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윤리위 ‘모니터 켜자 잡음’
  • 金恩男 기자 ()
  • 승인 1995.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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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통신 사전 심의에 논란 일어
지난 4월13일 정보통신부 산하에 발족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PC통신 사전 심의를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지난 4월6일부터 시행되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설치된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전기통신 회선을 통해 유통되는 모든 음성(700번)·비음성(PC통신) 정보에 대해 심의 및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심의는 사전·사후 심의를 모두 포함한다. 그러나 비음성 정보의 경우 사전 심의가 과연 타당한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의문은 크게 세 갈래이다. 첫 번째는 실효성에 관한 것이다. PC통신은 신속성이 생명이다. 사용자들이 게시판에 올리는 자료나 글을 사전 심의한다면 신속성은 크게 떨어지고 말 것이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윤리위원회 현호중 사무국장은 “사업자들이 통신망에 제공하는 DB(데이터 베이스)에 대해서만 사전 심의를 하겠다. 일반 이용자들이 게시판에 올리는 글이나 자료는 사후에 심의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두 번째로 객관성 문제가 제기된다. 이미 하이텔·천리안·나우콤 같은 대형 통신망은 자체 심의기구를 두고 있다. 미풍양속을 해치는 글이나 자료가 게시판에 올라오면 담당 운영자가 곧 공개·비공개 경고 조처를 한 후 삭제한다는 것이 통신 업체측의 설명이다. 그런데 이것을 정보윤리위원회가 또다시 심의하겠다는 것이다. 정보윤리위원회는 미풍양속을 해치는 정보, 청소년에 유해한 정보, 반국가적 정보 등을 규제 대상으로 삼겠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를 판단할 뚜렷한 기준이 없어 심의 제도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조항이 헌법상에 보장되는 사상·표현의 자유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세 번째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조직 구성과 관련해 제기되는 의문이다. 현재 정보윤리위원회는 손봉호 교수(서울대 사범대)를 위원장으로 하는 12명의 윤리위원회 위원과 각각 9명씩으로 구성된 음성·비음성 정보 심의위원을 두고 있다. 이 중 실질적으로 심의를 담당하는 것은 음성·비음성 정보 심의위원이라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측은 밝혔다. 그러나 과연 비음성 정보 심의위원 9명만으로 하루 몇천 건씩 PC통신망에 올라오는 게시물(하이텔의 경우 하루 평균 1만5천건)을 모두 심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심의위원은 “위촉 당시 한달에 두번 정도 위원회 사무실에 나와 심의 자료를 훑어보기만 하면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음란물이나 상용 소프트웨어를 불법 유통시켜 온 전국 천여 개의 사설 BBS(전자게시판)에 대해서는 뚜렷한 단속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작 문제 삼아야 할 것은 문제 삼지 않는 태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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