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이 궁금하다고? 그게, 뭐 중요해!
  •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cha@sisapress.com)
  • 승인 2006.08.2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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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선택] 일본 미스터리 소설

 
일전에 한 일본 문학 번역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대화의 주제는, “상당히 많은 일본 미스터리물이 한국의 서점가를 '횡행'하는 이때 ‘꼭 읽어야 하는 작가’라면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였다. 우리는 거의 0.1초도 망설이지 않고 세 명을 꼽았다. 기리노 나쓰오와 다카무라 가오루, 그리고 “당연히 미야베 미유키지!”.

특히 기리노 나쓰오와 미야베 미유키는 여러 가지 면에서 비교가 되곤 한다. 무엇보다 이들은 동기가 무엇이며 범인이 누구인지에 별로 집착하지 않는다. 미스터리 본연의 임무를 저버린다고 할까, 최종적으로 밝혀져야 하는 설정들이 죄다 초·중반에 드러난다. 그럼에도 발목을 붙잡는 듯한 긴박감이 소설 전반에 걸쳐 구축되어 있어서 끝까지 긴장하게 된다. 그들의 소설이 ‘순문학과 대중문학을 불문한 모든 문학 중에서도 굴지의 작품’이라고 평가받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스타일은 판이하다.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을 읽고 나면 부패되기 시작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본 것 같아 영 꺼림칙해진다. 핏물이 질척질척 머릿속에 맴도는 것도 골치다.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밝고 솔직하고 긍정적인 색깔로 수놓아진 어느 여름밤의 폭죽을 구경한 듯해서 기분이 좋다. 세상에 이렇게 ‘밝은 미스터리’의 수는 상대적으로 적으니까. 그러면서도 언제나 냉정하고 유머러스하며 세련된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니. 미야베 미유키를 읽고 나면 누군가와 몹시 얘기를 나누고 싶어진다.

이런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요새 참 어처구니없는 미스터리물이 많다. 완전 겁을 상실했다. 오직 ‘나는 너를 깜짝 놀라게 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식이다. 읽을 때는 그럭저럭 재미있지만 돌아서면 읽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혹시 동의하신다면 (뭐 아니더라도)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한번쯤 읽어봐주길. 그 중 하나만 꼽으라면 누가 뭐래도 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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