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습관 바꾸니 위풍당당 ‘젊은 노인’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6.11.24 19: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년 최대의 적 고혈압·당뇨병 물리치는 법
 
지난해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78.2세. 오래 살고 싶지 않아도 한국인 대다수는 오래 살 팔자라는 말이다. 누구나 오래 살 수밖에 없다면, 당신은 선택해야 할 것이다. ‘젊은 노인’이 될 것인가, 아니면 ‘늙은 노인’이 되고 말 것인가.

‘고령’의 공식적인 연령대는 65세 이상이다. 나이가 들면서 면역 체계는 서서히 약해지고 암을 비롯한 질병에 쉽게 걸리게 된다. 그러나 늙었다고 해서 건강한 생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건강은 점차 쇠퇴하지만 피해를 최소화해 ‘젊은 노인’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이 많다.

‘젊은 노인’이 되는데 최대 걸림돌은 고혈압과 당뇨병이다. 1, 2대가 장수해 5대를 이루고 있는 가족이 현재 앓고 있는 질병 가운데 가장 많은 것 역시 고혈압과 당뇨병이다. 5대 가족의 1~2세대(평균 연령 73.5세) 가운데 고혈압과 당뇨병을 앓는 이가 각각 13.6%였다. 그러나 이는 우리나라 70대 이상의 고혈압, 당뇨병 유병률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비율이다. 우리나라 70대 이상 노인 둘 중 한 사람 이상(55.4%)은 고혈압을 앓고 있으며, 당뇨병 유병률도 16.2%에 이른다.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며 한국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 질환이다. 혈압이 140/90mmHg 이상이면 고혈압이다. 이쯤 되면 혈액이 동맥벽을 크게 압박한다. 동맥은 심장에서 신체로 혈액을 전달하는 혈관인데, 이 혈관이 뻣뻣해지거나 혈액이 흐르는 데 장애물이 있으면 혈압이 높아진다.

이런 현상만으로 위협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고혈압이 무서운 것은 합병증 때문이다. 체내에 혈압이 올라가면 뇌, 심장, 신장 등 중요한 여러 신체 장기에 손상을 초래하여 수명을 단축하게 된다. 김철호 교수(분당서울대병원·순환기내과)는 “평균적으로 고혈압을 조절하지 않은 환자는 정상인보다 관상동맥 질환이 발생할 위험성이 세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심부전은 여섯 배, 뇌졸중은 네 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한국인의 고혈압 발병률은 높은 편이다.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30세 이상 성인의 고혈압 유병률은 남자 30.2%, 여자 25.6%다. 김재형 교수 가톨릭의대는 “연령이 올라갈수록 유병률은 더 가파르게 증가한다. 특별한 증상이 거의 없어 인지율이 낮은 것을 감안하면 유병률은 더 올라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최근에는 인지율과 치료율이 증가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인지율과 치료율이 증가하면서 고혈압 조절률은 국민건강영양조사가 처음 실시된 1998년과 비교해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

고혈압 못지않게 합병증이 무서운 대표적 질환이 당뇨병이다. 당뇨병은 글루코오스(근육의 연료 역할을 하는 당) 혈중 농도가 위험한 수준까지 높아지는 질병이다. 과다한 글루코오스는 혈관을 손상시키며 실명이나 신장 손상처럼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김성래 교수(가톨릭대 성가병원·내분비내과)는 “당뇨병은 당뇨병성 망막증, 신증, 신경병증, 이상지혈증, 심혈관질환과 같은 합병증을 부른다. 이런 합병증으로 인해 당뇨병은 중년의 예상 수명을 약 5년에서 10년까지 감소시킨다”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의 당뇨병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데 있다.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기준으로 당뇨병 유병률은 1971년 1.7%에서 2005년 9%로 뛰었다. 지난 30여 년 동안 다섯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는 현재 발생률을 감안하면 향후 30년 내에 한국인 전체 인구 일곱 명당 한 명이 당뇨병 환자가 되는 심각한 현상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한다.

음식 싱겁게 골고루 먹고 매일 30분 이상 운동하면 거뜬

장수를 위협하는 가장 치명적인 이 두 질환을 예방하는 길은 쉽고도 어렵다. 유전적 요인도 있지만 생활습관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생활 습관만 조금만 바꿔도 고혈압과 당뇨병을 피해갈 수 있지만, 반대로 ‘세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처럼 생활습관을 바꾸기란 오죽 어려운가.

 
부모 모두가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가진 경우 작은 환경 인자만 작용해도 고혈압이나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가족력이 전혀 없는 경우에도 짜게 먹거나 비만인 사람, 흡연과 만성적으로 음주를 즐기는 사람,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 두 질환을 피해가려면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한다. 예컨대, 음식을 싱겁게 골고루 먹는 것은 필수다. 또 지방질 섭취는 줄이고 야채를 많이 섭취해야 한다. 염분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모두에 치명적이다. 과다한 체중 역시 마찬가지다. 체중이 10kg만 감소해도 혈압이 5~20mmHg 내려간다. 복부 비만은 당뇨병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비만 상태에서는 인슐린의 작용이 감소되면서 당뇨병이 유발될 수 있다.

매일 30분 이상 적절한 운동을 한다면 고혈압과 당뇨병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몸을 잘 움직이지 않는 사람은 활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보다 고혈압이 생길 확률이 20~50% 정도나 높다. 꾸준한 운동은 고혈압과 당뇨병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도 있다. 하버드 의대의 토머스 펄스 박사는 수명과 관련해 운동은 ‘은행에 금을 넣어두는 것’과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유명한 프래밍햄 심장 연구에서는 육체적 활동으로 1주일에 2천칼로리의 열량을 소비할 경우(하루 약 1시간씩 걷는 정도) 수명이 2년 가량 늘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뇨병과 고혈압을 예방하기 위해 담배와 술을 삼가는 것 역시 중요하다. 술을 마시지 않는 것만으로도 혈압이 2~4mmHg 내려간다. 장수를 누리는 5대 가족의 1, 2세대가 동년배 다른 이들보다 건강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음주와 흡연을 멀리하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5대 가족 1세대의 85%, 2세대의 60%가 현재 술을 마시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세대의 84%, 2세대의 76%가 현재 담배를 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성인들의 흡연률과 음주율은 50%를 넘는다.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처럼, 스트레스 때문에 혈압이 올라가고 당뇨병에 걸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100세인 연구를 오랫동안 해왔던 박상철 교수(서울대·노화연구소장)는 “100세 이상 건강하게 산 이들을 보면 그들의 인생에서 스트레스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에 긍정적으로 대처한 사람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생활 습관을 바꾸고 스트레스에 긍정적으로 대처한다면, ‘젊은 노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