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으로 만나는 가슴 먹먹한 사랑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6.09.22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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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선택] 만화 <달빛 구두>

 
문화부 기자로서 ‘천기누설’에 가깝지만, 고백하자면 나는 ‘뒷북 체질’이다. 직업상 새로운 트렌드를 좇지만 (혹은 좇아야 하지만), 문화에 대한 태도는 ‘좋은 것을 오래오래’에 가깝다. 음반을 살 때도 최신 음반을 사서 ‘남들보다 먼저 듣는 즐거움’을 느끼기보다는, 마니아 친구들의 조언을 받아 장르별 계보에 따라 음반을 구입해 오래오래 듣는다. 그러다 보니 뒤늦게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 1에 열광하고, 뒤늦게 록 밴드 플라시보의 음악을 듣는다. 그래서 마니아들이 보기에 ‘뒷북’이다. 물론 나는 “한발 늦은 감동이 오래간다”라고 항변하지만….

최근에 출간된 정연식의 만화 <달빛구두 1·2·3>(휴머니스트 펴냄)을 읽다가 ‘뒷북’ 체질을 실감했다. ‘이 재미있는 만화가 그동안 인터넷(미디어다음)에 연재되고 있었다니!’

이 만화는 ‘사회파’ 사랑 만화라고 할 수 있다. 세 사람의 엇갈린 사랑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지고, 이들의 연대기에서는 리얼리티가 강한 삶을 읽을 수 있다. 게다가 최첨단 인터넷에서 연재되는 만화답지 않게, 한번쯤 곰곰이 생각할 만한 ‘여백의 미’가 있다. 눈 내리는 변두리 동네, 모녀가 옥상에서 바이올린을 켜는 장면처럼…. 책의 부록으로 실린 이 만화의 OST 음반도 들을 만하다.

이번 추석은 이 뒤늦은 발견의 여진으로 보낼 듯하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추석 내 들여다볼 인터넷 만화가 꽤 된다. 서울에서 보내는 이번 추석, 클릭 클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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