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과학으로 풀어보는 '한가위 상식'
  • 안은주 기자 (anjoo@e-sisa.co.kr)
  • 승인 2001.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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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보름달 알고 보니 '모자란 달'?
사소한 일상에도 과학의 원리가 숨어 있다. 그 원리를 알면 지식을 얻을 뿐 아니라 아는 만큼 건강해지고 돈도 절약할 수 있다. 한가위에 생길 수 있는 시시콜콜한 궁금증을 과학으로 풀어 보았다.


고향에 가면 마음이 편해지는 까닭


도시에서의 생활은 100m 달리기 경기처럼 바삐 돌아가기 때문에 교감신경계가 항상 긴장해 있다. 교감신경계가 긴장하면 마음이 편할 수 없다. 그러나 고향에 가면 교감신경계의 모든 긴장이 풀어져 마음이 푸근해진다.




정신분석학에서는 고향에 가면 교감신경계의 긴장이 풀어지는 이유를 퇴행 욕구가 충족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퇴행이란 발달 이전 단계로 돌아가 만족을 얻는 것. 인간 누구나 갖고 있는 기본 욕구이다. 초등학교 동창회에 모인 어른들이 초등학교 때처럼 놀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정겹고 낯익은 풍경, 그리운 사람들, 애틋한 추억을 간직한 고향은 퇴행하기에 딱 좋은 공간이다. 호텔 방에서 안락한 휴가를 보내는 것보다 차 안에서 몇 시간씩 시달리면서도 고향으로 떠나는 것이 더 좋은 까닭은, 고향이 퇴행에 필요한 무대가 마련된 곳이기 때문이다. 귀향은 ‘퇴행 욕구'를 채우러 가는 행위이다.


한가위 보름달과 정월 보름달 중 어느 것이 더 클까?


매달 보름달이 뜨지만, 크기가 늘 같은 것은 아니다. 겉보기에 보름달의 크기는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 달은 지구를 중심으로 해서 타원 형태로 돈다. 지구와 달의 거리가 가까울 때 달은 커 보이고, 멀 때는 작아 보인다. 달-지구-태양 순서로 일직선이 될 때 보름달을 볼 수 있는데, 보통 2월(음력 1월)에 달과 지구가 가장 가까워진다. 정월 보름에 뜨는 달을 대보름이라고 부른 옛날 사람들도 그 원리를 알았는지, 실제로 1년 중 가장 크게 보이는 것은 정월 보름달이다. 7, 8월에는 달과 지구의 거리가 가장 먼 편이어서, 사실 한가위 보름달은 여느 보름달보다도 작게 보인다.


또 대개 추석날 뜨는 달은 온전한 보름달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추석 이틀 뒤에 보름달이 떴고, 올해에는 추석 다음 날에 뜬다. 음력의 한 달은 29일이나 30일이다. 그러나 보름달이 다음 보름달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정확하게 29.53일이다. 음력 날짜와 달의 변화 사이에 오차가 발생함에 따라 보름달이 뜨는 날이 달라지는 것이다.


차가 갑자기 밀리는 이유


추석 귀향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경 가운데 하나가 주차장으로 변해버린 고속도로이다. 교통량이 갑자기 늘어난 탓도 있지만, 씽씽 달리다가도 어느 지점부터 꽉 막히는 경우가 있다. 비단 병목 현상이나 사고 때문만은 아니다. ‘충격파 이론'(제동등이 켜지는 지점에서 뒤쪽으로 충격파가 이동하는 것을 설명하는 이론)에 의하면 도로상의 아주 사소한 장애 하나가 꽤 긴 구간에서 정체를 일으킬 수 있다.




차가 빠르게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차 한 대가 끼어 드는 것을 상상해 보라. 바로 뒤의 차는 가속 페달을 약간만 늦추지만, 그 뒤의 차는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을 수밖에 없다. 그 충격이 뒤로 계속 전해져 차들이 차례로 브레이크를 밟게 되고, 결국 정체로 이어진다.


이런 현상 때문에 물리학에서는 교통 흐름을 ‘비선형'으로 본다. 아주 사소한 장애 하나가 전체적인 흐름을 방해하는 현상으로 확대된다는 의미이다. 모든 차가 갑작스럽게 차선 변경만 하지 않아도 고속도로는 훨씬 덜 막힌다.


밀리는 차안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요령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의 해마가 오그라들어 인식 기능에 장애가 생긴다. 우리에 갇힌 쥐의 경우, 스트레스를 받은 뒤 신경세포 길이가 짧아지고 그 전에 쉽게 헤쳐나간 미로조차 빠져나가지 못했다는 연구가 있다. 스트레스는 그때 그때 푸는 것이 좋다.


귀성길 차안에서 뇌의 긴장을 풀어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은? 일단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여유를 갖는 것이 좋다. 무리한 일정은 그 자체가 스트레스다. 음악은 긴장한 뇌를 이완하는 데 효과적이다. 자연의 소리가 담긴 음악이나 부드럽고 차분해지는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스트레스 강도가 높을 때에는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라. 소리를 지르는 것만으로도 뇌가 행복해진다. 막히는 도로에 억지로 서 있기보다는 종종 갓길에 차를 세우고 쉬는 것도 좋다.


연료를 절약하는 운전법


가속 페달을 급하게 밟는 순간, 휘발유는 12cc 가량이 낭비된다. 만약 고향 가는 길에 열번 급출발을 하면 1200m를 갈 수 있는 기름(120cc)을 낭비하는 꼴이다. 물건 10kg만 더 차에 싣고 50km를 달리면 연료가 20cc 더 든다. 공회전 상태에서 5분 정차할 때에는 약 70cc 정도, 신호 대기 중에 헛 가속을 한번 할 때마다 6cc가 공중으로 날아간다.


또 타이어에 바람이 빠진 상태에서 달려도 기름이 낭비된다. 타이어 공기압이 적정 양보다 0.5kg/㎡ 적은 상태에서 50km를 주행하면 130cc가 더 소모된다. 목적지까지 가는 데 5분 정도 더 걸리면 휘발유는 약 200cc 가량이 낭비된다. 무려 2km를 달릴 수 있는 양이다(연료 1ℓ로 10km를 달리는 휘발유 승용차 기준).


[도움말 : 김봉규(한국천문연구원·선임연구원) 장성철(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분석센터) 하지현(용인정신병원·신경정신과장) 한영실(숙명여대교수·식품영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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