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마지막 우주쇼, 두 배로 즐기기
  • 張榮熙 기자 ()
  • 승인 1998.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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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8일 새벽 별똥별의 불꽃놀이 펼쳐져…한국 관찰 조건 ‘최고’
별볼 일이 별로 없었던 사람도 11월18일 하늘의 별만은 놓치지 말자. 동 트기 전까지 이 날 새벽 동쪽 하늘에서는 별똥별(유성)이 비처럼 쏟아진다. 별똥별이 연출하는 우주 쇼가 펼쳐지는 것이다. 지난 시절‘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을 흥얼거리며 별을 헤던 추억을 되살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특히 기대를 해볼 만하다.

지난달부터 인터넷에서는 우주쇼에 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 네티즌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유성 움직임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던 국립천문대측도 이번 18일의 ‘사자자리 유성우(流星雨)’에 대해서만은 11월 초 그들의 인터넷 사이트에 별도의 방(http://hanul.issa.re.kr/ ~knkim/leonids. html)을 마련하고 상세한 정보를 실었다. 천문대 박석재 천문정보연구실장은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고, 수십 번 속아 보았지만, 이번 사자자리 유성우는 기대해도 좋다”라고 말한다.

‘유성우’ 현상은 왜 생기나

별똥별이 마치 비처럼 뿌려진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유성우 현상은 왜 생기는 것일까. 또 유성우는 매년 그것도 1년 동안 여러 별자리에서 수십 차례 일어나는 현상임에도 이번 사자자리 유성우에 부쩍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유성우는 거의 전적으로‘태양계의 방랑자’인 혜성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그래서 그 원인을 제공한 혜성을 ‘모(母)혜성’이라고 부른다. 사자자리 유성우의 생모는 천문학자 사이에 ‘55P/템펠­터틀’이라고 불리는 템펠 터틀 혜성(지름 4㎞)이다. 이 혜성은 매년 11월 중순 지구에 시간당 10개 남짓한 별똥별을 뿌려 왔다. 그렇다면 매년 되풀이되는 일인데 특히 올해의 유성우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태양을 공전하는 템펠 터틀 혜성이 지난 2월28일 33년 만에 태양과 궤도상 가장 가까운 지점(근일점)을 지나 거대한 유성우를 만들어낼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이 혜성은 서기 902년 이래 꼭 33년마다 근일점을 통과했다.

먼지와 얼음 알갱이 같은 부서지기 쉬운 물질로 이루어진 혜성은 항상 자신이 지나간 자리에 잔해를 남기지만, 근일점을 통과할 때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찌꺼기를 뿌린다. 태양에 가까이 갈수록 얼음핵이 증발하기 때문이다. 근일점을 통과할 때 이 혜성의 잔해 띠(레오니드 띠)는 너비 3만5천㎞, 길이가 수백만㎞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일점을 통과한 템펠 터틀 혜성은 드디어 10월 말께 33년 만에‘혜성처럼’나타났다 사라졌다. 지구 궤도를 통과한 것이다(이 혜성은 지구 궤도와 17° 가량 어긋나 있으며 지구와 반대 방향으로 태양을 돈다). 우리가 사는 행성인 지구는, 템펠 터틀 혜성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뿌려놓은 잔해 띠를 향해 30㎞ 속도로 항진 중이다. 그 통과 예상 시점이 11월17∼18일인 것이다.

유성우는 지구가 템펠 터틀 혜성의 잔해가 빽빽하게 모인 띠를 통과할 때 생긴다. 먼지 티끌과 작은 모래알 같은 유성체들이 지구 중력에 이끌려 최고 초속 71㎞의 속도로 무섭게 지구로 돌진해 오는 것이다. 대부분 질량이 1g 미만인 유성체들이 아름다운 빛줄기를 보여줄 수 있는 이유는 아주 빠른 속도로 대기권에 진입하기 때문이다.
이 유성체들은 지구 상층 대기권(발화점 1백55㎞)에서 빛을 발하며 격렬하게 불타면서 긴 (혹은 짧은) 궤적을 남긴다. 사람들이 올려다보는 밤하늘에서 화려한 불꽃 놀이가 일어나게 되는 것은 바로 이 입자들이 장렬하게 산화하기 때문이다. 별똥은 지상 80㎞ 근처에서 대부분 다 타 없어진다. 간혹 농구공만큼 큰 유성체가 지구에 돌진하면 대기권에서 미처 다 타버리지 못하고 땅에 떨어진다. 이것을 운석이라고 하는데, 우주 정보를 알려 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템펠 터틀 혜성이 만들어낸 별똥별 무리를 ‘사자자리 유성우(Leonids)’라고 부르는 것은, 유성체들의 복사점(발사점)을 별자리 지도에 그려 보면 사자자리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유성체들은 어느 한 점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어나가듯이 떨어지는데, 사실은 유성들이 모두 평행하게 진입하지만 눈의 착시 현상 때문에 방사형으로 퍼져나가는 것같이 보이는 것이고, 중심이 되는 점이 늘 있다. 사자자리의 가장 밝은 별은 태양 밝기의 1백50배나 되는 청백색 레굴루스(알파별)이지만, 사자자리 유성우의 복사점은 오렌지 빛의 2등성 알기바(감마별)이다.

이처럼 유성우의 이름은 복사점이 위치한 별자리의 이름을 따서 붙인다. 핼리 혜성의 잔해들인 물병자리 에타 유성우(극대기 5월7일), 오리온자리 유성우(10월20일), 스위프트 터틀 혜성의 찌꺼기인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8월12일), 쟈코비나 진너 혜성의 잔해인 용자리 감마 유성우(10월9일) 같은 대표적인 유성우들도 복사점이 위치한 별자리 이름을 딴 것이다.

포효하는 사자 형상을 하고 있는 사자자리는 ‘유성우의 왕’이라는 별명을 가질 만큼 별자리 자체보다 유성우를 만들어내는 별자리로 더 유명하다. 이런 영예를 안게 된 것은 유성체의 띠가 지구 반대 방향으로 운동하는 덕분에 유성체의 지구 돌진 속도가 최고 초당 71㎞로 유성체 가운데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돌진 속도가 빠른 만큼 격렬하게 대기권에서 불살라지기 때문에 폭죽이 터지는 것 같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광경을 만든다. 게다가 올해는 혜성이 뿌려 놓은 잔해가 가장 많은 때여서 지구인들이 금세기 마지막일지도 모를 화려한 우주쇼를 관람하려는 기대를 한껏 키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는 18일에는 어떤 장관이 펼쳐질까. 화려한 불꽃 놀이는 티끌들이 얼마나 많이 집중적으로 분포해 있는가 여부에 달려 있다. 즉 유성체의 밀도가 유성우의 화려한 정도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관건인 것이다. 우주 항공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두뇌 집단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대유성우 쪽에 손을 들었다. 항공우주국은 10월 초 “지구가 공전 주기상 매년 11월17일 경부터 혜성 띠 주변을 지나왔지만 올해는 1966년 이후 최대 규모의 유성우가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캐나다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의 피터 브라운 교수와 제임스 존스 교수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두 교수는 3백만개 입자를 이용한 수치 적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써서 사자자리 유성우 먼지 티끌들이 진화하는 모습을 실험했다. 이 시뮬레이션 결과 1899년, 1933년의 사자자리 유성우의 절정기가 실제 기록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유성우가 특히 활발했던 1966년의 상황도 훌륭하게 재현한 두 교수는 1998∼2000년의 사자자리 유성우도 1966년과 마찬가지로 매우 활발하며, 가장 화려한 모습을 연출하는 때는 1999년으로 예측했다.
밤잠 설친 만큼 보상도 충분

템펠 터틀 혜성은 특히 1799년, 1833년, 1966년에 화려한 유성우를 지구인에게 선사했다. 이 시기는 혜성과 지구의 거리가 매우 가까웠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반면 혜성과 지구가 이 때보다 멀리 있었던 1866∼1868년, 1900∼1901년, 1930년 께에는 특기할 만한 현상을 보이지 않았다.

혜성 궤도와 지구의 거리를 주목하는 학자들은 이번 사자자리 유성우가 별 볼 일이 없거나 아예 그런 현실이 없을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한다.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의 도널드 여맨스 박사는 과거 몇 차례의 유성우가 별 볼 일이 없었다며, 1899년(시간당 낙하 갯수가 40개)과 1933년(2백40개)의 유성우에 대한 기록과 궤도 계산에 따르면 이번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특히 1998∼1999년 템펠 터틀 혜성 궤도와 지구는 1966년(15만개)에 비해 3배, 1833년(5만∼15만개)에 비해 6배나 떨어져 있어 대유성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한다. 하버드 대학 부설 천체물리연구소의 브라이언 마스덴 박사는 올해와 내년에 요란을 떨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들의 견해는 소수 의견에 머문다. 많은 천문학자들은 18일 밤하늘은 사람들이 밤잠을 설친 만큼의 보상을 충분히 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들은 지구가 1966년보다 혜성과 거리가 멀다 하더라도 별똥이 시간당 천개 이상 떨어질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유성우가 절정에 달하는 시간은 언제일까. 항공우주국 에임스센터의 피터 젠킨스 박사는 11월18일 오전 4시께(한국 시간)으로 계산했다. 이 때 유성우가 초당 3개씩 1시간 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별똥이 시간당 만개 이상 쏟아진다면 이번 유성우에 대해 화려한 폭죽이 터진다는 표현을 써도 무리가 없다.

절정이 오전 4시라는 예측은 지구가 정확히 혜성 궤도의 평면을 지날 때 유성우가 최고조를 이룬다는 가정에 바탕을 둔 것이다. 만약 브라운과 존스 교수 주장처럼 궤도 평면 통과 2시간 40분 전이 지구가 티끌이 가장 집중된 지역을 지나는 때라면 새벽 2시께가 절정기가 된다. 그런데 절정 시간 예측은 혜성의 궤도 평면에 분포하는 잔해들을 흐트러뜨리는 목성의 섭동(가까이 지나가는 천체의 중력이나 이 천체와의 충돌로 인해 생기는 천체 운동의 변화)을 고려하면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실제로 1965년 유성우 때 하와이와 호주에서는 지구의 혜성 궤도 평면 통과 13시간 전에 별똥이 비처럼 쏟아졌다. 그런가 하면 1969년에는 4시간 후에 유성우 활동이 최고조에 달했다. 따라서 절정기가 언제일지는 종잡기 어렵지만, 대개 18일 자정부터 동트기 전까지 하늘을 지켜보면 우주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18일 밤하늘을 가장 행복하게 만나게 될 지구인은 누구일까. 지금까지의 예측 결과로는 중국 사람이 가장 좋은 조건에서 유성우를 관찰할 수 있다. 그 다음이 한국·몽골·일본 사람이다. 동아시아에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지역이 유리한 것은 유성우 관측에 유리한 새벽이기 때문이다. 별똥을 보려는 사람이 있는 지역이 지구 공전 방향의 뒤쪽에 있게 되는 자정 이전에는 지구의 공전 속도(30㎞)보다 빨리 달려오는 유성체만이 지구로 떨어지는데, 밤에는 떨어지는 별똥 수 자체가 적고 속도도 느리다. 속도가 느리면 대기와의 마찰이 약해 그만큼 별똥이 화려한 빛을 발할 수가 없다.

이 지역이 유리한 또 다른 이유는 달빛의 방해를 거의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달이 밝으면 관찰에 방해가 되는데 18일은 그믐(음력 29일)에 가까워 밤하늘이 캄캄하다. 이처럼 좋은 조건에서 한국 사람들은 우주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기상 조건이다. 날씨가 맑아야 한다. 구름이 잔뜩 긴 날씨에서는 유성을 잘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절대 손을 뻗칠 수 없는 우주가 연출하는 흥미 진진한 쇼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값비싼 인공 위성을 쏘아올린 사람들은 감흥을 느끼기보다 걱정이 앞서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설렌 마음으로 달력을 보고 있을 것이다. 만약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우리는 평생 별똥쇼를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내년과 후년에도 별똥이 꽤 내린다는 관측이 있지만, 폭죽 놀이 수준을 기대한다면 적어도 33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목성의 질투(섭동) 때문에 템펠 터틀 혜성의 궤도가 지구로부터 멀어진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2029년과 2098년, 아니 2131년까지도 화려한 불꽃놀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이번 별똥 쇼가 기대에 못미쳐도 그리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많든 적든 별똥 하나하나가 먼 옛날 태어난 혜성 부스러기가 태양계 방랑을 끝내고 지구 품안에 찾아들면서 마지막으로 몸을 불살라 아름다운 빛줄기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나 알퐁스 도데의 〈별〉에서 그려졌듯이 별은 얼마나 영롱한 광채로 인간의 지치고 아픈 심신을 보듬어 주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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