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페드컵' 보니 '월드컵 망신' 걱정
  • 기영노 (스포츠 평론가) ()
  • 승인 2001.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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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경기 관중석 썰렁…대회 준비, 곳곳에서 허점


지난 5월30일 개막되어 6월10일까지 치르는 컨페더레이션스컵 축구대회는 2002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를 꼭 1년 앞둔 시점에서 열려 '프레 월드컵'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주최측은 관중 동원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운영 미숙을 드러내 과연 1년 뒤 2002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를지 의문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키스 쿠퍼 수석 대변인 겸 공보국장은 "한국과 일본 모두 자기 나라 경기에만 관중이 몰리고 있다. 축구를 잘 모르기 때문에 그저 자기 나라 선수를 응원하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브라질·카메룬 전, 프랑스·호주 전 같은 빅 게임은 이런 대회 아니면 볼 수 없다. 그런 경기장에 관중이 없는 것은 축구 후진국에서 나타나는 부끄러운 현상이다"라고 말한다.


대표팀 태운 버스, 경기장 진입로 몰라 헤매


쿠퍼 대변인의 지적대로 한·일 두 나라에서 자국 경기에만 관중이 몰릴 뿐 나머지 경기는 썰렁함을 넘어 보기 민망할 정도로 관중석이 텅 비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30일 경기도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진 멕시코·호주 전은 4만3천5백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에 겨우 6천2백32명이 들어왔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가시마 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카메룬의 경기에도 겨우 1만5백19명이 입장했다. 이 경기장은 4만1천8백명을 수용할 수 있다.


선수들도 불편을 겪었다. 각국 대표 선수들을 태운 버스가 이동할 때마다 앞뒤에서 버스를 안내하는 경찰 차량이 월드컵 경기장 진입로를 몰라 주변을 빙빙 도는 촌극을 벌였다. 지난 5월31일 오후 훈련을 위해 울산 현대호텔을 출발한 우리나라 대표팀 버스는 평소 30분 걸리는 울산 문수경기장에 무려 50분이나 걸려서 도착해 훈련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운동장으로 통하는 도로에서 빠르게 움직이지 못한 탓도 있지만, 버스가 경기장 근처에 가서도 입구를 찾지 못해 운동장 주변을 헤맸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안내판이 부실한 것이다.




대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한국 대표팀이 프랑스와 경기를 갖기 위해 숙소를 나와 운동장으로 가는데, 버스를 안내하던 경찰차가 진입로를 착각하는 바람에 예정 시간보다 휠씬 늦게 도착해 선수들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입장권 발매에도 문제가 많았다. 대구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입장권 좌석 번호가 겹치는 바람에 월드컵조직위원회 직원과 관중들이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를 취재하는 기자들도 고생이 많다. 이번 대회는 국내외 기자들과 선수단이 함께 어울려 인터뷰할 수 있는 '믹스트 존(mixed zone)'을 운용하고 있다. 기자들이 감독이나 선수들을 개인적으로 접촉할 수 있기 때문에 영어권 선수들은 어느 정도 인터뷰가 가능하다. 그러나 스페인어권이나 프랑스어권 선수들에 대한 접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국내 기자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북미 또는 일본에서 온 언론인들도 똑같이 겪는 어려움이다. 특히 프랑스 대표팀은 인터뷰에 잘 응하지 않아서 애를 먹였다. 프랑스 대표팀의 르메르 감독은 '영어를 잘 못한다'는 핑계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기 나라 기자들과는 다정히 인터뷰한다.


프랑스는 자기 나라에서 요리사 2명과 함께 올리브 기름·파스타 등 음식 재료까지 가지고 왔다. 프랑스 대표팀 인원은 모두 54명. 선수 23명을 빼면 코칭 스태프를 포함해 31명이 그라운드 밖의 대표 선수인 셈이다. 이 중에는 안전·여행 담당 등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직책도 포함되어 있었다.


대표팀이 묵는 호텔 및 경기장 곳곳에 실무자들조차 통과할 수 없는 통제 구역이 많아 월드컵조직위원회 직원들이 일을 처리하는 데 불편을 겪었다. 울산에서는 바가지 요금 탓에 말썽이 벌어졌다. 한국·멕시코 전을 앞둔 지난 5월31일 일부 숙박업자가 숙박료를 편법 인상했다. 평소 3만5천원이던 숙박료를 5만원으로 인상한 뒤 항의를 받자 숙박업자들은 "숙박 요금은 신고제라 대회 기간 동안만 올려 받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울산시는 신고제이기 때문에 시에서 인상을 막을 수는 없지만 세무서에 알려 계도하겠다고 말했다. 세무서가 세금을 물리는 것과 관광객들이 손해 보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2002 한·일 월드컵은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올림픽을 치른 서울을 제외한 9개 도시는 역사상 처음으로 전세계에 노출되는 경험을 한다. 각 도시마다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도약의 계기로 삼고,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에 일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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