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오피스로 승부 건다”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0.07.06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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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원 SK텔레콤 사장 인터뷰 | “갤럭시S는 기업의 애플리케이션 개발·사용에 유리”

 

ⓒ시사저널 이종현

SK텔레콤은 성장 정체라는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은 포화 상태이다. 통신 서비스라는 업종 특성상 수출도 여의치 않다. 이 와중에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지난해 초 국내 1위 이동통신 사업자 최고경영자에 취임했다. 정사장에게는 SK텔레콤의 신성장 동력을 찾으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그가 채택한 성장 전략은 B2B(Business to Business) 모델이었다. 산업 생산성 증대(IPE)라고 일컫는 법인 영업에서 성장 모델을 찾았다. 기업체와 손잡고 이동통신 서비스 기술로 산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모바일 사업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SK텔레콤은 국내 주요 업체와 손잡고 모바일 오피스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정만원 사장은 아이폰 시리즈가 촉발한 스마트폰 전쟁 못지않게 산업 생산성 증대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사저널>은 지난 6월29일 서울 중구 을지로2가 SKT타워 32층 SK텔레콤 사장실에서 정만원 사장을 만났다.

 

▶지난 6월29일 갤럭시S 가입자가 10만명을 넘었다. 초반 판매량이 상당하다.

아이폰3G는 출시 열흘 만에 판매량 10만대를 넘겼다. 갤럭시S는 5일 만에 판매량 10만대를 넘어섰다. 아이폰이 출시 초기에 하루 1만대 정도 팔렸으나 갤럭시S는 하루에 2만5천대가량 팔리고 있다. KT의 시장 점유율이 31%이고, SK텔레콤은 50.7%이다. 시장 점유율 차이만큼 갤럭시S가 더 나간 것이 아닌가 싶다. 갤럭시S는 몇 가지 점에서 아이폰과 다르다. SK텔레콤이 ‘커넥티드 워크포스(Connected Workforce)’라고 일컫는 모바일 오피스나 포스코와 함께 구축하고 있는 모바일 팩토리처럼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업무를 가능케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가진 갤럭시S가 아이폰보다 낫다. 애플은 앱스토어에 올라가는 모든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인증한다. 이와 달리 구글 안드로이드는 소스 코드를 공개했기 때문에 기업이 자기 업무에 맞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모바일 업무 환경을 확장하기가 쉽다. 

▶정사장께서는 지난해 초 취임과 동시에 모바일 오피스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에는 생소했던 사업 영역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전세계 데이터 전송량이 지난해 말 음성 통화량을 넘어섰다. 올해 초에 참가했던 다보스 포럼과 모바일월드콘그레스(MWC)의 첫 번째 화두는 스마트폰 운영체제였다. 그 다음 화제는 B2B 사업 모델이었다. 미국·일본·영국·프랑스 업체들이 B2B 사업 모델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국내 이동전화 보급률은 올해 말 100%를 넘어선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4천9백51만명이라는 통계를 보았다. 전체 인구를 상회한 것이다. 이 와중에 왜 비싼 무선망을 개인 간 통화나 오락에만 쓰는가? 이동통신 서비스가 기업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다만,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 하는 게임이다. SK텔레콤은 지금 그 게임을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6월 B2B 사업 모델을 준비할 태스크포스팀을 꾸렸다. 지금 세계 유수 업체도 SK텔레콤과 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다. 에릭슨, 엑센추어, IBM, 브리티시텔레콤이 SK텔레콤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금부터는 스피드 싸움이다. 그동안 축적한 기술이 있으면 유리하다. SK텔레콤은 (B2B 사업 모델과 관련해) 축적한 기술이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개인화와 관련한 기술은 충분하다. 

▶정사장께서는 서비스 품질이 개선되면 아이폰4를 도입할 뜻이 있음을 밝혔다. 얼핏 아이폰4가 서비스 품질이 모자라 도입하지 않는다는 말로 들린다.

맞는 해석이다. 애플은 단말기 제조업체이고, SK텔레콤은 통신 서비스업체이다. 통신 사업자가 무작정 특정 단말기를 취급하지 않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SK텔레콤은 지금까지 스마트폰을 10개 라인가량 출시했다. 이 과정에서 제일 중요시하는 것은 애프터서비스(A/S)이다. SK텔레콤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일정 수준에까지 올라와야 한다. 그 품질 기준을 무시하면서까지 아이폰을 가져올 수는 없다. 애플이 자사 애프터서비스 방식을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은 중국 차이나유니콤에게는 통상 애플이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부분을 상당 부분 양보했다. 

▶애플이 차이나유니콤만큼 SK텔레콤에 양보한다면 아이폰4를 판매할 용의가 있는가?

애플이 차이나유니콤에게 양보한 것은 애프터서비스 방식이 아니다. SK텔레콤 고객들은 상당히 오래되어 자사 애프터서비스에 익숙해져 있다. 오죽하면 비정규직 6천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까지 서비스 자회사를 만들었겠나? 고객 접점에서 일하는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킨 숫자가 6천명이다. 고객 관리 관련 회사 두 곳과 네트워크 보수업체 한 곳을 설립해 정규직 사원 7천8백명을 배치했다. 외부 서비스업체에게 아웃소싱하다 보니 고객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애플과 아이폰3G 도입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도 애플과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아이폰4 도입 협상도 아울러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협상에서도 애프터서비스 이슈가 걸림돌이었나?

그렇다.

▶유료 애플리케이션 결제 방식에서도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은 SK텔레콤이 뛰어넘을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결제 수단으로 신용카드만 허용한다든지 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 문제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와 관련된 사안이라 얼마든지 양보할 수 있다. 하지만 애프터서비스 부분은 양보할 수 없다. 애프터서비스 이슈를 (아이폰을) 들여오지 않기 위한 핑계거리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다. 절대 아니다.

▶스마트폰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애플리케이션이 아닌가? 질은 차지하더라도 숫자에서 안드로이드 진영이 너무 밀린다. 애플리케이션을 활성화할 획기적 대책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지난 주말 기준으로 애플 앱스토어가 23만개, 구글이 6만개, T스토어가 4만개 애플리케이션을 가지고 있다. 지금 문제는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에서 유료 콘텐츠를 못 산다는 것이다. 구글 체크아웃에 등록된 신용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하고, 한국 신용카드는 아직 등록되지 않았다. SK텔레콤은 구글과 협상해 3분기 안으로 유료 콘텐츠 결제가 가능하도록 협의를 마쳤다. 지금은 폰빌(통화료와 함께 결제하는 것) 방식까지 협상하고 있다. 구글이 도이치모바일에 허용한 사례가 있어 폰빌 도입도 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폰4와 갤럭시S로 대변되는 8월 스마트폰 전쟁을 전망해달라.

아이폰4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이다. 스티브 잡스가 자랑하는 레티나는 LG디스플레이가 줬다. 비싼 단말기 시장에서 세계 1위는 삼성전자이다. 부품이 세계 제일이기 때문이다. 아이폰에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전자가 그보다 못한 것을 만들겠는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작 시장 점유율 3~4%를 가지고 있던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부터 (아이폰에) 깜짝 놀라서 스마트폰 쪽으로 집중했고, 6개월 만에 아이폰을 능가하는 스마트폰을 만들어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삼성전자 갤럭시S가 아이폰4보다 낫다. 우선 애프터서비스가 되고, 배터리 탈착도 가능하다. 기업용 애플리케이션도 올릴 수 있다. 기업용으로 사용하려면 분실했을 때 기업 보안을 위해서 폰 내용을 지워줘야 하는데, 안드로이드에서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지울 수가 있다. 아이폰은 못한다. 애플의 허락이 필요하다. 여기다가 DMB, 티맵, 멜론이 들어간다. 갤럭시S가 못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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