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쓴 '이등병의 편지'
  • 고제규 기자 (unjusa@e-sisa.co.kr)
  • 승인 2001.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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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9일 강원도 청평국군병원에 근무하던 송상훈 이등병(20)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송씨는 키가 180cm인데 175cm 높이에서 목을 매단 채 숨졌다. 군 당국은 자살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송씨의 죽음도 다른 군 의문사처럼 석연치 않아, 유가족은 천주교 인권위원회에 진실을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김 훈 중위 사건을 비롯해 군 의문사를 집요하게 다루어온 천주교 인권위원회는 지난 5월29일 '군의문사·군폭력 대책위원회'(대책위)를 공식 발족했고, 6월4일 서울역에서 '군의문사·군폭력 희생자 추모제'를 열었다.


싱어송 라이터 김현성씨(39)는 이 날 추모제에서 〈송이등병의 못다 쓴 편지〉를 노래했다. 김씨는 고 김광석씨가 노래한 〈이등병의 편지〉 작사·작곡자. 김씨는 스무 살 무렵에 이 노래를 만들었다.


김씨는 추모제에 참석해 달라는 대책위의 요청에 처음에는 망설였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유가족 앞에서 노래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씨는 이 날 그 어느 때보다 열창했다. '부모님께 큰절 하고 대문 밖으로 나설 때'라는 부분에서 김씨의 목이 메이기도 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 〈이등병의 편지〉는 금지곡이었다.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 군 입대를 너무 서글프게 노래했다는 이유에서다. 김씨는 "돈 있는 사람은 면제되고, 한 해 평균 3백명의 젊은이가 군부대에서 숨지는 현실이 오히려 서글프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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