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가 뭔지 보여주다
  • 이용균 (경향신문 기자) ()
  • 승인 2006.12.1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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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세 이라크 수영 선수 ‘눈물의 투혼’…동티모르 마라토너 ‘꼴찌 역주’ 감동

 
이번 도하 아시안게임 최연소 선수는 이라크의 열 살짜리 수영 선수 아메르 알리였다. 키는 겨우 1m55. 몸무게도 44㎏밖에 안 된다. “치킨을 원 없이 먹고 싶다”라고 말하는 알리는 어엿한 국가 대표였다.
이라크는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이후 20년 만에 이번 도하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이라크 수영 대표는 모두 세 명. 친형제다. 큰형 아메드 알리(14)와 작은형 알리 알리(12)는 각각 자유형 2백m와 4백m에 출전했고 막내 아메르 알리는 배영 1백m와 2백m 그리고 개인혼영 2백m에서 실력을 겨루었다.
 알리는 여섯 살 때 삼촌에 이끌려 형들과 함께 수영장에 갔다가 수영 선수가 되었다. 수영에 한창 재미가 붙었지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라크는 여전히 계엄 중이다. 알리는 “수영하고 싶은데 경찰이나 군인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는 경우도 많았어요”라며 아쉬워했다. 

바그다드에 정식 규격의 수영장은 단 한 곳 뿐이다. 그러나 이곳마저 만성적인 전력 부족으로 제대로 운영되는 날이 거의 없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 전 경기를 해본 것은 딱 한 번, 그것도 이웃나라 쿠웨이트에 가서 연습 경기를 한 것이 전부이다. 이라크 정부는 스포츠에 지원할 여력이 없다. 무하마드 사르마드 이라크 수영 코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나서야 한다. 쿠웨이트·이란·시리아 등 이웃 나라에서 훈련할 수만 있어도 좋겠다”라고 호소했다.

“히잡이 기록 향상에 도움 줬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머리에 ‘히잡’을 쓴 여자선수들도 눈길을 끌었다. 요르단 여자 축구 대표팀에는 히잡을 쓴 선수 세 명이 뛰었다. 헤딩이 불편한 듯 여러 번 실수를 했고 자살골을 넣기도 했지만 이들은 주눅 들지 않았다. 바레인의 루카야 알 가사라(24)는 아시안게임 육상 여자 2백m에서 히잡을 쓰고 금메달까지 땄다. 불편할 것 같지만 그녀는 “히잡이 오히려 기록 향상을 도와준다”라고 밝혔다. 알 가사라를 후원하는 스포츠 용품 업체 나이키가 특수 제작한 히잡은 수영 선수들이 저항을 줄이기 위해 쓰는 수영모와 같은 역할을 한다. 알 가사라는 “히잡을 쓰고 달림으로써 다른 모슬렘 여성들에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마라톤은 마라톤 평원을 달려와 ‘승리’ 소식을 전한 아테네 병사가 기원이 되었다. 42.195km를 달려와 전한 메시지는 전쟁의 종료. 즉 평화였다. 인도네시아 근처의 동티모르는 아직도 내전 중이다. 그리고 그 동티모르의 유일한 마라토너 소아레스 알린(27)은 아시안게임 마라톤에서 비록 꼴찌였지만 끝까지 완주해 자국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서로 다른 점들이 모두 잘 풀렸으면 해요. 그러면 마라톤도 맘껏 할 수 있잖아요.”

 참고 견디며 끝까지 뛰어 평화를 전달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마라톤의 정신이자 아시안게임의 정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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