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가 몇 말 들었나 씹어볼까
  • 문정우 대기자 (mjw21@sisapress.com)
  • 승인 2006.08.2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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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선택] 전어

 
바닷가에서 자라서 그런지 정기적으로 비린 것을 ‘복용’해주지 않으면 뭔가를 잊어 버린 듯 가슴 한구석이 허전할 지경이다. 비린 것 중에서도 특히 가을에는 한 번만이라도 전어를 배 두드리며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미꾸라지, 대하와 더불어 가을철 3대 보양식으로 불리는 전어는 4~6월 사이에 산란기를 지내고 여름철에 식물성 플랑크톤과 유기물을 잔뜩 먹고 가을이면 20cm까지 자라는데 이때가 제일 맛이 있다.

요즘에는 물이 따뜻해져 8월에도 연근해로 올라와 남해안에서는 한여름에 전어 축제가 열리기도 하지만 전어는 역시 찬바람이 불어야 제맛이다. 가을에는 전어의 지방질이 봄이나 겨울보다 세 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나 ‘가을 전어 머리에는 깨가 서말’이라는 옛말이 빈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전어는 회, 구이, 무침, 젓갈이 모두 맛있는 생선이다. 뼈가 부드러워 머리, 내장만 제거하고 뼈째 잘게 회를 뜨면 씹히는 맛이 각별하다. 비늘도 벗기지 않고 굵은 소금을 뿌려 한 시간쯤 던져놓았다가 석쇠에 얹어 구우면 맛 있는 냄새가 온 동네에 진동을 한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만든다는 바로 그 냄새이다. 머리와 내장째 씹어 먹으면 달콤 쌉쌀한 맛이 입 안에서 오래 남는다.

전어 창자 중에서 완두콩만한 돌기만을 떼어 담근 젓갈을 전어 밤젓이라고 하는데 요즘에는 전어 산지에서도 거의 담그는 곳이 없어 얻어 먹기가 쉽지 않다. 전어 창자에 찹쌀밥과 고춧가루, 청각 등을 넣어 담근 전어 속젓이나 전어 새끼로 담근 엽삭젓 등도 별미이다. 전라도 쪽에서는 전어 깍두기를 담가 먹는다고 하는데 아쉽게 먹어볼 기회가 없었다.

올해 9월 중순에는 인천에서 양식 전어가 1천2백만 마리나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지난해 전어 양식을 한 양식장들이 짭짤한 재미를 보자 15곳의 양식장이 새롭게 양식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비해 무려 12배나 많은 양식 전어가 시장에 출하될 예정이어서 전어값이 30~40%는 떨어질 것 같다. 양식 전어는 자연산에 비해 5cm 정도 작지만 맛은 큰 차이가 없었다. 자연산보다 뼈가 더 부드러워 어린이나 치아가 부실한 노인들이 먹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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