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 회장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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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7.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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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인재입니다. 유능한 인재는 지식과 패기를 함께 갖춘 사람입니다. 패기를 기르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사고, 진취적인 행동, 빈틈 없고 야무진 일처리 능력을 길러야
선경은 운이 좋은 기업이라고 말들을 합니다.

73년 그룹 회장에 취임한 후 저는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 계열화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 73년 정부로부터 정유회사 설립 허가서를 받아냈으나, 그 해 1차 오일 쇼크가 일어나 정유회사 설립이 무산됐습니다. 이후 유공의 합작선인 걸프사가 철수하리라 보고 걸프 지분 인수를 모색하다, 80년 드디어 인수해 유공을 운영하게 된 것입니다. 운만으로는 이런 성공을 거둘 수 없습니다. 그후에도 사업 다각화를 위해 자동차와 전자 산업 진출을 검토했으나, 다른 그룹과의 중복 투자로 인한 국력 낭비가 예상돼 포기했습니다. 이때 주목한 것이 정보통신 분야였습니다. 10여 년이라는 준비 기간을 거쳐 92년 우리는 제2 이동 통신 사업권을 획득했습니다. 그러나 미묘한 상황 변화가 일어나 사업권을 자진 반납했습니다. 그후 정부가 한국이동통신을 민영화한다기에 최고가를 제시해 당당히 인수했습니다. 이런 것이 운입니까? 운만으로는 큰 사업을 할 수가 없습니다.

유공에서 이름을 바꾼 SK(주)를 세계적인 원유 메이저로 키울 계획은 없으신가요?

후발 주자인 SK(주)가 원유 메이저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11개국 25개 광구에서 유전 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중 예멘의 마리브 유전과 이집트의 자파라나 유전에서 상업 생산에 성공했습니다.

SK(주)의 세계화 전략은 무엇입니까?

91년 이후 해외에서 수직 계열화를 구축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이를 추진해 왔습니다. 현재 중국 심천에 15억 달러를 투자해 정유공장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북한 서해 유전 탐사 같은 대규모 남북 경협에 참여할 계획은 없으신가요?

남북 경협은,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뚜렷한 경제 협력 루트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 중재할 기관이 없고, 북한의 체제 또한 불안합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북한에 진출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MBC 텔레비전의 ‘장학 퀴즈’를 후원하며 젊은이의 패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인재입니다. 유능한 인재는 지식과 패기를 함께 갖춘 사람입니다. 지식은 교육을 통해 얻을 수 있지만, 패기는 학교에서 배우기 어렵습니다. ‘패기 시리즈’ 광고는 전문적인 지식과 더불어 일과 싸워서 이기는 기질을 학창 시절부터 갖게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었습니다. 패기는 또 선경의 기업 문화입니다. 패기를 함양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사고, 진취적인 행동, 빈틈 없고 야무진 일처리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SK보다는 선경이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왜 그룹 명칭을 SK로 바꾸려고 하십니까?

해외에서는 선경에 대한 발음과 의미 전달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鮮京을 중국 사람은 ‘센징’으로, 일본인은 ‘센쿄’로 읽습니다. Sunkyong을 영어권에서는 ‘좌절한 젊은이’란 뜻의 Sunk Young으로 이해하기도 하고, 스페인어권에서는 ‘순켱’으로 발음합니다. 따라서 글로벌라이제이션에 대비하고, 세계 어디서나 똑같이 읽히고 또 SKMS나 SK맨십 등 선경의 기업 문화를 창조적으로 계승한 SK로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세기에 주력할 분야는 무엇입니까?

SKMS와 수펙스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에너지·화학·정보통신 등 경쟁력이 있는 분야로 적극 진출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석유·천연가스·신에너지·화학·신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멀티 미디어와 종합 정보통신 산업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그밖에 금융과 의약품 개발·환경산업·호텔과 레저산업에도 집중할 생각입니다.

기(氣) 수련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87년 친구의 소개로 우연히 기 수련을 알게 되었습니다. 두뇌 활용이 많은 현대인들에게는 육체 운동보다 마음 수련이 더 중요합니다. 기 수련의 효과를 체험한 후 주위 사람들에게도 적극 권하고 있습니다.

수술 이후 건강은 좋으신가요?

괜찮습니다. 식사와 운동을 정상적으로 하고 기업 경영과 전경련 업무 수행에도 열중하고 있습니다.

회장님이 맡고 계신 전경련 쪽에서 금융실명제의 문제점에 대해 여러 차례 문제 제기를 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예금 비밀 보장 관행이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명제가 실시돼 민간 저축률이 떨어지고 과소비가 만연하는 등 부작용이 증폭돼 왔습니다. 이로 인해 자금 순환의 맥이 끊기고 결국은 국제 수지 적자와 외환 위기의 원인이 되지 않았습니까. 금융실명제의 문제점은 개선 보완해야만 합니다.

차기 정부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십시오.

전경련이 ‘새 정부의 정책 과제’라는 보고서를 작성해 이미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제가 하고픈 말은 그 보고서에 다 담겨 있습니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어떤 리더십이 우리 상황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초보적인 리더십은 강하게 통제하는 것이고, 그보다 한 단계 성숙한 것이 관리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구성원이 자발적이고 의욕적으로 일하게 하는 방법을 추가한 것이 수펙스 추구 리더십입니다. 사람에 대한 애정과 사람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자발적이고 의욕적인 노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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