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배우러 온 카리브 해의 사절
  • 朴在權 기자 ()
  • 승인 1997.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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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는 전세계 모든 나라와 우호 관계를 맺을 준비가 되어 있다. 물론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서울에 사는 유일한 쿠바인 호세 아리오사 페레스씨(41). 그는 한국과 쿠바가 국교를 수립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가 한국에 온 때는 지난해 12월29일. 한국교류재단의 초청을 받고 6개월간 한국의 경제 발전 모델을 연구하기 위해서이다. 현재 그는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소에 머무르면서, LG경제연구소·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유수한 경제연구소 연구원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그의 관심은 한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쿠바인이 한국을 찾은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페레스씨처럼 장기간 머무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쿠바에서 그의 직함은 ‘아시아 및 대양주 연구소’ 연구원. 그는 쿠바에서 손꼽히는 한반도 전문가이다. 쿠바외국어대학 조선어과를 졸업했고, 76∼78년에는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실습생으로 공부했다. 그리고 81∼82년에는 평양 주재 쿠바대사관 서기관으로 일했고, 86∼90년에는 다시 김일성대학 조선어과 야간 과정에 등록해 4년 과정을 마쳤다.
이 때문에 그는 한국어가 유창하고, 한국 사정에 상당히 밝다. 대학 조선어과 동급생이었던 부인 역시 한국어에 능통해 쿠바에서‘한국여행사’ 대표로 일하고 있다. 한국인이 쿠바를 방문할 경우, 반드시 거쳐야 할 사람이 바로 그의 부인이다.

4개월 간의 서울 생활에서 페레스씨가 깨달은 것은 한국인들이 매사에 매우 급하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바빠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다시피 한다며, “바쁘다는 말 자체가 한국인들 삶의 일부인 것 같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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