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은 ‘적선’이 아니다
  • 김승일(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경영학 박사) ()
  • 승인 2006.11.0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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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 지원 아닌 동반 성장이 최선…정부는 부당 거래 단속 등에 주력해야
 
 “대ㆍ중소기업 협력, 그게 무엇입니까?” 작년에 외국의 대ㆍ중소기업 협력 현황을 조사하러 방문한 몇몇 곳에서 들었던 말이다. 처음부터 큰 기대를 한건 아니었지만 지금도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인위적으로 노력한다고 될 일인지에 대하여 방문국의 기업, 협회, 정부의 응대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우리는 아마 사전에 “한국의 경제성장은 대기업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그 대기업 중 몇몇은 현재 재벌로 불리우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었고, 국민경제에서의 비중도 대단히 크다. 대규모 재벌과 중소기업간에 성장률이나 이익규모의 차이가 점점 커져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자 관계에서 같이 협력하기를 원한다.” 라고 친절히 설명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설명한 경우에도 그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 협력하도록 정부 차원에서 노력하는 것에 대하여 여전히 의아해 했다. ‘기업간 거래는 각자가 알아서, 할 만하면 하고 아니면 말 일이지, 정부가 나설 일이냐?....’라는 투였다.

  그렇다. ‘대ㆍ중소기업 협력, 나아가 ’상생’이라는 단어는 지극히 한국적인 단어이다. 외국에도 대ㆍ중소기업 격차는 존재하지만 우리 같이 협력이나 상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하지는 않는다. 외국과 달리 우리에게 대ㆍ중소기업 협력 이슈가 대두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이다. 첫째, 정부가 지원하고 국민이 동참하여 오늘날의 재벌이 존재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둘째, 대ㆍ중소기업 양극화문제를 재벌과 중소기업의 상생, 협력 방식으로 해결해 보려고 한다는 점이다.    
 
외국 기업들 “정부가 상생을 이끌 수 있나”

  첫째, 우리나라 상위 재벌의 국민경제에서의 비중은 막강하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경우들도 있으며 수십 개의 계열사들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기업계뿐만 아니라 정치권, 언론, 학계 등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그것 자체가 불법이거나 무조건 문제시해야 할 사안은 아니다. 더 막강한 다국적 기업들도 세계에는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순환출자를 포함한 지배구조의 비합리성, 탈세를 통한 부의 축적과 편법적 상속, 계열사와의 부당 내부거래 등 소유, 운영구조가 불법과 비윤리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기업 자체가 문제이기 보다는 소유주, 지배구조가 문제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이러한 상황에서 대ㆍ중소기업 협력, 상생운동의 방식으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타당한 것인지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상생협력이란 무엇인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호간에 도움이 되어 모두 잘 되는 것이 상생이다. 즉 있는 것을 나누어 먹는 수준에서 진일보하여 시장 전체를 확대하는 데 공동으로 노력하고 각자의 매출액이 전보다 늘어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윈윈 관계가 되는 것이다. 상생은 이렇듯 서로가 상대에게 기여할 역량을 가질 때 잘 진행될 수 있다.

  서로간 역량의 격차가 심하여 한쪽이 다른 쪽을 지원하기만 하는 관계는 상생의 관계가 아니다. 대기업이 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은 상생협력이라고 보기 어렵다. 계열사와의 부당 내부거래로 중소기업의 판로를 축소시키면서,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대기업의 특허로 등록하면서, 편법적인 지배구조로 계열사들을 묶어 우월적 지위를 행사하면서, 한편으로는 중소기업을 지원한다고 하는 것은 먹이를 포식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악어와 같다. 기업 현실에서 대ㆍ중소기업 상생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협력하고 동반 성장하는 것은 각 기업의 전략적 선택의 결과이다. 정부 정책이 영향을 미치기에는 한계가 많은 분야이다.       

  대ㆍ중소기업 양극화에 관하여 정부가 하여야 할 일은 오히려 순환출자를 포함한 지배구조의 합리화 문제, 탈세를 통한 부의 축적과 편법적 상속에 대한 확실한 조치, 계열사와의 부당 내부거래를 철저히 단속하는 일들로서 광의의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하는 일이다. 그것이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과 상생의 여건을 확실하게 제공하는 방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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