시술이 간단해 입원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PVP라는 이름 앞에 ‘나이아가라’라는 별명은 수술 뒤 오줌 줄기가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세게 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것. 6년 동안 비대증 치료약을 먹었던 노 아무개씨(52)는 최근 그 말을 실감하고 있다. 수술 전 노씨의 ‘오줌발’은 초당 5cc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수술을 하고 나자 그 양이 초당 25cc로 증가했다. 현재 이 PVP 시술을 하는 병원은 국내에 대여섯 군데 밖에 없다. 최근 일부 대학병원에서 도입을 서두르고 있어, 가을쯤이면 더 많은 비대증 환자가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립선암을 치료하는 새로운 치료법도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전립선염이나 비대증처럼 획기적인 치료 기술이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예방이 최선인 것 같다. 전문가들은 고기를 많이 먹는 식습관을 버리고, 50세 이후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예방의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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