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핀 친구의 한을 풀다
  • 고제규 기자 (unjusa@e-sisa.co.kr)
  • 승인 2001.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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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가까워지면 정윤희씨(32)는 유난히 울적해진다. 정씨는 군대에 있던 1997년 추석 무렵,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1997년 9월15일 경찰의 체포를 피해 달아나다 추락사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투쟁국장 김준배씨는 그의 둘도 없는 ‘동지'였다.


군대에서 제대하자마자 정씨는 김씨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는 학업도 사회 진출도 포기하고 매달렸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지난 9월3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김준배씨가 경찰에게 구타당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정씨는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1997년 당시 김준배씨 사건을 담당했던 정윤기 검사(현 영월지청장)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소환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문사와 관련한 집회에 단골 손님처럼 등장하는 정씨는 "못다 핀 청춘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이 살아 남은 자들의 도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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