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진동할 주수도 게이트 폭발하는가
  • 정희상 전문기자 (hschung@sisapress.com)
  • 승인 2006.08.1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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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된 제이유그룹 주수도 회장의 전방위 금품 로비 내역을 밝히려는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사기 사건으로 기록될만한 제이유 사태가 선장 주수도씨 구속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4개월째 이 사건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김진모 부장)는 주수도씨 공소장에 그의 혐의 사살을 ‘피해자 14만명에 6백여 명의 고소인단, 사기 금액 1조원’으로 기재했다. 제이유 스스로가 35만명의 회원에 연간 2조원대 매출을 기록해왔다고 공언했으므로 수사가 진행될수록 피해자와 사기 및 횡령 액수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검찰 수사의 관심사는 지난 4월 <시사저널>이 입수해 보도한 국정원의 제이유 보고서에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정․관계 로비 의혹의 실체에 모아지고 있다. 국정원 내사 보고서는 ‘여당 의원은 물론 공정위 및 검․경 관계자 등 뇌물 수수자가 워낙 많아 그대로 드러나면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정리했다. 또 청와대 비서관과 정․관계, 언론계 등 사회 각계 지도층을 상대로 해서는 가족 및 친․인척 명의로 회원에 가입시키는 방식으로 금품을 전달했다고 적고 그 명단까지 정리했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를 하면서 제이유 그룹이 불법 영업을 무마하는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와 권력 기관, 감독 당국 등에 전방위 금품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하고 이 부분의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수사 관계자는 “조사를 해보니 제이유가 정치인에게 돈을 건넨 형태뿐만 아니라 일부 정치인이 주수도 회장에게 연락해 지역구 사업체의 물건을 납품받아달라고 청탁한 형태까지 그 수법이 다양하더라”고 말했다. 따라서 검찰 수사에서 국정원 보고서 내용의 혐의 사실들이 구체적으로 확인되면 이 사건은 폭탄급 파장을 일으키는 ‘주수도 게이트’로 비화할 것으로 보인다.

주수도씨는 구속 이후 한때 ‘절식’까지 벌이며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국정원 음모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그와 오랫동안 사업을 같이해온 이들은 그가 ‘쇼’를 벌인다며 코웃음 치고 있다. 주씨에게는 ‘뭉텅이 금품 로비’를 빼면 불법으로 점철된 그의 사업이 애당초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이런 그의 사업 행태는 2002년 주수도씨가 구속됐을 당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주씨의 부탁을 받고 그를 대신해 ‘경찰 간부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해주고 죄를 뒤집어쓰기로 허위자백했던 사례로도 증명되었다. 주씨는 사업 과정에서 각 수사 기관으로부터 미리 정보를 제공받아 내사에 대비하기 위해 사업장 관련 지역의 수사 기관은 항상 먼저 돈으로 관리했다는 것이 그를 잘 아는 과거 사업자들의 주장이다. 또 공직자와 각계의 명사들에게는 돈 뭉치나 회원에 가입시켜 특혜를 주는 방식을 사업의 기본으로 알고 실천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국정원 문건 역시 주씨의 이런 사업 행태를 큰 문제점으로 정리해두었다. 

설령 수사 과정에서 금품 로비 혐의가 확인되더라도 치밀한 수법으로 자기만은 철저히 빠져나가는 것이 주씨의 주특기였다. 2002년 경찰의 한 경무관이 주씨의 로비 덫에 걸려 옷을 벗을 때도 그랬다. 검찰에서 주씨가 금품 전달을 지시한 증거를 확보해 추궁하자 주씨는 모든 것을 털어놓을 테니 한 사람을 면회시켜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당시 자신의 심복이던 조 아무개씨를 부른 주씨는 ‘내가 당신에게 수사 기관에 돈을 갖다주라고 시켰는데 당신이 욕심이 나서 중간에 착복했다고 진술해달라. 훗날을 보장해주마’라고 종용했고, 이 작전은 성공해 그는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갔다.

로비 대상자·액수 적힌 리스트 공공연히 나돌아

그러나 이번에는 그가 불법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혐의 수사에서 손쉽게 법망을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지난해부터 제이유그룹의 부도와 주씨의 구속 등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주수도씨에게서 그동안 금품을 받은 리스트를 승부수로 활용하기 위해 자료를 작성했다고 내사 보고서에서 밝혔다. 정치권․검찰․경찰․사법부․공정거래위원회 등 로비 대상자 실명과 로비 액수가 정리된 리스트도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주씨는 자신이 이 리스트를 작성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지만, 현재 검찰은 이대목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사저널>은 지난 3개월 동안 국정원 문건을 토대로 주수도씨의 비자금 조성 및 은닉, 정치권과 권력 기관에 돈 심부름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들을 집중 추적했다. 그 결과 주수도씨의 비자금 조성 수법과 은닉 형태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확보했다. 정․관계로의 돈 심부름 의혹을 받는 이들은 개입 사실을 극구 부인했지만 검찰 수사로 진위가 확인되어야 할 석연찮은 대목도 적지 않았다.

 
주수도씨가 비자금을 조성해온 방법은 크게 네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심복으로 삼은 상위 사업자 수당 계좌를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월 수당 7억~8억원대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진 제이유 최대 사업자인 김○○씨가 대표적이다. 검찰에서도 지난 6월 주수도씨와 함께 김씨를 공개 수배했지만 지금까지 그녀의 소재는 오리무중이다. 김씨는 2002년 주수도씨가 구속될 때도 함께 수배됐지만 그녀만 체포되지 않고 사건이 종결된 바 있어서 오랜 세월 주수도씨가 자금을 은닉한 핵심 인물로 꼽히고 있다.

제이유 김○○ 비서실장과 홍○○ 전산실 부장도 비자금 조성 의혹을 풀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김비서실장은 최일선에서 주수도 회장의 모든 분야를 들여다본 사람이라는 점에서 그가 입을 열면 사건의 진상은 쉽게 드러나리라는 것이 내부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홍부장은 차명으로 비자금 관리와 자금 흐름을 인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는 지난해 전산을 조작해 16억원을 착복한 혐의로 검찰에 고소당해 현재 종적을 감춘 상태다.

주수도-정대표-한고문 관계 규명이 핵심

주씨가 비서실의 한 여비서 통장을 이용해 주가 조작용 돈 관리를 해왔다는 내부 주장도 제기되었다. 주회장이 그녀에게 정치인 돈 심부름을 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여직원은 기자가 돈 심부름에 대해 확인을 요청하자 “얘기해줄 수 없다”며 모호하게 답변했다. 수사 기관도 이 여비서의 역할에 주목했던 듯하다. 8월2일 금융감독원은 그녀를 조사했고, 이튿날 검찰은 그녀의 가택을 수색하는 한편 10시간에 걸쳐 강도 높은 소환 조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주회장이 구속되어 차명으로 돈을 관리해온 사람들이 전부 자기 돈이라고 주장하며 착복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주씨의 한 고문변호사도 “지난해 국세청으로부터 5백60억원대 세금 추징을 당한 후 압류될 걱정 때문에 자금과 부동산을 주회장 명의로 남기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라고 귀띔했다.

 
납품 회사와 업자를 이용한 비자금 조성도 검찰이 밝혀내야 할 대목이다. 납품 문제는 현재 중국 지사장으로 나간 정○○ 전 대표와 한○○ 해외 담당 고문이 담당했다는 점에서 열쇠는 이들이 쥐고 있다. 한씨는 특히 2004년 이후 주수도 회장이 총애하는 인물로 떠오르며 주목되었다. 국정원 보고서에는 한씨가 제이유 비자금 조성과 정치권 로비의 핵심 인물로 묘사되어 있고, 구체적으로는 정치권에 100억원대 뭉칫돈을 뿌린 사람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이에 한씨는 “근거 없는 음해다. 검찰이 빨리 나를 조사해 무고함을 밝혀주었으면 한다”라고 주장했다. 주회장의 ‘오른팔’로 통하는 한씨는 세신의 계열사 비티엠 의료기 회장과 브링스엠 회장을 맡았다. 주회장과 한씨는 밴드 회사 브링스엠(현재 제이앤제이비즈)을 공동 설립해 제이유에 납품하는 제품은 이곳을 통해야만 PV라는 수당 점수를 많이 주는 방식으로 폭리를 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제이유그룹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곳이기도 하다.

제이유 사정을 잘 아는 내부자들은 ‘주수도-정○○-한○○’으로 연결되는 고리가 지난 2년여 동안 제이유 경영의 핵이었다고 말한다. 때문에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 의혹의 수수께끼는 최종적으로 이들의 관계를 규명해야만 풀 수 있다는 것이다. 한씨의 고문변호사는 “검찰은 현재 한씨의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그를 출국 금지하는 한편 최근 100여 개에 달하는 각종 주변 계좌에 대한 압수 수색과 추적 조사를 벌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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