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영 전 의원 “통합 신당에 이회창씨 참여한다”
  • 文正宇 기자 ()
  • 승인 1995.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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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정부는 노태우씨와 연결된 부정부패의 전모를 밝히고 국민이 이해할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내년 봄에 위기를 맞을 것입니다. 학생들이 뛰쳐나오고, 시민은 이를 말리지 않을 것입니다. 얼렁뚱땅 넘어가면
민주당 이부영 의원이 법원으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유죄 판결을 받고 11월10일 끝내 의원 직을 잃었다. 문민 시대라 일컬어지는 김영삼 정권에서도 구시대 유물인 국가보안법과 집시법은 서슬 퍼렇게 살아 있다. 그러나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정 부패에 대한 사법부의 단죄 의지는 물렁하기만 하다. 문민 시대를 연 주역은 엄정한 사법 처리 대상이 됐지만, 총칼로 권력을 잡아 부정 축재한 쿠데타 주모자는 여전히 사법 처리 ‘논의 대상’이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구시대의 틀에 갇혀 있음을 새삼 상기시켜 준 이부영 전 의원을 만났다. 그는 요즘 3김 시대와 지역 분할 구도 극복을 주장하며 민주당과 개혁 신당의 통합을 주도하고 있다.

의원 직을 상실했는데, 사법부의 판결이 공정했다고 봅니까?

노태우씨 처리 문제를 놓고 온 세상이 시끄러운 때 제가 의원직을 상실한 것은 나름의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독재를 강고하게 뒷받침해온 국가보안법·집시법·정기간행물등록법, 이런 것들에 의해 결국 제가 의원 직에서 물러나게 됐거든요. 저의 의원직 상실은 우리 공동체가 문민 시대 정착이라는 시대 정신과 얼마나 무관하게 유지돼오고 있는지 뒤돌아보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노태우씨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저는 요즘 신이 노태우씨란 사람을 통해 우리 정치를 새롭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악을 드러내 정의로운 것을 높이는 것이지요. 노씨와 연결된 부정 부패의 전모를 밝혀야 합니다. 지금은 50년 한국 정치의 전환기입니다. 김영삼 정권은 지금 기로에 서 있습니다. 전모를 밝히고 국민이 이해할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김영삼 정권은 내년 봄 중대한 위기를 맞을 것입니다. 국민은 쉽게 속고 잘 잊어버리니까, 학생들은 곧 방학에 들어가니까, 이런 안이한 생각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면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습니다.

총선을 치르지 못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요?

내년에 개학하면 학생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그리고 학생들이 뛰어나온다고 해서 시민들이 말리겠습니까? 젊은 직장인, 중소 상공인, 농민까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가만히 보면 3김씨는 모두 물고 물리는 약점이 있어요. 그래서 노씨 문제를 개인의 부정 축재 정도로 축소하려는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만 돼보라 이거죠. 저 자신이 용납 못하겠어요. 저는 이제 국회의원도 아니고 하니까. 그런 정권과 체제는 유지할 가치가 없는 것입니다.

김영삼 정부가 이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과거 재야에서 집회와 시위를 주도하던 이부영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바로 그런 뜻입니다. 그 길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김영삼 정권이 제게 그런 선택을 강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노씨 비자금 사건이 터진 것이 신의 뜻이라고 하셨는데, 사람의 의지라고 보는 사람도 많은 것 같습니다.

제 발이 저린 사람들이 시나리오설도 얘기하고, 정계개편설도 흘리는 것입니다. 노씨 비자금 사건을 폭로하기 직전 여권과 접촉하기는 했지요. 대정부 질의를 하기 전에 미리 보도 자료를 돌리지 않습니까? 그랬더니 여권에서 난리가 났어요. 박의원 질의에 홍인길·김영수·한이헌 씨 등 청와대 수석들의 이름이 직접 거론됐지 않았습니까. 그것을 빼달라고 굉장한 압력을 받았어요. 저와 박의원은 ‘그런 식으로 나가면 신상에 해롭다’는 협박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전에 무슨 모의를 했다는 것입니까? 기막힐 노릇이에요.

민자당 김덕룡 의원과 이 전의원이 계속 접촉한다는 설이 있는데요. 만난 적은 없습니까?

지방자치법 개정을 둘러싸고 여야가 날카롭게 대립했을 때 만난 일은 있습니다. 그 때 그 사람이 민자당 총장으로 있었잖습니까. 그 뒤로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거듭 얘기하지만, 일이 확대되면 자기의 비리가 드러날 사람들이 자꾸 쐐기를 박는 것이에요. 국민회의 보세요. 완전히 이성을 잃은 집단 같아요. 김대중 총재가 받은 20억원을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나눠줬다는 것 아닙니까.

김대중 총재나 권노갑 의원을 정말 고소할 생각입니까?

저쪽에서 지금은 발뺌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것이 해명인지 사과인지 영 모호해요. 우물쭈물하고 있어요. 분명하게 사과하고 해명하지 않으면 사법 대응을 할 생각입니다.

민주당이 국민회의 상처 내기에 너무 당력을 소진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저와 박계동 의원이 지난 대선 때 이선실 사건에 휘말려 얼마나 고통을 받았습니까. 그 때 그 사람들 표 떨어진다고 저와 박의원은 김총재 곁에도 못오게 했어요. 텔레비전 뉴스나 신문에 김총재와 함께 있는 그림이 나올까 봐 얼씬도 못하게 했지요. 그 뒤는 어쨌는지 아십니까? 텔레비전 뉴스에 얼굴이 잘 안나온 것을 보니 선거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모함했어요. 그러고 이번에는 또 돈을 줬다는 것입니다. 항의하니까 언론에서는 이전투구한다고 하고, 이게 무슨 경우입니까? 정말 정나미 떨어져요. 참담하고 서글픕니다.

개혁 신당과의 통합 작업은 순조롭습니까?

노태우 비자금 사건이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이런 좋은 조건에서도 성사시키지 못하면 정치할 자격이 없다고 봅니다. 부정 부패로 얼룩진 구 정치 세력에 국민은 매우 분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민에게 해답을 줄 의무가 있습니다. 이런 조건에서도 당권이나 지분에 얽매여 통합을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면 큰 흐름 속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민주당 이기택 고문을 겨냥하는 얘기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겠습니다.

민주당과 개혁 신당이 통합해 새출발하면 지금의 강고한 지역 구도를 깰 수 있다고 보십니까?

통합하고, 이회창 전 총리와 건전한 테크너크랫들이 합류하면, 지역 분할 구도를 깰 뿐만 아니라 제1당으로 도약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우리는 현재 지역 분할 구도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부산·광주·대전에서도 당선자를 낼 수 있습니다. 그러면 개혁적인 국민 정당, 명실공히 지역 통합 정당이 생기는 것이지요. 저는 이것이 한국 정치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봅니다.

이회창씨나 박찬종씨 영입은 어느 정도 진전됐습니까?

결국 함께 가야 할 분이지만 박찬종씨는 나중에 차차 접촉할 생각입니다. 이회창 전 총리는 참여하실 것으로 확신합니다. 연말 전까지는 좋은 소식이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그분과 10여 차례 만나 좋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혼자 만났습니까?

예, 혼자 만났습니다. 앞으로는 여러 사람이 함께 만날 것입니다.

민주당은 선거 전에 여당과 중·대 선거구제를 협상할 의사가 있습니까?

민주당내 다수는 중·대 선거구제에 대한 거부감이 없습니다. 비례대표제를 보완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저쪽에서 제의하면 협상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유죄 판결을 받아 사면 복권돼야만 15대 총선에 출마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정치 생명줄을 김대통령에게 맡겨놓은 셈이 됐는데 부담스럽지 않습니까?

전혀 부담되지 않아요. 이미 저와 같이 운동했던 재야들이 모두 사면 복권되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부정 부패로 수감됐던 사람들까지 모두 풀려났고요. 저는 사면 복권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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