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게임? 아프리칸 게임?
  • 이용균 (경향신문 기자) ()
  • 승인 2006.12.1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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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장거리 등에서 귀화 선수들 ‘맹위’

 
미국의 AP통신은 2006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을 정리하며 “아시안게임이 하계 올림픽을 닮아가고 있다”라고 전했다. 전세계 인구의 60%가 아시아에 살고 있으니 규모가 같아지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종목과 금메달 수는 오히려 올림픽을 능가한다.
 아시안게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거세게 불고 있는 세계화의 바람 때문일까. 아시안게임 육상은 올림픽과 다를 게 없었다. 장거리 종목을 휩쓴 것은 아프리카 출신 귀화 선수들이었다. 차라리 ‘아프리칸 게임’이었다.
 남자 마라톤에서 우승한 카타르의 무바라크 하산 샤미의 케냐 이름은 리처드 야티치였다. ‘귀화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지난해 3월 카타르로 국적을 바꾸었다. 샤미는 개최국 카타르에 마라톤 금메달을 안겨주며 ‘돈 값’을 톡톡히 했다.

육상 1만m 종목에서는 참가 선수 여덟 명 중 네 명이 아프리카 출신 귀화 선수였다. 바레인과 카타르 국기를 달고 뛴 이들은 나란히 1위부터 4위까지 싹 쓸었다.
 걸프만 근처 석유 부국 카타르, 바레인 등은 2000년 이후 ‘오일 달러’를 쏟아 부으며 아프리카계 용병을 대거 수입했다. 자국 스포츠 전력 강화가 이유였지만 스포츠를 통한 국가 브랜드 홍보가 더 큰 목적이었다.
 육상뿐만이 아니다. 카타르는 역도 종목에서 역도 강국인 불가리아 선수들을 대거 귀화시켰고 심지어 체스 종목에서도 귀화 선수를 영입했다.

이번 대회는 운영도 서구인들의 손에 맡겼다. 카타르는 아시안게임 운영을 위해 시드니올림픽과 아테네올림픽 운영 경험이 있는 운영진을 대거 수입했다. 운영 면에서 보면 ‘유럽 게임’에 가깝다.
 그러나 경기 결과는 ‘차이니즈 게임’이었다.  이미 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탈아입구(脫亞入歐·아시아를 벗어나 유럽에 속한다)’를 부르짖던 일본에 아시안게임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일본은 야구를 비롯한 많은 종목에서 1진급 선수들을 내보내지 않았다.

반면 이번 대회를 2008 베이징올림픽 전초전이라 생각하는 중국은 금메달 1백50개 이상을 쓸어가며 독식하다시피 했다. 중국이 금메달을 놓쳐야 기사가 될 정도였다.  경계가 모호해진 아시안게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세컨드 올림픽? 어쩌면 중국의 ‘전국체전’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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