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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①] 트럼프-김정은 지루한 밀당…비핵화-종전선언 맞바꾸나

2차 북·미 정상회담 3대 관전 포인트(上)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10.12(Fri) 14:00:00 | 15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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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을 때다. 5년 뒤 일본 NHK 프로그램 《한일교섭, 알려지지 않은 핵의 공방》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고이즈미 총리: 모든 핵무기 계획을 파기하고 국제기구 사찰을 받는 게 북한에 이익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고이즈미 총리는 핵의 가치를 평가할 때, 경제적인 것과 비교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핵을 보유해도 당장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없다. 우리는 생존권 문제 때문에 핵을 갖게 됐다. 생존권만 보장받는다면 핵은 아무런 쓸모가 없는 물건이다. 미국은 먼저 핵을 포기하라 말하지만, 그건 패전국에 대한 요구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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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북한 핵 개발 정책의 중요한 원칙을 담고 있다. 첫째, 북한의 비핵화는 경제적 이익과 연관 지을 수 없다. 두 번째는 북의 핵 보유 명분이 체제 생존권과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생존권만 보장받는다면…’이라는 전제조건하에 비핵화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대목에서 무엇이 떠오르는가. 3차 남북 정상회담의 도화선이 된 3월초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방북이 연상되는 것은 왜일까. 당시 “북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특사단을 이끌고 다녀온 정의용 실장은 설명했다.

세 번째는 한쪽만 일방적으로 무장해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북한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지금은 국제법적으로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가장 확실한 전략무기를 없애라는 외부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약 이를 받아들이면 제국주의와 맞서 싸우기 위해서라는 북한의 한국전쟁 참전 논리가 송두리째 무너진다. 김 위원장이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비핵화는 패전국에 대한 요구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선을 그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올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국제사회에 밝히면서도 “일방적 비핵화는 없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1. 김정일 vs 김정은 리더십 차이

올 들어 북·미, 남북 간 관계 개선만큼이나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바뀌는 게 있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평가다.

“김정은은 미쳤거나 천재, 둘 중 어느 한쪽.”(2015년 8월, 미 앨라배마주 버밍햄 라디오방송 인터뷰)

“꽤 영리한 사내.”(2017년 4월 CBS 인터뷰)

“자살행위를 하고 있는 로켓맨.”(2017년 9월 유엔 총회 연설)

“김정은과 나는 서로를 좋아한다.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9월29일, 미 웨스트버지니아주 중간선거 지원유세)

트럼프뿐만이 아니다. 국제사회가 베일에 싸여 있던 김정은을 다시보고 있다. 트럼프는 과거 김정은을 아버지 김정일보다 더 불안한 존재라고 봤지만, 요사이 전해지는 발언을 보면 정반대다.

최근 김정은의 행보를 보고 있으면 뚜렷한 목표가 엿보인다. 바로 보통 국가로의 변신이다. 부친과 달리 비행기를 타고 우방국을 오가며 경우에 따라선 부인 리설주도 대동한다. 협상 방식도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 최근 남북한 협상 과정을 보면, 북한은 실무자들이 80~90% 합의안을 마련하고 나머지는 정상 간 회담에서 결정하고 있다. 정상국가 간 협상 과정과 비슷하다. 과거 김정일 시대 때 열렸던 1, 2차 정상회담에서는 북측이 사전협의를 거부해 정상회담 마지막 순간까지도 합의문 조율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러면서도 국가의 명운이 걸린 미국과의 협상은 톱다운(Top Down) 방식을 고집한다. 체제 존속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굵직한 협상은 최고지도자가 결정함으로써 협상력뿐만 아니라 속도전에서도 우위를 점하려는 모습이다.

김정은 정권 초기만 해도 한·미 양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3대 세습체제가 조만간 무너질 거라고 봤다. 무엇보다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정권의 수명을 재촉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공포정치에 기반을 둔 집권 초기 군부 단속은 김정은의 리더십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고모부 장성택은 2013년 12월 ‘반(反)당 반(反)혁명’ 혐의로 처형됐다. 2015년 4월에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관벌관료주의라는 죄명으로 실각시켰다. 이보다 앞서 김정일 사망 직후인 2012년 7월엔 북한군 최고 실세 리영호를 권력에서 배제했다.

올해까지도 김정은은 여러 차례 군 총정치국장을 교체하는 등 ‘군부 힘 빼기’를 이어가고 있다. 2015년 7월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 보고를 통해 김정은 정권 들어 당·정부 기관은 인사교체율이 20~30%지만, 군은 40% 인물이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이는 선군정치를 표방한 김정일 시대와는 확연히 다르다. 김정은 시대에 와서 군부는 뒤로 밀리고 그 자리는 경제·과학기술 분야 인사들로 대체되고 있다. 이준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정은은 2중, 3중으로 군을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군부가 불만을 갖고 쿠데타를 일으키기가 매우 힘들다”면서 “김정은 시대 들어 해외 순방이 잦은 것도 군부 눈치를 보지 않는 김정은의 자신감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일이 선군정치를 표방한 이유는 군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김일성 주석은 살아생전, 김정일에게 거의 대부분 직책을 이양했지만 인민군 총사령관 자리만큼은 끝까지 넘기지 않았다. 그런 김일성이 최고사령관 자리를 넘긴 것은 1991년 12월이다. 그해 전직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의 동아시아 담당 요원이 모스크바 북한대사관을 통해 ‘KGB가 입수한 북한 군부의 반정부 조직 명부’를 넘긴 것이 발단이 된 것이다. 명단을 입수한 김정일은 김일성에게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 총사령관 자리는 넘겨받았지만 이후 소련 내 군사정변이 일어나는 것을 목격한 김정일은 집권 기간 동안 군부의 눈치를 봤다.

김정일은 1998년, 2009년 헌법 개정을 통해 ‘선군정치’를 확실히 했다. 1998년 헌법 개정이 국방위원회의 위상을 국가 최고행정기관으로 공식화시켰다면 2009년에는 국방위원장이 국가의 최고지도자며 국정 전반을 책임지는 의무와 권한을 가지는 자리임을 확고히 다졌다. 북한 입장에서는 선군정치야말로 북한에 개입하려는 외부세력, 특히 미국과 일본의 교묘한 책략을 막아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봤다.  

 

 

※계속해서 ☞[북·미회담②] 트럼프 김정은 지루한 밀당…비핵화-종전선언 맞바꾸나(下) 기사가 이어집니다.


※‘북·미회담’ 연관기사


[북·미회담②] 트럼프 김정은 지루한 밀당…비핵화-종전선언 맞바꾸나(下)


[북·미회담③] 봇물 터진 김정은 ‘회담 쇼’…평양 외교라인 속 탄다


[북·미회담④] 美, 북핵 검증·사찰 눈높이 낮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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