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구두도 닦고 가난도 닦아 줍니다
  • 羅權一 광주 주재기자 ()
  • 승인 1998.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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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청에서 도지사만큼 유명한 구두닦이 한대중씨(41). 그는 올해로 구두닦이 경력 24년째를 맞는 베테랑이다. 그가 하루에 닦는 구두는 1백50∼2백 켤레. 하루에 쓰는 구두약만 평균 7개.

도청 안에서 6년 이상 공무원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구두 생김새만 보아도 주인의 얼굴과 성격까지 금세 떠오를 정도이다. 그는 직원들의 경조사 때면 세상 없어도 꼭 얼굴을 내민다. 영업 전략이기도 하지만 워낙 직원 모두와 친숙한 탓이다.

집안 형편 때문에 등록금을 내지 못해 담임 선생님에게 시험지를 빼앗긴 뒤 중학교를 중퇴한 한씨는, 그 한을 풀기 위해 87년 서른을 넘긴 나이에 공부를 시작해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하기도 했다.

워낙 어렵게 살아왔기에 그의 이웃 사랑은 남다르다. 그는 고아들과 불우 청소년 출신들이 결성한 ‘광주 직업 소년원 새마을금고’이사장을 맡고 있다. 벌써 4년째 한달에 한번씩 헌혈을 한다. 그에게 반한 도청의 한 공무원은 대학에 다니는 자신의 아들을 그에게 맡겨 구두를 닦으며 인생을 배우게 한 일도 있다. ‘남을 돕는 것이 결국 나를 위하는 것이더라’는 것이 성공한 구두닦이 한씨의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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