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에 누가 울고, 누가 웃을까
  • 朴在權 기자 ()
  • 승인 1999.10.14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넷 PC 사업’ 참여 12개 업체, 판매 경쟁 치열… 제품의 질·판매 능력에 달려
국내에서 1년 동안 판매되는 컴퓨터는 모두 2백만대. 그런데 앞으로 3년간 8백만∼9백만대 규모의 신규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부가 ‘사이버 코리아 21계획’의 하나로 추진하는 인터넷 PC 사업으로 인해 거대한 신규 시장이 열리게 된 것이다.
여기에 참여 의사를 밝힌 업체는 모두 50곳. 이 가운데 1차 예선을 통과한 12개 업체가 10월20일부터 본격적인 시장 쟁탈전을 벌이게 된다.
이와 관련해 국내 컴퓨터 업체들은 크게 세 가지 반응을 보인다. 첫째는 삼성전자. 국내 컴퓨터 업계의 선두 주자인 삼성전자는, 백만원 이하 가격으로는 수지 타산을 맞출 수 없다며 인터넷 PC 보급 사업에서 발을 뺐다. 그런데도 이번 사업의 최대 수혜 기업은 삼성전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인터넷 PC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이 삼성전자 제품이기 때문이다. 64MD램이 그렇고,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모뎀·모니터가 그렇다.
두 번째 부류는 삼보컴퓨터·LG상사·대우통신이다. 이들은 공식으로는 인터넷 PC 사업에 불참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두가 한 다리씩 걸치고 있다. 삼보컴퓨터는 (주)컴마을, LG상사는 (주)멀티패밀리정보산업, 대우통신은 (주)세진컴퓨터랜드와 용산전자상가조합에 자기들 제품을 납품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 부류는 인터넷 PC 사업자로 선정된 12개 업체이다. 이들은 모두 한 단계 도약을 꿈꾸며, 물류 시스템 구축과 생산 시설 확충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현대멀티캡. 브랜드 PC 업체로는 유일하게 인터넷 PC 사업에 뛰어든 이 업체는, 지난 7월1일 현대전자에서 분사했다. 올해 상반기 실적은 매출 4백50억원에 당기 순이익 26억원. 11월 중순 코스닥 등록을 앞두고 있는 이 회사는, 인터넷 PC 사업을 계기로 삼성·삼보에 이어 업계 3위로 도약할 포부를 다지고 있다.
이 회사의 생산 규모는 월간 2만5천대. 이것을 4만대 규모로 늘리고, 모니

터는 현대전자가 만든 것을 쓸 계획이다. 애프터 서비스도 현대전자 고객만족실을 이용할 계획이다. 이 회사 최병진 사장은 “인터넷 PC를 팔아서는 큰 이익을 남기기 어렵겠지만, 이를 사업 확장과 수익성을 높이는 기회로 삼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엘렉스컴퓨터는 12개 업체 가운데 유일한 상장사라는 면에서 눈길을 끈다. 이 업체의 상반기 실적은 3백60억원 매출에 11억원 흑자. 미국 애플 사의 매킨토시를 독점 공급하고 있고, ‘내맘대로 PC’라는 독자 브랜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 업체의 이규민 차장은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최고 제품을 내놓겠다”라고 장담했다. 인터넷 통신 속도를 빠르게 하는 오토 어세스(auto-access) 프로세스를 제공하고, 인터넷 쇼핑몰(www.buyclub.co.kr)을 통해 주변 기기를 할인해 살 수 있도록 하며,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애프터 서비스. 이규민 차장은 “1백20여개 판매망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대기업 서비스망을 이용하기로 했다. 한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 중이다”라고 밝혔다.
인터넷 PC 사업에 엄청난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주연테크도 마찬가지이다. 이 회사가 강조하는 것은 두 가지. 하나는 품질이고, 또 하나는 신속한 물류 시스템이다. 경쟁 업체보다 빠른 48배속 CD롬을 장착하고, 부품 구매에서부터 완제품 출시에 이르기까지 6단계 테스트 단계를 거쳐 결함률을 0%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2`~3개월 안에 결판”

주연테크는 경기도 일산에 물류센터를 마련하고, 서울 구로동에 생산 라인 2개를 증설했다. 트럭 17대를 마련해 서울 지역은 주문 뒤 3∼6시간, 지방은 1일 이내에 컴퓨터를 배달하겠다고 밝혔다. 3백70개 대리점을 5백개로 늘려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PC는 고가 제품 아닌가. 우체국에 비치된 팜플렛만 보고 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런 점에서 대리점이 많은 우리가 유리할 것으로 내다본다.” 송시몬 사장은 인터넷 PC 사업 덕분에 올해 매출액이 당초 예상의 2배 가까이 되는 9백억∼천억 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리점망의 혜택을 톡톡히 보는 곳은 현주컴퓨터도 마찬가지이다. 본사와 공장이 서울 구로동에 있는 이 회사는, 전국에 5백60개 대리점이 있다. 애프터 서비스 센터도 94개나 된다. 삼성 다음으로 많다. 이 때문에 김대성 사장은 누구 못지 않게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제품 사양이 비슷하면 마케팅 능력이 제일 중요하다. 우리는 그동안 충분한 노하우를 쌓았고, 직원들이 패기에 넘쳐 있다. 앞으로 3∼4개월 안에 50만대를 팔아 1위를 차지할 것이다.” 현재 이 회사의 월간 최대 생산량은 7만5천대이다. 10월 중에 제4 공장이 준공되면 월 10만대까지 생산할 수 있다. 김사장은 11월1일에는 ‘현주 플라자’라는 인터넷 쇼핑몰을 개통하고, 2001년에는 증시에 직상장하겠다는 원대한 계획도 밝혔다.
PC뱅크는 12개 업체 가운데 가장 최근에 설립된 회사이다. 그런데도 이 회사가 주목되는 이유는 대만 ADC(Asia Development Corp.)의 100% 자회사로, 대만 기업 FIC가 생산한 제품을 국내에 들여와 팔 계획이기 때문이다. FIC는 IBM·도시바·컴팩 등에 주문자 생산(OEM) 방식으로 PC를 대량 공급하는 세계 굴지의 컴퓨터 제조업체이다. PC뱅크 이원호 사장은 중앙처리장치(CPU)를 경쟁 업체보다 한 등급 높은 셀러론 466MHz를 채택했다며, PC 가격이 백만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최고의 사양으로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반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업체들은 더 과감한 홍보 전략으로 승부를 걸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인터넷 PC 업체 중 처음으로 신문 광고를 시작한 성일컴퓨텍이 바로 그런 예이다. 경기도 안양에 있는 이 회사는 전국 2백여 대리점과 우체국·전자상가를 돌면서 대대적인 행사를 벌이고, D-10일부터는 언론에 대대적인 광고전을 펼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경기도 안양에 있는 세지전자도 일반 소비자들에게 낯선 이름이다. 이 때문에 택한 것이 최저가 전략. 이 회사 제품의 기본 사양도 여타 업체

와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도 값은 10만원 정도 싸다. 15인치 모니터가 포함된 가격이 88만원, 17인치 모니터가 포함된 가격이 99만원이다.
이 회사의 윤춘식 부장은 “처음에는 이름 있는 업체 중심으로 갈 것이다. 그렇게 한두 달 정도가 지나면 제품의 가격과 품질, 기업의 판매 능력에 따라 우열이 가려질 것이다. 우리는 자신 있다”라고 말했다.
과연 누가 웃고 누가 울까. 업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처음 2∼3개월 안에 모든 것이 판명 날 것이다. 급하게 인터넷 PC가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때까지 기다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