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어서 더 상쾌한 사람들
  • 안은주 기자, 서수란 인턴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6.08.23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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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에 단식원 찾는 사람 늘어.... 긴장 해소.장기 기능 향상 등 효과 다양
 
단식 열풍이라고 할 만하다. 휴가와 방학이 겹치는 여름철이면 단식원마다 사람들로 넘쳐 난다. 과거에는 다이어트를 하려는 젊은 여성이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요즘에는 남녀, 직업이 따로 없다. 20대 여성부터 40대 남성까지, 대학생부터 정치인까지 단식을 즐겨한다. 목적도 달라졌다. 다이어트보다는 신체 건강 또는 정신 건강을 위해 단식원을 찾는 사람이 절반을 차지한다. 명상이나 요가, 에스테틱 등 목적을 특화한 단식원도 많다. 단식이 ‘건강 비결’로 인식되면서 ‘단골’도 늘었다. 경험 삼아 한번 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단식원을 찾는가 하면 가정에서 홀로 단식을 시도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선택하는 단식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오롯이 굶는 방법을 택하는가 하면 포도 단식, 야채 단식처럼 칼로리 적은 음식을 조금씩 섭취하는 단식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왜 단식에 빠져드는 것일까.

 
양경숙(46.라디오21TV 본부장)씨는 스스로를 단식원 ‘신봉자’라고 말한다. 양경숙씨는 “과식과 폭식으로 망가진 몸을 단식을 통해 돌아보게 됐다. 단식은 외형뿐 아니라 내형도 치료하는 방법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도 처음에는 단식을 신뢰하지 않았다. ‘단식한다고 살이 빠질까, 건강에 나쁜 것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지난해 7월 단식원을 찾았다. 당시만 해도 키 166cm에 체중이 73kg이나 나갔던 그는 체중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었다. 7일 간의 첫 단식으로 7kg을 감량하는데 성공했다. 가벼워진 몸만큼 정신도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지난 4월 말 양경숙씨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자궁암 양성 판정을 받았다. 처음에는 충격이 컸지만 그는 단식을 통해 몸과 마음을 함께 추스를 목적으로 다시 단식원을 찾았다. 15일 간의 단식은 그에게 새로운 활력과 희망을 주었다. 둘째 날까지 두통과 어깨 결림이 심했지만 사흘째부터는 음식에 대한 욕구가 사라지며 무념무상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단식원에서도 방송 일을 계속 했는데, 밖에서보다 훨씬 여유롭고 안정된 상태에서 일할 수 있었다. 단식 11일째 날에는 자궁 부근에서 악취를 동반한 노폐물이 배설돼 조금씩 몸이 좋아지는 기분이었다. 15일간의 2차 단식으로 7kg이 더 빠졌다. 양경숙씨는 “체중도 줄이고 암 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단식은 인생에서 한 번쯤 경험해 볼 만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프로골퍼 강욱순(40.안양베네스테골프클럽)씨는 골프계의 ‘단식 전도사’다. 그는 지난 3월 초 처음으로 단식원에 들어갔다. 운동선수가 단식하는 것이 쉽지 않았으나 경기 부진으로 인한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단식원을 찾았다. 강욱순씨는 “근육이 과거와 달리 굳었고 골프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나 자신을 비우며 골프인생을 되돌아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강씨가 선택한 단식원은 명상 단식원이었다. 그는 2주일동안 생수와 죽염, 감잎차 등만을 마시며 단식을 시행했다. 하루 2~3시간만 자면서 명상과 단학수련도 병행했다. 단식과 보식 기간을 합해 약 한 달이 걸렸다. 체중이 73㎏에서 66㎏으로 줄었다. 단식 후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강욱순씨는 “단식은 속을 비우고 머리를 채우는 것이다. 단식원에서 배운 명상을 통해 상대를 이해하는 법을 배웠고 긴장과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단식원 퇴소 후 일곱 경기를 치른 강씨는 전성기 때의 성적을 회복해 가고 있다. 단식 후 체중이 줄고 기력이 약해졌는데도 성적은 더 좋아지고 있다. 그는 올 겨울에 한 번 더 단식을 계획 중이다.

과거 정치인들의 단식은 개인이나 정당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도구였다. 그러나 최근 몇몇 정치인들은 건강을 위해 단식을 시도한다.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이 대표적이다. 고진화 의원은 2004년 국정감사 기간에 단식을 시작했다. 당시 고의원은 잦은 조찬모임과 술자리 로 인해 체중이 급격하게 늘었다. 그는 한의사의 조언을 받아 야채단식을 시작했다. 전문 단식원을 찾기에는 시간이 여의치 않았다. 야채단식은 몸에 무리가 적고 상대적으로 포만감이 컸다. 그는 15일 동안 당근․오이․브로콜리 등 칼로리가 낮은 야채를 하루에 한 번씩 섭취하고 매일 물을 마셨다.

 
고진화 의원은 “처음 해본 단식이었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독성 물질이 체외로 빠져나가 피부가 깨끗해지고 집중력과 인내력이 길러지는 것 같았다. 1년에 한 번 자동차 정비를 하듯 사람 몸도 정기적으로 정화해줘야 한다. 단식이야말로 최고의 신체 정화 작용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회가 되면 단식을 더 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위 무용가 홍신자(67)씨는 문화계에서 대표적인 단식 예찬론자로 통한다. 홍신자씨가 단식을 처음 경험한 것은 인도에서였다. 1976년부터 3년 동안 인도에서 공부하던 홍신자씨는 급격하게 나빠진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인도 단식원을 찾았다. 인도 단식원은 금식을 통해 종교적 수행과 명상을 하는 장소로 홍씨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 홍씨는 인도에서 머무는 동안 심신이 아플 때마다 단식원을 찾아갔다. 단식 습관이 몸에 밴 그는 지금도 1년에 서너번씩 정기적으로 ‘굶는다’. 홍신자씨가 주로 하는 단식은 포도를 이용한 과일단식이다. 하루에 1.5㎏ 포도를 다섯 번에 나눠 섭취하고 수시로 물을 마신다. 그리고 매일 관장을 해서 숙변과 노폐물을 빼내준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약 3박4일 동안 단식을 하는데 포도 단식은 포도가 나는 철에 한다.

 
홍씨에게 단식은 무용에 혼을 불어넣는 기폭제와 같다. 홍신자씨는 “단식은 몸과 정신을 비우는 연습과 같다. 단식하면 평소 느끼지 못했던 신체 곳곳의 감각들을 더욱 세밀하게 느낀다”라고 말했다. 단식 후 홍신자씨의 무용세계는 많이 달라졌다. ‘무용을 위한 무용이 아닌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무용’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건강도 좋아졌다. 평소 신장과 간이 좋지 않았던 홍씨는 단식을 하고 나면 장기 기능이 향상되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홍신자씨는 “단식은 몸에 주는 휴가이자 몸을 치유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기력이 다 할 때까지는 단식을 정기적으로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단식예찬론자들의 주장처럼 적절한 단식은 몸과 정신을 건강하게 할 수 있다. ‘적게 먹으면 건강에 이롭다’는 것은 의학계에서도 상식이 된지 오래다. 정명희 교수(서울대 의대․약리학)는 “칼로리를 제한하면 체내 산화 손상이 적어 더 젊어지고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이 동물 실험을 통해 여러차례 입증되었다”라고 말했다. 강대희 교수(서울대 의대․ 예방의학)팀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수행한 바 있다. 국내 한 단식원에서 단식을 시도한 건강한 여성 52명을 검사했다. 그 결과 단식 후 신체에는 큰 이상이 없었고, 실험자들은 평균 4.3㎏의 체중을 감량했다. 연구팀은 일정 기간 단식 후 신체가 손상됐다는 지표가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단식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는 칼로리를 제한한 효과일 뿐이고, 단식이 질병 예방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강대희 교수는 “단식의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 의학적으로 확인된 내용은 아직 없다. 특히 단식하면 ‘몸의 독소를 제거해 체질이 달라진다’거나 ‘숙변을 제거한다’는 일부 단식원의 주장은 의학적 근거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뿐만 아니라 단식을 무리하게 할 경우에는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예컨대, 갑자기 식사량을 최소한으로 줄이거나 최소한의 음식마저 공급하지 않으면 위염이나 위궤양이 생길 수 있다. 또 갑자기 체중 감소를 실시하면서 배변에 도움을 주는 섬유소가 적어져 변비가 생긴다. 한쪽으로 치우친 식사 때문에 빈혈도 생긴다. 단식으로 지방 섭취가 극도로 제한되면 근육은 물론 뼈까지 약화시켜 골다공증에 걸릴 수도 있으며 담석증 발병률도 높아진다.

 
단식을 하면 우선 우리 몸의 구성성분 중에 수분이 먼저 빠진다. 단식을 하자마자 체중이 급격하게 빠지는 것은 수분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지나치면 기운이 없고 무척 피곤하게 된다. 심하면 전해질에 이상이 생긴다. 탈수에 의해 피가 걸어지는 것이다. 피가 걸어지면 혈관에 혈전이 생길 위험이 있고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증 등이 잘 생길 수 있다.

또 단식하면 에너지 고갈로 단백질 분해가 일어나는데, 이는 곧 근육의 소실로 이어진다. 근육에서는 여러 가지 대사 작용이 일어나며 노폐물이 걸러지는데 근육이 소실되면 이런 작용이 감소하게 된다. 결국 노폐물이 축적돼 무기력증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몸의 방어기전을 담당하는 물질들은 모두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어 단백질이 급격하게 빠져나갈 경우 다른 질환을 초래하기도 한다. 단식으로 면역물질이 줄면 감염에 쉽게 노출되어 정상인이라면 잘 생기지 않는 아토피나 갑상선 질환, 당뇨 합병증을 쉽게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김성운 교수(경희 의대․내분비내과)는 “단식을 하려면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하고, 단계적으로 탄수화물을 줄이는 식사를 해서 단백질인 근육 소실을 막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특히 면역이 떨어져 있는 당뇨병 환자나 간 질환, 신부전증 환자 등은 절대로 단식을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내몸에 맞는 단식원은?

단식원이라고 다 같은 단식원이 아니다. 단식원에 따라 단식 방법이 다르다. 가장 올바른 단식은 내 몸에 딱 맞는 단식원을 찾는 데서 시작된다.

요가전문단식원
단식원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요가전문단식원이다. 단식과 요가를 병행하면 다이어트 효과가 높아 활동적인 여성들에게 각광받는다. 특히 요가를 하면 뇌와 림프계를 자극해 체내 노폐물의 배출이 쉬워진다. 평소 변비가 있거나 균형 잡힌 몸매를 만들고 싶다면 요가전문단식원이 도움이 된다. 단식원 요가는 일반적인 요가에서 변형된 형태이지만 전문 요가 강사가 지도하기 때문에 정확한 요가방법을 배울 수 있다.

명상전문단식원
자기성찰을 겸한 단식을 원한다면 명상전문단식원을 찾으면 된다. 긴 슬럼프에 빠졌거나 자신을 되돌아보고자 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명상전문단식원은 외곽지역에 위치해 있어 단식원에서 장기간 머무를 수 있는 사람만 선택할 수 있다. 자연 속에서 풍욕과 냉온욕을 할 수 있고 테마명상을 하기도 한다. 비용은 다른 단식원에 비해 비싼 편이다.

출퇴근전문단식원
직장생활을 하거나 장기간 휴가를 내지 못하는 이라면 출퇴근전문단식원을 가보는 것이 좋다. 언제라도 원하는 시기에 직장과 가까운 거리에서 단식할 수 있고 입소 단식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단식 지도자의 지도를 받으며 아침과 저녁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효율적으로 단식할 수 있다. 공동생활에 따른 불편도 없다.

한방에스테틱단식원
피부가 좋아지는 단식을 원한다면 한방에스테틱단식원은 어떤가. 전신과 얼굴 경락, 피부마사지 등으로 피부 개선이 필요한 이들이 효과를 볼 수 있다. 경락과 피부 관리는 따로 신청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한방에스테틱단식원에서는 수지침, 쑥뜸, 된장찜질을 받으며 체중감량과 함께 자신의 체질에 맞는 단식법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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