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의 의문사 그 진실을 찾아서
  • 고제규 기자 (unjusa@e-sisa.co.kr)
  • 승인 2001.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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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호씨(32)는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 사무실에서 밤을 새우기도 한다. 그렇다고 주씨가 고액 연봉을 받는 사람은 아니다. 월급은 고사하고 자기 호주머니를 털어 가며 일한다.




주경호씨가 근무하는 사무실에는 책상 한 개, 컴퓨터 한 대, 전화기 한 대만이 썰렁하게 놓여 있다. 주씨는 이처럼 단출한 사무실에서 '나 홀로' 일한다. 급여도 나오지 않고, 지켜보는 사람이 없는데도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지난 3월9일부터 주씨는 한 사람의 행적을 쫓는 데 매달려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1992년 행방 불명되었던 학교 선배 박태순씨가 숨졌다고 발표한 뒤부터, 주씨는 박씨의 죽음에 얽힌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밤낮으로 뛰어다녔다. 홈페이지를 만들고,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를 찾아다니고,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하루가 25시간이라고 해도 부족할 정도였다. 생업을 포기한 것은 당연했다.


대학생 때 박씨와 자취 생활을 함께 했던 주씨는 "박선배의 삶을 뒤쫓으면서 그동안 잊고 살았던 것들을 되돌아보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6월 말까지 활동하고, 장기전을 위해 다시 직장을 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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