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 북한 떠오른 권력자들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10.10.0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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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베일을 걷고 김정은이 모습을 드러냈다. 상당한 속도감이 느껴질 정도로 북한은 김정은을 ‘지도자’로 부각시키고 있다. 이로써 사실상 북한은 ‘김정은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지금은 김정일-김정은 공동 정권의 과도기 체제”라는 주장도 있다.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을 쏙 빼닮은 듯한 외모에 한껏 ‘위엄’을 과시했지만, 20대의 앳된 모습을 감출 수는 없었다. 국내의 북한 문제 전문가들과 외신 일각에서 여전히 “김정은을 북한의 새로운 후계자로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라는 신중론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절대적 후원자인 아버지 김정일의 건강 이상 그리고 북한 내에서조차 ‘그깟 녀석’으로 인식될 정도의 너무 어린 나이가 아직은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는 까닭이다. 3대 세습은 세계 어디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현실론도 등장한다. 그래서 더욱더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새로운 북한 체제를 이끌어나갈 권력 내부 파워 엘리트 그룹의 면면이다.

▲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에서 당 중앙기관 성원 및 제3차 노동당 대표자회 참가자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가운데 김정일 위원장이 보이고 김위원장 왼쪽 두 번째가 김정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다. 정확한 촬영 일시는 밝히지 않았다. ⓒ연합뉴스

김정은 체제 떠받칠 쌍두마차 ‘좌영호·우룡해’

9월28일 열린 북한의 제3차 당대표자회는 사실상 ‘김정은 시대’ 출범을 대비하기 위한 대대적인 인사 개편 절차였다. 당중앙위원회와 당중앙군사위원회 등의 주요 요직 가운데 무려 50석에 이르는 대다수의 자리가 새로운 인물들로 교체되었다. 이들 가운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등 ‘예우’ 차원의 일부 원로들도 포함되었지만, 대부분은 사실상 김정은 시대를 이끌어나갈 새로운 파워 엘리트로 낙점받은 인사들이다.

ⓒ연합뉴스

1인 독재 체제의 비정상적 권력 구조인 북한에서 권력 엘리트의 실체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북한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유일한 자료로 ‘주석단 서열’이라는 것이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형식적 서열일 뿐이다. 위에서 언급한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조명록 제1부위원장의 경우 김정일에 이어 주석단 서열 2, 3위에 올라 있지만, 누구도 이들을 북한의 실질적인 권력 2인자 혹은 3인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김정일을 수행하는 횟수를 근거로 권력 핵심의 비중을 따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도 참고 자료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지난 2008년 10월 <시사저널>이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의 정성장 실장(현 수석전문위원)과 함께 분석한 ‘북한 권력 파워 엘리트’ 조사 결과는 북한의 실질적인 권력 서열을 평가했다는 점에서 많은 이목을 끌었다. 여기서는 주석단 서열과 김정일 수행 횟수 그리고 북한 언론 매체에서의 등장 빈도 등을 모두 참고했지만, 가장 핵심적인 고려 사항은 역시 북한의 실질적 권력 기구와 거기에 포진한 인사들의 면면이었다. 당시 본지가 리제강과 리용철을 평양 주석궁 ‘로열패밀리’인 장성택·김옥과 함께 ‘최상위 파워 엘리트’ 4인으로 선정하면서, 이전까지 국내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리제강·리용철 두 인물이 본격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당시 조사에서 김정일과 세 아들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두 사람의 직책은 우리나라의 장관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었지만, 최상위 파워 엘리트로 선정된 데에는 이 직책이 김정일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김정일은 조직지도부장을 겸직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실세는 최근 잇따라 사망했다.

이처럼 북한의 파워 엘리트 그룹의 면면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의 실질적인 권력 실세 요직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 정답은 북한의 절대 권력자인 김정일의 직함에 숨어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김정일은 당중앙위원회 비서국 총비서와 정치국 상무위원, 조직지도부장 그리고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국방위원회 위원장직을 모두 유지하게 되었다. 다수의 전문가가 당중앙위와 당중앙군사위 그리고 국방위를 북한의 3대 핵심 권력 기구로 분류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동안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의 최고 권력 기구를 놓고 갑론을박이 있어왔다. 국방위원회냐 당중앙위원회냐 하는 논란이 그것이었다. 북한에서 김정일의 공식 직함을 국방위원장으로 사용하는 것을 근거로, 그동안 국방위를 최고 권력 기구로 주장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국방위는 북한이 대외적인 공식 기구로 내세우는 것일 뿐, 최고 권력 기구는 아니다. 북한은 당 중심 체제이고, 실질적 권력에서는 당중앙위와 당중앙군사위가 확실히 우위에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당중앙위와 당중앙군사위가 유명무실화된 데에는 1980년 제6회 당대회 이후 30년이 넘도록 당대회나 당대표자회를 개최하지 못하면서 조직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 컸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동안 군사 및 안보 분야에서 국방위 단독으로 내려진 명령들을 보면, 인민무력부의 명칭 변경, 인민무력부장 임명, 군 복무 미실시자의 군사 복무 명령, 국가안전보위부의 비상 경계 태세 명령 등이 대부분이다. 군대에 대한 지휘나 군사 작전과 관련된 명령은 당중앙군사위원회에 의해 내려지고 있고, 국방위는 군대에 대한 당중앙군사위의 지도를 국가 부문에서 행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시사저널>은 이번 제3회 당대표자회 결과 자료를 토대로 국내 북한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새롭게 주목해야 할 북한의 파워 엘리트 면면을 살펴보고, 그 가운데 특히 많이 거론되고 있는 30인을 추렸다. 역시 ‘김정은 시대’를 상징하듯 그가 부위원장으로 있는 당중앙군사위 위원들이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대다수의 전문가는 향후 ‘김정은 시대’를 주도할 최상위 파워 엘리트로 리영호와 최룡해 그리고 김경희·장성택 부부를 공통적으로 꼽고 있다. 9월30일 공개된 로동신문 사진에서 김정일과 김정은 중간에 자리 잡으며 최고 실세임을 과시한 리영호는 우리의 수도방위사령관에 해당하는 평양방어사령관 출신이다. 그는 군부의 핵심으로 김정은을 보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벌써부터 ‘좌영호·우룡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군부에 리영호가 있다면 당에서는 최룡해가 김정은의 최측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에 당 비서국 비서에 임명된 최룡해는 조만간 핵심 실세 자리인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에 임명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김정은의 강력한 후견인으로 떠오른 고모 김경희는 만약 김정일의 유고가 발생할 경우  ‘로열패밀리’의 최고 어른으로서 조정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아내 김경희를 비롯해서 리영호·최룡해와 모두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장성택의 영향력은 여전하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정치국 후보위원에 포진한 김양건·김영일·우동측 등 15명 주목해야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등극을 비롯해서, 김경희의 당중앙위 정치국 위원 임명, 리영호의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및 당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 임명 등으로 볼 때 향후 북한의 권력 중추는 급격히 당 중심으로 쏠릴 것이며, 특히 당중앙군사위를 주목해야 한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따라서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새롭게 포진한 당중앙군사위 위원을 비롯해서, 당중앙위 정치국 위원과 비서국 비서들의 면면이 특히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직제상으로는 정치국 위원보다 아래이지만, 정치국 후보위원에 포진한 김양건·김영일·최룡해·우동측 등 15명을 주목해야 한다. 위원 12명이 대부분 원로급인데 비해 후보위원들은 모두 김정일에 의해 발탁되고 키워진 차세대 주자들이며, 이들이 향후 김정일의 유훈에 따라 강력한 김정은 지도 체제를 떠받칠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도움말 주신 분들 :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김동현 존스홉킨스 대학 연구교수, 김영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이기동 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 이승열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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